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온라인 판매 해법은? 국내 규제와 해외 사례 비교
2010년대 들어 유통시장은 큰 변혁을 맞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성장은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을 넘어 유통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2020년 초부터 유행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이러한 비대면 중심의 유통을 더욱 가속시켰으며, 식료품, 전자제품, 가구 등 품목의 제한 없이 대부분의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배달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배달 플랫폼 회사의 등장과 함께 주문의 편의성을 앞세워 집객 효과를 일으키면서 빠르게 성장해오고 있다. 대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음식의 배달 역시 비대면 온라인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배달 및 온라인 거래의 불가 품목으로 지금도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주류다.
대한민국에서 주류, 우리가 ‘술’이라고 부르는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는 규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알코올 섭취 이후 발생하는 사건이나 사고, 건강의 악화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며, 법적으로 알코올음료를 섭취할 수 없는 미성년자의 구매 가능성 등의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알코올음료의 제조 및 유통은 별도의 법령을 기준으로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주류의 온라인 유통과 관련된 사항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주 등의 예외를 제외하고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주류 온라인 유통과 관련된 규제들을 살펴봄과 동시에 온라인으로 주류를 유통할 수 있는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주류 온라인 유통의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주류 유통의 체계
주류에 대한 대한민국의 법률은 「주세법」과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로 나뉘어져 있다. 「주세법」은 1949년 제정되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법률로 과거 주류의 제조, 판매, 주세의 과세요건 및 절차 등 주류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법률이었다. 2021년 법률의 체계성 개선을 위해 기존의 주세법은 현행 「주세법」과 신설된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로 분리되었다. 현재의 「주세법」에서는 주세의 과세 요건 및 절차와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며, 신설된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주류의 제조 및 판매와 관련된 면허, 기준, 절차, 주류의 검정 등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에서 주류는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한 자만 주류를 제조해 판매할 수 있다. 주류제조업은 주정 및 각 주류별 시설기준을 충족해야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주류제조업자는 소비자에게 직접 주류를 판매할 수 없으며, 주류도매상을 통해 주류를 유통할 수 있다. 다만, 소규모주류제조자의 경우 영업장 또는 제조자가 직접 운영하는 다른 장소의 영업장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주류의 판매는 주류판매업면허를 취득한 자만이 가능하며, 주류 또는 주정 도매업, 주류수출입업, 주류중개업, 주류 또는 주정 소매업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중 주류수출입업의 경우 주류 도매상을 겸할 수 있으며, 주류 도매업자의 경우 소매업자에게는 판매할 수 있으나 최종 소비자에게는 판매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주류 도매상은 ‘종합주류도매업자’를 말하는데, 각 지역별로 면허의 수가 정해져 있으며 대부분 해당 지역의 소매상에게 주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주류판매업 면허와 관련된 사항은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주류 판매업면허)에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주류의 통신판매
현재 우리나라의 주류 통신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다만, 전통주 및 지역특산주의 경우 예외로 통신판매가 허용되고 있다.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해서는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서 규정하고 있다. 주류의 통신판매란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2조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3조에서는 주류의 통신판매자를 할 수 있는 자를 전통주 등과 직접 조리한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주류 및 최근 도입된 스마트 오더 방식의 판매로 한정하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스마트 오더는 온라인으로 주문시 수령할 주류판매장을 지정하고 직접 수령하는 방식을 말한다.
통신판매 또는 온라인 판매는 일반적으로 최종 소비자가 통신수단(웹사이트, 앱, 전화 등)을 이용해 물품을 구매하는 것을 지칭한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소매업자 또는 통신판매를 할 수 있는 제조자가 최종소비자에게 물품을 배송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이때 구매와 물품의 인도에 있어 시간적, 공간적 차이가 존재하게 되며, 구매자와 수령하는자가 다른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품을 지금 웹사이트에서 구매했지만 실제 물품은 배송을 거쳐 내일 집 앞으로 배송되어 수령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구매자가 속한 지역의 유통망이 아닌 타 지역에서 유통되는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고, 구매자(주문자)와 수령자가 다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주류와 같이 구매의 제한이 존재하고, 행정 및 법률적으로 관리의 대상이 되는 물품의 경우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럽, 북미,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주류의 통신판매와 관련된 여러 규정이 있으며, 국가에 따라 허용되는 정도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주류 온라인 판매 제도의 해외 사례
미국의 경우 통신판매에 관한 면허의 발급권이 각 주에 있다. 이에 따라 주별로 통신판매에 대한 허용 여부와 주종에 따른 허용 범위가 다르며, 배송에 관한 사항들에 대한 규정도 다르다.
