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가장 신선하고 트렌디한 맥주가 있는 곳, 공덕동에 문 연 미스터리 브루잉 컴퍼니
서울에서 맥주 좀 마셔봤다 하는 이들 중에 ‘퐁당’과 지금은 사라진 ‘사계’라는 펍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의 사장 둘이 내로라하는 어마어마한 맥덕이라는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8월 18일 공덕에 새로 문을 열게 된 ‘미스터리 브루잉 컴퍼니(MysterLee Brewing Company)’는 이 둘이 협력하여 만들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오픈 전부터 대단한 이슈가 됐다.
미스터리 브루잉 컴퍼니는 ‘퐁당’의 이승용 대표와 ‘사계’, ‘파이루스’의 이인호 대표가 합심하여 만들어진 브루어리 겸 펍이다. 자세히 보면 ‘미스터리’의 철자(MysterLee)가 어딘가 이상함을 알 수 있는데 단순히 두 명의 이씨(Mr. Lee)의 양조장이라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의 로고 또한 그저 대문자 L의 손 모양을 나타낸 것이고 말이다.
두 대표는 사실 오래 전부터 언젠가 같이 양조장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왔다고 한다. 서로 각자의 가게를 운영하며 크래프트 맥주씬에 있다 보니 여러 미수입 맥주를 접하게 되고, 그러다가 미국을 가게 되고, 여러 브루어리를 거치며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은 끝에 미스터리를 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추구하는 바는 미국 크래프트 맥주의 그것과 굉장히 밀접하다.
이인호 대표 : 저희의 주요 목표는 저희가 미국에서 마시고 감동받았던 맥주들과 같은 퀄리티의 맥주를 만드는 것이에요. 트릴리움(Trillium)의 IPA라든지 드 가르드(De Garde)의 사워처럼 말이죠. 그 중 특히 IPA를 잘 만들고 이곳은 외부에서부터 브루어리나 펍이란 느낌보단 깔끔한 카페, 혹은 모던한 레스토랑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통유리로 된 벽, 높은 천장과 흰색 타일로 이루어진 바닥 등 전체적으로 밝고 세련된 느낌이랄까. 다소 어둑어둑한 분위기의 여타 크래프트 맥주 펍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이승용 대표 : 의도적으로 그랬어요. 다들 너무 인더스트리얼한 느낌만을 강조하는 듯해서 저는 뭔가 그런 것에 서 의도적으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클래식하고 모던하게 꾸며봤죠. 오픈 주방을 통해서 음식도 신경 쓰고 있다 하는 느낌도 주고 싶었고요. 어쨌든 좀 다른 모양새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스터리 브루잉 컴퍼니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 달라는 말에는 두대표 모두 ‘도심에서 가장 신선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공덕에 위치하게 된 것, 브루어리임에도 유통은 하지 않고 오직 이 곳에서만 맥주를 판매하기로 정한 것 등은 모두 이러한 모토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승용 대표 : 요새 미국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맥주들은 유통을 잘 안 해요. 맥주를 출시 할 때면 브루어리 앞에 줄 서서 맥주를 직접 사가는, 그런 곳들이 많아졌죠. 브루어리를 떠난 맥주들이 퀄리티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신경을 쓰기가 힘든데다 맥주는 돌아다니다보면 필연적으로 맛이 변하곤 하니까요. 더군다나 뉴 잉글랜드 IPA같이 홉이 주가 되는 맥주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저희 맥주는 저희 브루어리에서만 판매하기로 했어요.
미스터리는 맥주의 4가지 재료인 물과 맥아, 홉, 효모에서 영감을 얻어 총 4가지 시리즈의 맥주를 만든다고 한다. 효모에서 영감을 얻은 Mr. Purple은 팜하우스 에일이나 사워를, 물에서 영감을 얻은 Mr. Yellow는 라거 계통의 맥주를, 맥아에서 영감을 얻은 Mr. Black은 포터와 스타우트를, Mr. Green은 IPA와 같은 홉이 주가 되는 맥주를 나타내는 식으로 말이다. 여기서 미스터리만의 재밌는 점은 한 가지 맥주를 고정적으로 만들지 않고 그때그 때의 홉 수급이나 여러 상황에 맞게 계속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승용 대표 : Mr. Green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가지의 맥주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에요. Mr. Green 페일 에일, Mr. Green IPA, Mr. Green 더블 IPA 이런 식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 갈 거구요. 또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같은 맥주는 아니에요. 저희는 계속 바뀔거에요.
도수는 같은데 홉이 바뀐다던가. 이런 것들이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는 묘미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시그니처 맥주 같은 고정 라인업도 만들지 않을 거에요. 손님들이 정 매우 맘에 들어 하는 배치가 나온다면 홉 수급이 됐을 때 다시 만들려나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나 이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한 결 같이 명확했다. 자신들이 원하고, 자신들에게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것. 돈을 더 써서라도 좋은 재료, 희귀한 재료를 구해 아낌없이 사용해서 맥주를 만드는 것이 이들이 미스터리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이라고 한다.
이승용 대표 : 모든 말을 떠나서 결국 맥주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봐요. 이취(Off-Flavor) 같은 것은 당연히 없어야 하고요. 제가 맥주를 먹어오는 동안 쌓아온 제 나름대로의 기준에도 맞아야 하고요. 그래서 잔 같은 세세한 부분에도 많이 신경을 썼어요. 음식도 물론이고요.
이인호 대표 :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맥주가 팔릴까? 하며 현실이랑 타협을 하려 들곤 하거든요. 저는 그러고 싶진 않아요. 내가 맛있고, 마시고 싶은 맥주, 우리가 원하는 맥주. 그런 것을 만들고 싶어요. 음식도 우리나라의 브루어리나 펍 중에선 제일 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요. 그런걸 통해서 비정기적으로 맥주와 음식을 페어링해서 내는 코스 페어링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오시면 아마 다른 곳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거에요. 전철역 가깝고, 공원도 앞에 있고, 주변도 쾌적하니까요. 맥주도 음식도 허투루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많이 좀 도와주세요(웃음).
EDITOR_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