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카브루 홈브루잉 챌린지
“홈브루어는 크래프트 맥주 문화의 뿌리”
홈브루어(Homebrewer)는 집에서 취미로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이들로, 크래프트 맥주 맛의 다양성을 끊임없이 일구어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사적인 맥주를 공식적인 자리에 내놓아 함께 즐기고 실력을 겨루어보는 축제가 있다. 바로 가평 수제맥주 브루어리 카브루가 주최하는 홈브루잉 맥주 경연 ‘카브루 홈브루잉 챌린지'다.
업계 종사자 제외한 홈브루어들의 겨루기
2회를 맞은 올해 카브루 홈브루잉 챌린지는 한국비어소믈리에협회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대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상업 양조사 등 업계 관계자의 출품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전문 브루어와 일반 홈브루어가 동일 선상에서 실력을 겨루는 상황을 개선하여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그에 따라 올해 출품작 수는 37개, 참가자 수는 24명으로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일반 홈브루어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에 따라 참가자 수도, 맥주 출품작 수도 줄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국비어소믈리에협회 김운선 교육이사는 비록 출품 수는 적었지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고 이번 대회를 평했다. “양조 스킬과 스타일에 대한 홈브루어들의 이해도가 날로 향상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 이취(Off-flavor) 없이 밸런스가 좋은 맥주가 다량 출품돼 무척 놀랐습니다.”
12월 14일, 크래프트한스 강남직영점에서 진행된 심사에 한국 비어소믈리에협회 회원과 전문 양조사를 포함한 심사위원 14명이 참석했다. BJCP 가이드라인을 따른 심사 과정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공정하고 신중하게 진행되었다. 심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쉼 없이 진행되었는데, 시음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식사나 커피 한잔도 미룬 채 집중하는 심사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차 심사를 통해 부문별 우수작이 선정되고, 이후 최종 심사를 거쳐 BOS(BEST OF SHOW), 즉 이번 대회 최고의 맥주가 결정된다. 부문별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1,000,000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최후의 1명에게는 해외 브루어리 투어가 지원될 예정이다. 또한 수상작은 가능성 검토 후 홈브루어와의 상의를 거쳐 카브루의 제품으로 출시될 수도 있다.
최고의 홈브루잉 맥주로 선정된 이영승 씨의 뉴 잉글랜드 IPA
이번 대회의 출품 부문은 총 4가지였다. 뉴 잉글랜드 IPA(New England IPA), 페일에일(Pale Ale), 벨지안 윗(Belgian Witbier), 스페셜티 맥주(Specialty-Type : Fruit Beer, Spiced Beer, Alternative Grain Beer)가 그것이다.
그중 일반 IPA가 아닌 뉴 잉글랜드 IPA 부문을 만든 것은 올해 맥주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은 스타일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12월 21일 크래프트 한스 강남직영점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각 부문의 시상과 함께 수상작을 시음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쉽게도 벨지안 윗 부문에서는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다.
제2회 카브루 홈브루잉 챌린지 수상자 및 맥주
뉴 잉글랜드 IPA 부문에서는 이영승 씨가 출품한 <Pelican’s Beak>가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시상식에서 그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시트라 홉과 갤럭시 홉을 바탕으로 했으며, 아이다호 홉으로 과일 향을 가미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2018년 재배된 홉을 사용했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이 맥주는 최종적으로 BOS(Best of Show)로 꼽히기도 했다.
페일 에일 부문에서 수상한 방민혁 씨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모자이크 홉과 심코 홉을 사용해 양조했으며, BJCP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 진한 색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캐러멜 몰트를 사용했다고 했다.
스페셜티 맥주 부문에서는 Jared Hatch의 사워 맥주인 Ginger Peach Lime Sour가 수상했다. 6개월마다 새로운 사워 맥주를 양조하는 그는 한국 생강과 복숭아, 라임의 세 가지 조합이 잘 어울린다고 여겨 맥주 숙성 후 해당 재료를 투입했다고 했다. 과일 향이 풍부하면서도 알싸하고 상큼한 사워 맥주를 목표로 하여 양조 했다고 한다.
Mini Interview : 카브루 박정진 대표
시상식에 참여한 카브루 박정진 대표이사는 크래프트 맥주 문화의 뿌리가 되는 것은 홈브루어라고 생각한다며, 수제맥주 시장을 키우는 데 있어서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카브루는 ‘가평 수제맥주 축제’를 해마다 주최하여 크래프트 맥주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지역과의 협업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한국수제맥주협회 부회장을 지낸 박정진 대표는 2018년을 되돌아보며, 종량세로 가는 단초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큰 의미가 있는 한해였다고 말했다.
“작년 이맘 때까지만 해도, 종량세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종량세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종량세로 개편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죠. 지금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맥주 업계에는 정말 큰 의미가 있는 한해였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맥주 업계에서는 종량세 전환의 이상적인 시점을 2019년 4월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은 진짜 추운 한해가 될 것 같아요. 종량세라는 기폭제가 주어져서 시장이 확 커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다행이고, 만약 그게 지연된다면 정말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해 맥주 시장에서 예상되는 공격적 시장 장악과 전반적인 경쟁의 심화에 대비해, 카브루는 영업 인원을 대폭 충원하고 영업 조직을 더 탄탄히 구축하는 등 지난 해보다는 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종량세로의 전환을 앞둔 시점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2019년은 카브루에게도 중요한 한해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은 카브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등 기초가 되는 일을 해왔다면, 종량세를 통해 큰 시장이 열리기 전에 브랜드를 공고히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는 카브루 박정진 대표의 말처럼,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2019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수제맥주 산업에 좋은 이정표가 되는 한 해를 기대해본다.
EDITOR_홍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