앨라배마주의 경우 소비자에게 주류를 직접 배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령인 괌, 푸에르토리코, 버진 아일랜드의 경우 주류의 직접 배송이 허용된다는 규정이 없다. 아칸소주는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구매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의 경우 주류 구입 시점에 반드시 소비자가 입회해야 하며, 델라웨어 주의 경우 주류를 도매업자에게 배송한 다음 소매업자를 통해 배송해야 한다. 미시시피 주는 소비자가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구매한 뒤 주 내의 소매업체를 통해 배송하도록 한다. 로드 아일랜드 주에서는 소비자에게 주류를 배송하려면 구매 시점에 반드시 소비자가 입회해야 하도록 한다. 유타 주는 와인 구독프로그램을 통한 구매는 가능하지만 주 내의 상점 또는 포장 대행사에서 직접 수령하도록 하고 있다.
주종에 관해서는 플로리다, 하와이, 켄터키, 네브래스카,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워싱턴 D.C.는 모든 주종의 직접 배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델라웨어, 매사추세츠, 몬태나,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버몬트, 버지니아 등 7개 주는 맥주와 와인만 직접 배송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코네티컷, 뉴저지는 와인, 사이더, 미드의 배송을 허용하고, 뉴 멕시코는 와인과 사이더를, 오리건 주는 맥주, 와인, 사이더의 배송이 가능하며, 나머지 주의 경우 와인의 직접 배송만 허용하고 있다.
맥주는 총 13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며, 와인은 앨라바마, 오클라호마, 유타주를 제외한 지역에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주는 다른 주에서 생산된 주류를 직접 배송할 수 있으며, 개인이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주류의 양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유럽은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를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맥주, 와인, 증류주 등 폭넓은 주류의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주류의 통신판매를 대면 판매와 동일하게 허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점포 면허와 함께 면허를 보유한 점포 관리자를 두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89년 통신판매주류소매업면허를 신설 도입하고, 수입 주류 및 3,000kL 이하로 생산하는 소규모 국내 주류의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온라인 판매가 완전 허용되는 시장으로 주종 등에 대한 제한이 없다.
온라인으로 주류를 구매할 때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 우려가 존재한다. 해외의 경우 주류의 온라인 유통은 각 나라별로 세부적인 차이는 있으나 배송 시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통해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일을 방지하고 있다.
주류 온라인 판매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새로운 기회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전통주 및 지역특산주 등을 제외한 모든 주종의 온라인 판매 또는 배달을 통한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다만 온라인 주문 후 소매점에서의 픽업과 음식에 부수한 주류의 배달만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류 업계에서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와 관련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류 도매상과 소매상에서는 전통적인 주류 유통체계의 붕괴로 인한 유통산업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이 오프라인의 마트와 시장, 백화점 등 전통적인 유통시장의 약화로 이어졌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로 인한 유흥시장 축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형 양조장 등은 소비 절벽의 탈출구로 온라인 판매를 바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유통 장악력이 낮은 소규모맥주제조자의 경우 판로 확대가 쉽지 않아 온라인 판매가 판로 확보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주류의 온라인 유통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장의 혼란을 막고, 대기업 또는 대형 유통업체에 의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따라서 맥주, 그중에서도 소규모맥주제조자를 중심으로 한 크래프트 맥주의 온라인 판매를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WTO 체제의 특혜금지 및 내국인대우와 관련된 검토 및 세계 각국과 체결한 FTA 위반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WTO와 양자 간 무역협정인 FTA의 경우 동일 상품에 대한 수입품과 국산품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특혜에 관해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 제조자(여기서는 소규모맥주제조자가 될 수 있다)가 양조한 맥주에 관해서만 온라인 판매의 길을 열어줄 경우 맥주 시장 또는 발효주의 온라인 판매 시장을 급작스럽게 수입 주류에도 개방하게 되어 시장 충격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국제 무역 관계 속에서도 자국의 전통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는 보장되는 만큼 이를 활용해 맥주가 지역 특산주로 편입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온라인 유통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2021년 2월 8일 사단법인 한국수제맥주협회와 수제맥주 업체 41개사가 공동으로 수제맥주의 온라인판매 허용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영세한 소규모맥주제조자들이 비대면 시대에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하고, 대형 업체가 아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이 소규모맥주제조자에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코로나로 인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린 수제맥주 업체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영업제한으로 수제맥주 업체 50% 이상이 직원의 휴직 및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며,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50%-90%까지 감소하면서 존폐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맥주제조자들에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다면, 편의점,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망에 입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규모 업체들이 판로을 얻을 수 있으며,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수제맥주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류의 온라인 판매 허용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주류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지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양조장의 맥주 소비 기회가 주어짐으로써 소비자의 후생 증가와 함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
국세청(www.nts.go.kr)
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www.ncsl.org)
Report on the alcohol laws in EU Countries(Daša Kokole, Rok Primožič and Lukas Galkus, APYN)
LICENSE FOR HANDLING ALCOHOLIC BEVERAGES IN JAPAN(www.smejapan.com)
Editor: 장명재 Myungjae 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