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켈러를 꿈꾼다 대한민국 대표 집시 브루어리, 셉템버 브루잉 이다안 대표
한국의 미켈러를 꿈꾼다 대한민국 대표 집시 브루어리, 셉템버 브루잉 이다안 대표 인터뷰
집시 브루어리(Gypsy brewery)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말 그대로 자체 브루어리 없이 여러 브루어리를 떠돌아 다니며 위탁 양조를 하는 맥주 회사를 일컫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미켈러(Mikkeller)도 집시 브루어리 중 하나다. 집시 브루어리의 가장 큰 장점은 장소의 구애 없이 기존 브루어리들이 할 수 없는 다양한 실험과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척박한 대한민국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서 독보적인 집시 브루어리로 자리잡고 있는 셉템버 브루잉(September brewing)의 이다안 대표를 만나 셉템버 브루잉과 최근 오픈한 이태원 구월당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삶의 감성이 충만한 감성맥주를 만드는 셉템버 브루잉의 이 다안이다. 기계적인 맥주가 아닌 저마다 스토리가 존재하고 그 안에 삶의 희로애락이 존재하는 맥주를 만들고자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Q 집시 브루잉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집시 브루잉을 시작하 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크래프트 맥주 사업을 하기 전에는 미국에서 건축가로 일을 했다. 2000년대 초반 뉴욕에 살았는데, 그 때 처음으로 홈브 루잉을 시작했다. 원래부터 술을 좋아했고, 나만의 레시피를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크래프트 맥주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브루어들과 달리 적은 자본으로 시작하다보니 처음부터 브루어리를 짓는 것이 어려웠다. 다행히 도움을 주 신 여러 브루어리들 덕분에 2014년 첫 상업양조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세 군데 브루어리를 옮겨 다니며 8가지 맥 주를 만들었다.
Q 셉템버 브루잉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왜 맥주를 즐기는 사 람들이 셉템버 브루잉의 맥주를 찾아 마셔야할까?
A 셉템버 맥주는 유일무일한 독특함을 갖고 있다. 셉템버에서 만드는 모든 맥주에는 저마다 이색적인 스토리가 있다. 이른 바 감성맥주라고 부르고 싶다. 최근 크래프트 맥주에서 중요 한 것은 ‘브랜드’다. 명확한 브랜딩을 가지고 고객과 활발히 소통하는 온라인 채널이 함께 맞물려 움직일 때 소비자의 선 택을 받는다. 셉템버는 6300여명의 SNS채널 팔로워를 보유 하고 있다.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새로운 양질의 맥주를 만들어 성원에 보답하고 있다.
Q 상업양조를 시작하고 난 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원칙은 무엇인가?
A 맥주 메뉴는 적자생존 원칙을 따른다. 셉템버의 새로운 맥주 에 열광해주시는 고객들을 위해 1년에 상시 4종류, 계절 레시 피 2가지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맥주는 총 6가지이다. 이 중에 소비자 반응이 좋아 살아 남는 레시피는 계속 생산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아쉽지 만 사라질 것이다.
Q 셉템버 브루잉을 창업하고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무 엇이었는가?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려달라.
A 집시 브루어리의 고난은 계약 양조를 하고 있던 브루어리의 폐업 소식이다. 만들었던 맥주를 세 번이나 전량 생산 중단하 는 일이 있었다. 정말 속이 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좋은 브루어리를 소개받을 수 있었고, 다시 생산을 재개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면 품질관리가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 다. 몇몇 맥주 애호가들은 셉템버 브루잉의 시그니처 맥주인 화양연화의 맛이 왜 조금씩 달라지느냐고 묻는다. 그런 분들 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크래프트 맥주는 생산 량이 적어 맛이 꾸준히 변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단점이 아닌 크래프트 맥주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Q 이태원에 셉템버 브루잉의 맥주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크래 프트 맥주 펍 ‘구월당’을 오픈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A 작년 한 해 동안 크래프트 맥주와 펍이 가야할 방향에 고민이 많았다.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은 ‘고품질의 맥주를 저렴한 가격 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오랫동안 거래를 해왔던 전 팁시하우스(Tipsy house) 펍 대표님과 의기투합을 하게 됐고, 이태원 지역에서 셉템버 브루잉만의 맥주를 독점 판매하는 구월당으로 신장 개업할 수 있었다. 셉템버 브루잉 에서 생산과 유통을 전부 도맡기 때문에 유통마진을 절감하 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
Q 이태원에는 이미 크래프트 맥주 펍이 즐비하다. 그들과 비교 할 때 구월당만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A 첫째는 이태원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셉템버 브루잉만의 독 특한 맥주를 구월당에서는 즐길 수 있다. 총 6개의 셉템버 브 루잉 맥주 탭과 그 때 그 때 1개의 게스트 맥주 탭을 운영한다. 둘째는 저렴하지만 품질 좋은 맥주다. 구월당에서 파는 피치 에일은 355ml 한 잔에 4500원에 불과하다. 이태원 어디에서 이 가격에 질 좋은 크래프트 맥주를 마실 수 있겠는가? 셋째는 거창하지 않고 가벼운 안주이다. 여기저기서 햄버거, 피자, 치킨을 안주로 취급하는데 구월당에서는 5000원대의 게튀김, 고추튀김 등을 판매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이 맛있고 저렴하게 크래프트 맥주와 안주를 즐기고 국산 크래 프트 맥주의 놀라운 진가를 알아갈 수 있는 아지트가 되길 희 망한다.
Q 앞으로 셉템버 브루잉과 구월당의 계획이 궁금하다.
A 현재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유행에 굉장히 민감한 사 람들이 주로 즐기는 독특한 시장이다. 지금은 시장이 형성되 는 단계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매우 특 이하고 비싼 수입맥주가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대중적이고 가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크래프트 맥주가 자리를 잡을 것이다. 셉템버 브루잉과 구월당은 극소수의 마니아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크래프트 맥주를 접하고 즐길 수 있 도록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러나 품질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현재 많 은 파트너들과 브루펍 운영, 브루어리 신설 등 다양한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정신 없이 바쁘지만 항상 소신을 잃지 않고 정 직하게 장사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비어포스트 공식 질문 드리겠다. 이다안 대표에 게 맥주란 무엇인가?
A 내게 맥주란 ‘삶의 전부’이다. 워낙 소규모로 사업을 하고 있 어서 흔한 영업사원 한 명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그 어떤 대형 브루어리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라도 내장산의 태양초 고추를 이용해 맛든 고추 사워 에일처럼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맥 주를 계속 만들 것이다. 그리고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할 것이 다. 더 많은 사람들이 셉템버 브루잉을 알게 되는 날까지 노력 하겠다.
EDITOR_오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