맥주가 수놓은 도심의 가을 신촌 맥주 축제, 이태원 지구촌 축제
도심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손에 맥주 한 잔 씩 들고 어우러지는 모습은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날씨 좋은 주말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가을 햇살이 만연한 10월에는 유독 가볼만한 맥주 축제가 많아 주말마다 발걸음이 바빠지는데, 둘째주 주말에는 서울 신촌과 이태원에서 한바탕 맥주 잔치가 벌어져 다녀왔다.
신촌 맥주 축제 Shinchon Beer Festival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신촌에서는 맥주 축제 한마당이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스터디’, ‘학원’, ‘술집’, ‘병원’ 등의 단어로 기억되는 신촌은 평소와는 자못 다른 활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신촌역 3번 출구 앞에서 누군가 열심히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를 지나치면 다양한 브루어리 부스를 비롯해 맥주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테이블 공간, 그리고 각종 환영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진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신촌 맥주 축제는 이전까지 하이트진로 맥스에서 개최하던 것을 이번에 (사)한국수제맥주협회가 주관하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동안 한 쪽 켠에 ‘수제맥주 존’으로 자리해온 국내 브루어리의 맥주들이 축제 전체를 채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안동맥주 등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신생 소규모 브루어리부터 바이젠하우스, 더핸드앤몰트, 플래티넘, 크래머리, 트레비어, 화수브루어리 등 이미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브루어리까지 총 25개의 국내 맥주 브루어리들이 한 자리에 모인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마시고 취하는 맥주 축제인데도 불구하고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가족 단위로 찾아온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다양한 브루어리의 개성있는 맥주를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게 솟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밴드, 디제잉, EDM 등 음악 공연과 게임 행사 등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꼭 맥주를 마시지 않더라도 즐길 거리가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주말 인파가 몰려 맥주 부스 옆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먹거리는 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맛볼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맥주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부스도 마련되어 있어 수제맥주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기회 또한 제공되었다.
한켠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던 도시농업 프로젝트 ‘파릇한절믄이’의 부스는 건조된 생홉으로 꾸며져있어 눈길을 끌었다.
서울 마포구의 건물 옥상에서 직접 재배한 홉으로 어메이징 브루잉컴퍼니와 함께 만든 ‘파릇한 IPA’를 무료로 시음해볼 수 있었는데, 생홉을 넣어서인지 신선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었다. 도시농업을 실천하는 청년 농부들이 국내 홉 생산에 기여한 뜻깊은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이태원 지구촌 축제
10월 14일과 15일 이틀간 펼쳐진 이태원 지구촌 축제는 보다 지역적 특색이 강조된 규모가 큰 축제였다. 2002년부터 개최된 이태원 축제는 애초에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분출하고 포용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음식, 공연, 패션등 문화 교류의 장에 일부 자리한 ‘크래프트 비어 존’은 ‘세계음식 존’ 옆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과 함께 페어링하여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토마틸로 펍과 카브루, 울프하운드 아이리시 펍과 고릴라 브루잉 컴퍼니, 더뉴욕탭하우스와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 귀부인과 더핸드앤몰트 브루잉 컴퍼니 등 이태원에 자리매김한 브루어리나 펍이 함께 부스를 구성하여 참여한 모습에서 다시 한 번 지역에 특화된 축제임을 확인했다.
참여 브루어리의 수가 많진 않았지만 신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이루스, 홉머리 등의 양조장이 있었고 카브루의 경우 신촌에서는 소개하지 않은 알코올 도수 10도가 넘는 더블IPA를 메인 메뉴로 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녁시간 대의 크래프트 비어 존은 주로 젊은 친구들과 연인들의 활기로 가득했고,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금방 친해질 수 있을만한 허물없는 분위기였다. 부스가 마감할 즈음 이태원역 해밀톤 호텔 앞에서는 클럽이 활성화된 이태원 답게 DJ의 EDM 음악이 한바탕 펼쳐졌다.
신촌과 이태원을 넘나들며 마치 맥주 속에 풍덩 몸을 담근 것 같은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도 워낙 다양한 브루어리와 맥주가 있어 모두 맛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한 가지 문득 든 생각이지만, 맥주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화장실이 아닐까 싶다. 가게 안으로 급히 들어온 나에게 흔쾌히 화장실을 허락해준 신촌과 이태원의 상점들에게 감사드린다
EDITOR_홍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