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 테이크 아웃과 맥주 배달 서비스
맥주산업 성장과 창업자 육성을 위해 트렌드에 맞는 법 개정이 필요
생맥주 테이크 아웃과 맥주 배달 서비스
최근 생맥주 테이크 아웃과 맥주 배달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이슈의 시작은 2016년 7월 7일 국세청 주류관련 고시 개정에서 출발했다. 당시 주세법 관련 고시 개정에 대해 소매점의 대면판매 후 주류배달을 허용하고, 음식에 수반되는 주류배달을 허용하며, 맥주 보이·치맥 페스티벌 등 한정된 장소의 주류판매를 허용한다고 보도자료에 명시되어 있었다.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서 ‘음식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음식과 함께 주문 받은 주류를 배달하거나, 소매점에서 전화 주문을 받아 조미용 주류를 배달하는 것은 주류 통신판매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단서가 추가되었다. 또한 주세사무처리규정에서는 유흥음식업자의 주류구입 및 판매 규정에 음식점 내에서 직접 마시는 고객에게만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이 삭제되었다.
특히 이 조항의 삭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사서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음식에 수반되는 주류 배달의 허용이 중요한데, 치킨 등을 배달시킬 때 생맥주를 같이 배달 하는 것은 이전까지는 불법이었다. 야구장의 맥주 보이 역시 국민불편 해소를 위해 허용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와 같은 개정 내용을 바탕으로 맥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워크인 냉장고에 탭을 12개 정도설치하고, 음식과 함께 생맥주를 캔에 담아 배달하는 소규모의 배달 전문매장으로 2017년 3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5월에 중단했다.
국세청 질의 결과 생맥주를 페트병이나 캔으로 담아서 판매하는 것은 ‘생맥주를 별도 포장, 가공하여 판매하는 행위’로 주세법 위반이라 주류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답변서를 받았다. 일일이 단속할 수는 없으나 불법이라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몇몇 리테일 사업자들은 정부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혹시 잘못되었을 경우 사회적 비난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에 허용 여부를 질의하면 정확한 대답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사업을 시작하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최종 출고제품이 병, 캔인 제품만 테이크 아웃이 가능하고, 주류 재포장은 가공 또는 조작으로 간주되므로 안된다는 것이 국세청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또한 맥주가 주(主)가 아닌 부(附)가 되어야 하며, 조리된 음식과 함께할 때만 맥주 배달이 가능하다. 즉 음식과 함께하더라도 페트병, 캔의 생맥주 배달 및 테이크아웃은 불법이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의 조건과 맥주배달 비즈니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성장하기 위한 조건을 크게 다섯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첫 번째로 공정한 경쟁을 돕는 법적, 행정적 규제의 바탕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획일적인 맥주 시장이어야 하며, 세번째로 대기업 맥주가 뛰어나지 않아야 한다. 네번째로는 이와 같은 바탕에 홈브루어와 맥덕의 욕구불만이 쌓여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도전적인 창업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한국, 중국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환경
이와 같은 기준으로 일본시장을 분석해보면, 일본은 홈브루잉이 불법이어서 맥덕 커뮤니티의 발달이 더디다. 또한 시즌별, 편의점별 다양한 품목의 맥주가 있다. 또한 일본의 맥주 대기업인 아사히, 삿포로, 산토리, 기린, 에비스 등의 대기업 맥주의 품질이 좋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일본을 덕후의 천국이라고는 하지만, 맥덕들은 큰 불만이 없는 편이며 오히려 이런 대기업에 취업을 원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맥주 산업에 대한 도전적인 창업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고, 일본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 비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을 위한 기본 조건이 나은 편이다. 대기업 위주의 과점시장인데다 소규모양조장의 일반 소매점 유통이 금지되어 있으며, 수입 맥주에 유리한 세금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벼운 라거 일변도의 시장으로 대기업 라거의 품질이 높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2010년대들어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다. 이러한 점들은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으나, 도전적인 창업자가 나오기 힘든 창업 생태계로 맥주회사를 창업으로 인식하지 않는, 창업에 있어서는 매우 불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중국 시장은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으며, 인터넷 판매 역시 허용하고 있다. 또한 라거 위주의 시장이며 대기업 맥주의 퀄리티가 훌륭하지 않으며, 홈브루어와 맥덕이 급증하고 있다.
차이나 크래프트 비어 페스티벌의 베이징 홈브루잉 컴페티션 심사를 갔던 적이 있다. 이때 판다 브루잉을 보고 깜짝 놀랐다. 판다
브루잉은 2014년 베이징에서 브루펍으로 시작한 회사로 2015년 여름 처음 판다 브루잉의 대표를 만났을 때 베이징에 펍 1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 현재 중국 내 12개의 지점과 2개의 브루어리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급속한 성장의 이유가 인터넷 판매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규모양조장이 문을 열면 대부분 케그 위주로 유통을 시작한다. 또한 주류도매상을 통한 유통망도 뚫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병이나 캔 중심으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 있어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고 본다. 또한 배달이 활성화되다 보니 맥주 포장재 역시 발달해 있다. 맥주를 주문하면 포장되어서 호텔로 바로 배달 된다.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가티브 규제로
우리나라의 규제는 명시된 것만 된다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에서 금지한 것만 안 된다는 ‘네가티브(Negative) 규제’로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창업 환경의 개선 측면에서도 사회적으로 해서는 안될 것 만을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선 식품이건 가공 식품이건 중국산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산 가공식품 중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먹는 것이 맥주다. 크래프트 맥주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의 창업 혹은 사업환경이나 규제들이 창업자나 좋은 브랜드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칭다오, 하얼빈과 같은 중국 맥주가 인기를 얻고 있듯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도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따라서 소비자 트렌드 변화 속도에 맞는 조속한 법 개정으로 우리나라 산업을 지켜내고, 창업자를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EDITOR_김태경 (어메이징 브루어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