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맥주 성장의 열쇠는 주세에 있다 소규모 맥주 양조장과 주세법
앞서 우리나라 주세법의 변화 과정을 살펴봤다면 이번엔 그러한 주세법 개정이 우리나라의 소규모 양조장과 크래프트 맥주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정부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과 일반 맥주 양조장을 어떻게 구분해두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 개요
현재 우리나라의 소규모 맥주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카브루에서 직접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분명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펍이나 수입업체 등을 제외한 국내 소규모 맥주 양조 산업만의 규모는 대략 연평균 35~40% 정도는 성장하고 있으며 2016년을 기준으로 이 규모는 약 268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본격적으로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주세법이 바뀌어감에 따라 소규모 맥주 양조 면허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일반 맥주와 소규모 맥주의 구분
우리나라의 맥주 제조 면허는 일반 맥주 제조면허와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로 구분된다. 이 둘은 시설의 규모에 따라 구분이 되며 발효조 및 저장조가 75kl 이상이면 일반 맥주, 75kl 이하면 소규모 맥주로 구분이 된다. 여기서의 75kl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올 텐데, 75kl는 쉽게 말해 한 달에 맥주를 100에서 120톤 정도, 바꿔 말하면 20L 기준 5천 케그에서 6천 케그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일반 맥주의 대표적인 예로는 우리가 흔히 아는 대기업 맥주를 비롯하여 플래티넘 또한 이에 포함되며, 그 외의 작은 규모의 맥주 제조업체는 모두 소규모맥주제조 면허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맥주 면허를 두 가지로 구분해 둔 이유는 이들 간에 법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용도표시의 필요 유무가 다르다. 일반 맥주의 경우는 가정용, 대형매장용 등 용도표시를 붙여야 하나 소규모는 그렇지 않다. 둘째로 거래대상이 다르다. 일반 맥주나 소규모 맥주 모두 주류 도매상에게는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맥주는 슈퍼, 마트, 편의점과 같은 소매 채널에도 맥주를 팔 수 있도록 허용이 되어있는데 반해 소규모 맥주는 소매채널엔 팔 수 없게 되어있다. 때문에 일반맥주로 구분된 플래티넘의 맥주는 편의점에서 볼 수가 있으나 그 외의 소규모 맥주는 편의점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참고로 수입 맥주는 판매 채널의 제약이 없이 모두 판매가 가능하다. 더부스의 맥주 중 편의점에 유통되는 것의 경우 소규모 맥주가 아니라 수입맥주의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차이점으로 주세가 있다. 일반맥주는 과세 표준(맥주 주세율이 곱해지는 기본이 되는 대상)이 출고가로 정해져 있다. 출고가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그리고 이윤까지 모두 합해진 금액이며, 여기서 이윤 등을 조정하여 회사차원에서 출고가를 정하게 된다. 그렇게 정해진 출고가의 72%가 주세, 또 주세의 30%가 교육세로서 부과된다. 그에 반해 소규모 맥주는 제조 원가*1,1(가상의 마진을 상정하기 위해 1.1을 곱한다)이 과세표준이 된다. 즉 얼마에 팔지는 상관이 없고 맥주를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들었느냐가 중요하다. 참고로 제조 원가에는 단순히 맥주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재료비, 공장 운영비 등)뿐 아니라 맥주를 팔기 위한 비용(운송 직원, 트럭 가격)까지도 포함이 되어있다.
제조 원가는 1.1을 곱한다 할지라도 당연히 출고가 보다는 낮다. 때문에 소규모 맥주가 일반 맥주에 비해서 주세 부담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거기다 소규모 맥주 제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생산 용량이 적으면 세금 경감을 시켜주는 등의 혜택도 주고 있다. 총 생산량이 100kl 이하면 과세표준의 60%를 경감, 100~300kl 사이면 40% 경감, 300kl 이상이면 20%를 경감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이는 카브루와 같은 양조장엔 큰 의미가 없는 내용이나 소규모의 브루펍에는 대체로 해당이 된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현재 소규모 맥주 시장에서 주세법에 관해 이슈로 삼고 있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의 기준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규모로 시작해 중규모로 성장하는 과정이 현재로선 너무 어렵다. 때문에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의 기준을 높여야 한다. 또한 지금 같은 생산 가능 용량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산량으로 기준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로 소규모 맥주면허의 주세를 좀 더 감면해줘서 수익성을 보장해주고, 그를 통한 소규모 맥주 시장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 줘야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소규모 맥주는 펍이나 음식점에서만 판매가 가능하고 배달, 온라인, 소매 판매가 불가능하니 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수제맥주협회에선 이렇게 세 가지를 정부에 건의해둔 상태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다른 주류와의 형평성 문제, 주세에서의 큰 그림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니 어디까지 받아들여질진 미지수이다. 하나 확실한건 현재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대한 관심의 상승으로 인해 정부도 크래프트 맥주 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가지고 있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해주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건 속도가 얼마나 될지에 달려있다. 더 빠른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발전을 위해, 여러분의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DITOR_박정진(카브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