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아로 만드는 국산 맥주를 향해
맥주의 알코올은 맥아에서 추출된 당분을 효모가 발효하면서 만들어진다. 이때 사용되는 맥아는 보리, 밀 등 곡물을 발아시켜 말린 뒤 가공한 것인데, 국내 맥아 소비 물량은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한다. 몇몇 양조장에서 국내산 맥아를 소량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수입산 의존도는 100%에 가까운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농업이 쌀과 같은 식량용 작물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보리도 쌀보리 등 식량용 품종을 위주로 재배된다.
국산맥아 제조산업의 가능성
전라남도 등 한국 서·남해안 일대는 국내 보리의 주산지다. 그러나 정부의 보리 수매 중단 이후 재배와 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며, 보리뿐 아니라 쌀 소비도 감소 추세에 있다. 한국의 농업이 식량 작물 위주로 이루어지는 만큼, 농업인의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군산시 농업기술센터는 2011년부터 국산 보리를 가공해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를 공급하여 국내 보리 소비 확대로 연계해 보고자 관련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구체적인 맥아 제조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으로, 예산 확보에 이어 2017년부터 총사업비 43억 규모의 사업을 시작했으며 국산 맥아를 이용한 맥아 제조, 정선, 포장시설 등을 마련했다.
농업기술센터는 개별 농민들이 농업용 기계나 장비, 시설 등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마련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들을 시행한다. 군산 맥아공장 역시 이러한 사업의 연장선에서 시행되는 사업으로 군산농업기술센터가 추진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국내 보리 재배 농가를 지원하는 것을 취지로 시설과 기술을 지원하고 가공과 유통의 부가가치는 농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한다.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맥아용 곡물, 홉 등을 통해 농업과 맥주 산업의 연계성이 큰 편이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군산시농업기술센터의 이선우 주무관은 ‘현재 국내 주류 산업이 국내 농업과 연계성이 매우 적다는 점에서 정부도 곡물 소비 확대에 큰 노력과 투자를 해왔으나, 앞으로는 양조 산업 등에서 곡물 소비를 늘려가는 정책이 크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100개를 넘어서고, 제도 개선 등으로 활성화의 조짐을 보인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1%대에 그치나, 해외의 사례로 볼 때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맥아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가격이다. 그는 “국내 농산물이 해외 농산물보다 가격이 높다.”라며 국내 맥아를 사용한 수제맥주에 대해 세제 혜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진정한 국산 맥주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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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주무관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맥아 제조 장비와 제조 기술 등의 정보가 국내에 매우 부족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얻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많은 어려움 끝에 국내에서 기술 자문이 가능한 전문가를 수소문했고, 해외 사례를 검토해 가며 맥아 제조 사업을 추진했다. 장비의 구성, 설치, 그리고 운영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국내 전문가의 기술 자문을 통해 제품개발과 품질관리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또한 30헥타르의 맥주 전용보리 전용 재배단지를 확보해 광맥, 흑호 등의 맥주용 보리 품종을 맥아 제조를 목적으로 재배하고 있기도 하다. 그 결과 현재 라거용 및 에일용 베이스 몰트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현재의 장비로 로비본드 25-30 정도의 캐러멜 몰트까지도 생산할 수 있다.
군산 맥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맥아는 국내에 수입되는 맥아와 비교해 품질 역시 손색이 없으며, 수입 맥아와 비교 가능한 지표를 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몇 개의 업체가 구매를 문의하고 있고, 군산시 역시 지역 원료를 이용한 크
래프트 맥주 회사의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최근 ‘수제맥주키트’를 개발한 군산의 인더케그에서도 지역 원료 사용할 계획이 있다. 군산 맥아 공장은 향후 맥아 생산량을 2,000t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지역 재료를 사용한 로컬 맥주도 육성하여 군산시를 대한민국 대표 수제맥주 산업도시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이선우 주무관은 “국산 원료로 만든 맥주가 진정한 국산 맥주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보편화 되어야 합니다. 국산 원료의 소비 확대는 국내 수제맥주 산업과 국내 농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클 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라고 했다.
EDITOR
장명재 Myungjae Jang
비어포스트에서 콘텐츠 팀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세법, 시장분석, 맥주 소비 동향 등과 관련한 글을 주로 쓰며, 맥주 관련 교육 콘텐츠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