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는 청량하고 상큼한 무등산이 있다 브루펍 ‘애프터웍스’ 윤현석 대표 인터뷰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동명동은 이 도시에서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예전 전남도청과 법원, 그리고 조선대학교가 둘러싸고 있는 오래된 고급 주택가 골목에 청년 창업자들이 개성 있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세워져 문화 예술적인 감각이 더해지면서 동명동은 광주의 트렌드 세터들이 찾는 상권으로 더욱 더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자리한 ‘애프터웍스(AFTERWORKS)’는 광주 지역에서 유일하게 크래프트 맥주를 직접 양조하여 판매하는 브루펍이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하여 양조 설비를 들이고 매장 공간을 꾸몄다. 오래되어 아늑한, 그래서 오히려 세련되고 낯선 동명동의 매력을 그대로 품은 애프터웍스는 무등산 필스너, 광산 바이젠, 동명 ESA 등 재미있게도 지역의 이름을 가진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브루어리 이름도 무등산이다. 아직 크래프트 맥주 문화가 낯선 광주에서 지역의 이야기
Q 지역 이름의 맥주가 돋보인다. 라인업 설명을 해달라.
A 광주에 오면 만날 수 있는 광주를 대표하는 로컬 맥주를 만드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그래서 처음부터 지역의 이야기와 재료를 담은 맥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깔끔하고 청량한 필스너의 특징을 전달하기 위해 깨끗하고 청아한 무등산의 이름을 붙였다. 평화 페일 에일은 그 맥주를 처음 만들어 잔에 따르는 날이 마침 5월 18일이어서 그 의미를 살리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다. 광산 바이젠은 광주 지역에서 나는 우리밀을 재료로 이용하여 만든 바이젠이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광주 광산구는 우리밀의 최대생산지다. 이제까지 광산 지역의 우리밀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화는 있었지만, 빵이나 건빵처럼 그다지 새롭지는 않은 상품들이 주였다. 그 밀을 사용하여 로컬 재료가 들어간 맥주를 만들면서 광주 지역만의 특색을 넣고 싶었다.
Q 로컬 맥주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는지?
A 이전부터 로컬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크래프트 맥주 사업을 하기 전에는 지역의 예술가, 사회활동가, 문화기획자 등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구축하는 문화 벤처기업을 운영했다. 그 이후에도 일반인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지역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었다. 크래프트 맥주를 생각한 것도 단순히 술을 팔거나 음식점을 내겠다는 의도보다는 맥주를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하고, 또 사람들이 이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Q 광주에서도 동명동을 선택한 이유는?
A 동명동은 광주 최초로 계획된 주택단지다. 일제 강점기에 광주가 행정중심지화 되면서 이곳 동명동과 충장로에 도청과 법원 등의 기관들이 세워졌는데 그때 그곳에서 일하던 일본인, 고위공무원, 법조인 등이 이곳 동명동에서 주택단지를 이루어 살았다. 그래서 동명동은 일본풍의 적산가옥들이나 고급 양옥집들이 많은, 말 그대로 부촌이었다.
80~90년대 이후 주거문화가 아파트로 옮겨가면서 이곳의 주택단지 가치가 다소 하락했는데, 그때 청년창업자들이 동명동 주택골목의 분위기를 살린 상점들을 하나 둘 열기 시작했다. 이곳의 상점들은 80% 이상이 30대의 청년창업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아직 프랜차이즈 상점으로 점령당하지 않아 어디를 가든 사람 손이 많이 간 음식과 제품들을 파는 곳이다. 이런 분위기가 우리가 생각한 맥주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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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맥주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가?
A 공동 창업자인 최진원 실장이 헤드 브루어 역할을 하고, 주변의 다양한 수제맥주 전문가들이 고문 역할을 해 주신다. 우리 맥주 중에서는 에일의 가장 기본이 된다고 생각했던 페일 에일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었다. 홉의 아로마를 살리는데 많이 애를 쓴 것 같다. 2주에 한번 정도 맥주 레시피 회의를 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지역 특산품을 맥주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최근에는 수박을 맥주 재료로 쓰기로 아이디어를 냈다. 원래 무등산 수박이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크기나 외형 때문에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수박을 지역 영농조합에서 제공받아 붉은 빛이 돌고 바디가 약간 묵직한 시즈널 에일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애프터웍스의 음식을 추천한다면?
A 애프터웍스의 음식은 최대한 인공조미료나 가공된 식재료를 배제하고 소스까지 손수 만드는 슬로우 푸드를 추구하고 있다. 초반에 메뉴를 기획할 때 맥주와의 마리아주를 고려한 안주를 고민하던 끝에 피자와 파스타와 같은 이태리 음식을 중심으로 메뉴를 만들었다. 메뉴는 고정되어 있지만은 않고, 제철 식재료 등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바꾸어 나가고 있다. 사람마다 입맛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한가지만 추천하기는 어렵고, 크래프트 맥주를 양조하듯이 시간과 공을 들여 정성껏 만든 음식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라는 점은?
A 당연히 애프터웍스가 광주를 대표하는 로컬맥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른 도시에 여행을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들을 찾아 다니며 체험하듯이 우리 맥주도 광주에 가면 먹어야 하는 대표 로컬음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까지 지금의 펍 운영은 물론이고 맥주를 별도로 병입해서 판매하고, 혹은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시스템도 준비해보려고 한다. 맥주나 양조관련 이벤트 등을 통해 지역과 더 많이 결합할 수 있고, 크래프트 맥주를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도 가지려고 한다. 그렇게 점차 자리잡아서 옛날 시골 아저씨들이 마을 평상 위에 앉아 주전자 막걸리를 가게에서 받아와서 마셨던 것처럼 이 지역의 사람들이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애프터웍스의 맥주를 편안하게 찾았으면 좋겠다.
윤현석 대표는 그들의 맥주가 ‘광주에 방문한다면 마셔야 할’ 로컬 맥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얘기했지만 이 글을 보고 있는 맥덕이라면 무등산 브루어리의 애프터웍스를 만나기 위한 목적만으로 광주에 가도 좋을 것이다. 그들이 선보인 무등산 필스너를 한 모금 맛보는 순간, 이제껏 필스너에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상큼한 아로마가 다가오면서 무등산이 이렇게 청량하고 상쾌한 아로마가 있는 산이었던가 궁금해질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로컬 맥주를 통해 그 지역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방식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EDITOR_이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