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n CHào Bia
Xin CHào Bia* 베트남은 요즘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이자 가장 탄탄한 지역 경제를 갖춘 곳 중 하나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지금,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역 경제의 발전에 힘입어 베트남은 현존하는 맥주 시장 중 가장 역동적인 크래프트 맥주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성한 소문
베트남 크래프트 맥주를 처음 접한 것은 2016년 홍콩 ‘비어토피아’에서였는데, 그곳에 사이공 출신의 파스퇴르 스트리트(Pasteur Street)와 하트 오브 다크니스(Heart of Darkness)가 부스를 열고 있었다. 당시 나는 베트남에도 크래프트 비어가 퍼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후 몇 년간 나는 주류업계의 친구 및 지인들에게 베트남, 특히 사이공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에 대해 들었지만, 그 현장을 직접 볼 기회는 없었다.
어쩌다 베트남에 오게됐나
지난 십 년간 나는 미국 크래프트 맥주를 전 세계에 퍼뜨리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18개월 동안 서울에 거주하며 일하기도 했는데, 그 후 2016년에는 발라스트 포인트의 국제 무역을 맡게 되어 홍콩에 거주하게 되었다. 발라스트 포인트에 관해서는 기사를 하나 더 써야 할 정도로 할 얘기가 많지만, 어쨌든 2019년 6월부로 발라스트 포인트를 떠나게 되었다. 방콕에 있는 집에서 직업적 대안을 모색하던 도중, 사이공 하트오브다크니스 브루어리의 창립자이자 경영자인 존 펨버튼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로 인해 2019년 8월에 나는 처음 베트남에 가게 되었다.
첫인상
사이공이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느낌이 있다. 사이공은 60년 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60년대부터 1975년까지 미국 문화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아오면서 빠른 근대화를 겪었다. 공항에 도착해 호텔로 가는 택시에서 느낀 첫인상은 내 생애 처음 본 수많은 오토바이가 부화기의 연어 떼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맥주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맞겠다.
조사해보니 D1(중앙 경제 지구)에는 크래프트 맥주에 집중하는 가게들이 꽤 있었다. 몇 군데에 가서 하트 오브 다크니스, 테테, 파스퇴르 스트리트, 플래티넘, 윙킹 실, 퍼지로직, 이스트 웨스트같은 브루어리들의 맥주를 시음해보았다. IPA부터 사워, 라거, 스타우트까지 모든 범위의 스타일을 다루고 있었다. 대개 그렇듯 IPA가 대다수 브루어리들의 간판 맥주였고, 소비자들도 IPA를 주로 찾았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미국 파인트(473㎖)가 기본인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330㎖가 생맥주의 기본 제공량이라는 것이었다. 평균적으로 그 한 잔의 가격은 5,000원 정도였다. 이 정도면 좋은 가격이었지만,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하이네켄인 비아사이공이나 333이 600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비싼 가격이기는 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IPA를 포함한 많은 맥주의 ABV가 6.5%에서 7.5% 정도였다는 것이었는데, 2015년 즈음의 미국과 느낌이 비슷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473㎖ 대신 330㎖가 기본인 것이 적당한 듯싶다.
베트남 맥주 시장을 알아가다
베트남 크래프트 맥주의 고향은 브루어리에 있어서나 소비자에게 있어서나 사이공이다. 부분적인 이유로는 앞서 얘기했던 사이공의 국제적인 특징이 있겠지만, 사이공의 평균 수입이 베트남에서 가장 높다는 이유도 한몫한다. 거기다 사이공은 베트남으로 이주하면서 크래프트 맥주를 향한 갈증도 함께 가져온 이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과 새로운 경험을 반기고 최근의 경제적 성공을 즐기려는 거주민들의 성격이 합쳐지면서 사이공에서는 활발한 요식업 시장이 발달했는데, 크래프트 맥주도 그 주축의 하나이다.
이주민 소비자들은 베트남에서 여전히 맥주 시장의 큰 부분을 이루지만, 최근의 시장 성장은 베트남인 소비자들의 영향이 크다. 이주민에서 현지인으로 소비자 집단이 옮겨가는 것은 브루어와 소비자를 통틀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처럼 베트남 소비자들은 주로 양보다 질을, 일상적인 것보다는 흥미로운 것을 찾는 젊은 전문직들이다. 또 한국인과 비슷하게 베트남 사람들은 아주 사회적이며 먹고 마시는 데에 수시간을 할애해 그룹으로 행동한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베트남에서는 전통적으로 야외의 작은 스툴에 앉아 맥주를 마신다는 것이다. 따뜻한 기후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사이공이 베트남 크래프트 맥주의 수도이기는 하지만, 베트남에서 유일한 곳은 아니다. 하노이를 포함해 다낭과 호이안에도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다수 있고, 어느 도시에서나 크래프트 맥주 바는 찾을 수 있다. 크래프트 맥주는 도심 속 다이닝에서부터 바닷가 바까지 다양한 곳에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시장에서는 1% 아래에 있으니 아직은 성장 초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매 시장에서도 크래프트맥주는 여전히 작은 보틀샵에서만 찾을 수 있지만, 점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도 보인다. 대형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편의점에서 크래프트 비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크래프트로의 새 여정, 하트 오브 다크니스
8월에 처음 사이공으로 갔을 때, D1 탭룸에 가서 탭에 있던 20종의 맥주를 모조리 시음했다. 전반적으로 모든 스타일의 맥주들이 아주 훌륭했다. 샌디에이고에서도 충분히 있을법한 맥주가 사이공에도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베트남에서처럼 생긴지 얼마 안 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2014년경부터 시작되었다) 동참하고 싶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크래프트 맥주의 흥미로운 부분은 맛의 여정을 떠나게 해준다는 부분에 있는데, 하트 오브 다크니스에서 1년에 맥주 100종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그 부분은 충분히 가능하다.
조지프 콘래드의 저서 <하트 오브 다크니스(1902)>는 이 브루어리의 이름에 영감이 된 책이다. 이 책은 콘래드가 1890년대에 아프리카 콩고강 위쪽으로 떠났던 여행을 이야기하며 삶의 양면성을 그려낸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여행과 탐험을 표방한다. 해당 책은 1979년 영화인 <지옥의 묵시록>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하트오브다크니스의 맥주는 베트남 미식의 깊은 역사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베트남의 열대 과일이나 허브들을 실제로 맥주에 사용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최근 출시한 맥주에는 포멜로, 금귤, 칠리, 오이, 패션프루트를 포함한 다양한 원료가 들어갔다.
창립 4년째인 올해, 하트 오브 다크니스는 이미 다양한 수상경력을 갖추었으며 뉴질랜드, 일본, 홍콩, 싱가포르, 영국, 그리고 한국 부산의 고릴라 브루잉 등 여러 브루어리와도 컬래버레이션 브루잉을 진행하고 있다.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는 우리의 목표는 지역의 전력이 되는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브루어리가 되는 것이다.
EDITOR
크리스토퍼 토마스 로버츠 Christopher Thomas Roberts
베트남 하트 오브 다크니스 브루어리의 사업개발팀장이다. 그전에는 미국 크래프트 맥주를 수출하는 글로벌크래프트코리아의 대표였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출신으로, 국제정치학, 응용경제학 법학을 공부했다. 이후 뉴욕 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