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브루잉, 컬래버레이션의 왕
“왜 협업인가?”
한국에서 다른 양조사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답은 꽤 간단하다. 나는 수많은 양조사 또는 양조장과 함께 일했고, 처음 만나는 양조사와 일할 때마다 이전에 몰랐던 것을 배우게 되었다. 모든 양조사에겐 각자의 방식이 있고, 당신이 얼마나 좋게 혹은 나쁘게 생각하든 간에 그들에게서 무언가는 배울 점이 있다. 심지어는 그게 반면교사일지라도 말이다. 다른 양조사와의 협업은 나를 훨씬 더 괜찮은 양조사로 만들어 주었고, 그에 따라 우리 고릴라 양조 팀도 더 나아졌으며 우리 맥주 또한 마찬가지다.
협업 중에 양조사들이 지적해준 점 중 일부는 내게 교육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캡틴 로렌스 브루잉 컴퍼니의 저스틴 스터지스와의 초기 협업작 중 하나가 좋은 전형이다. 양조 중에 그가 나에게 우리 양조장의 디자인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했고, 우리는 파이핑에 약간의 변형을 줌으로써 볼라우핑(vorlaufing, 재순환을 뜻하는 독일어로 맥즙에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잔여물을 거르는 과정)과정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산화를 제한할 수 있었다. 방열부 산화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품질 이슈처럼 보일지 몰라도, 맥즙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최후에 양질의 결과물이 나오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고릴라는 협업으로 시작했다. 런던의 크레이트 브루어리의 헤드 브루어인 칼럼 베넷은 한국으로 건너와서 앤디와 내가 브루어리를 여는 데 도움을 주었고, 초기 배치 양조를 몇 번 지켜봐 주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2주 머물며 브루어리를 함께 만들었고, 고릴라의 초기 레시피 중 일부를 함께 개발하기도 했다. 영국에 갈때면 언제든 나는 크레이트 브루어리에 연락해 칼럼과 그의 팀을 만나곤 하며, 협업작을 두 번 내기도 했다.
여러 사람과 많은 협업을 경험하며 가장 좋았던 때를 꼽으라면 쉽지 않겠지만, 미시간의 그랜드 래피즈에서 진행한 시티빌트(The City Built)와의 협업이 최고의 예가 될 것 같다. 덴버에서 열렸던 CBC로 향하던 중 우리는 그랜드 래피즈에 잠깐 들러 몇몇 양조장과 친구들을 방문했다. CBC 차 미국에서 만났던 양조사 한 명과 시티 빌트의 헤드 브루어가 협업하여 레시피를 만들었다. 양조하던 날, 나는 한걸음 물러서서 앤드류(고릴라의 양조사)와 데이브(시티 빌트의 헤드 브루어)가 양조하는 것을 지켜보며 시티 빌트의 라인업을 즐겼다.
앤드류는 종일 데이브의 지혜를 빌렸고 크바익(Kveik) 효모를 사용하는 팁도 배웠다. 길을 따라 나오는 증류소로 소비한 곡물을 운반하는 동안 그랜드 래피즈의 크래프트 위스키를 맛보고 케틀(kettle)의 재킷(jacket)에 난 구멍이 어떻게 생겼는지까지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때가 크바익(Kveik) 효모를 사용한 첫 번째 양조였고 이제 크바익은 확실히 내가 가장 선호하는 효모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까지 네 번 정도 이 효모를 사용해 양조를 진행했고 앞으로 더 많이 사용해볼 예정이다.
협업을 통해 탄생한 최고의 맥주는 아마 최근이었던 듯하다. 칠홉스(Chillihops)의 닉, 그리고 랜치 브루잉 컴퍼니(Ranch Brewing Company)의 프레드와 함께 양조한, 놀랄 만큼 복잡미묘한 사워 IPA이다. 홉 선택부터 사워링 방법, 크바익(Kveik) 효모를 사용한 고온 발효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져 진정으로 유일한 맥주가 탄생했다. 크바익(Kveik) 사워 IPA에 첨가할 홉을 고르는 경험 역시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
또 다른 성공적인 3인조 협업은 구스 아일랜드의 다리오 슈토(Dario Sciuto)와 부산의 FM 커피(FM Coffee)와 함께였다. 우리는 케틀에서 사워링한 커피 맥주를 양조했는데, 매시부터 발효조까지 가능한 한 모든 양조 단계에서 커피를 첨가했다. 이 맥주로 다리오는 가장 많은 수상을 하게 되었다. 또, (영혼을 팔기 전의) 핸드앤몰트(Hand and Malt)의 브랜던 페너와 협업했을 때 역시 정말 특별한 맥주가 만들어졌다. 우리 홉 농장 두 군데에서 홉을 모아 웻 홉 더블 IPA(wet hop double IPA) 를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게 더 팜 프레시 IPA(the Farm Fresh IPA)이다.
이제까지의 협업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화요 프리미엄 소주와 함께 만든 맥주일 것이다. 운 좋게도 화요 프리미엄 소주를 숙성했던 빈 배럴을 좀 구했고, 1년 동안 그 배럴에 우리의 킹콩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숙성시켰다. 나는 배럴 에이지드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정말 즐기는데, 마셔본 것들 중 최고는 아니더라도 정말 괜찮은 맥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에서 첫 번째로 소주 배럴에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에이징한 양조장이 되어 정말 영광이고 큰 특혜였다고 생각한다. 서울 강남의 비어룸(Beerroom)과 고릴라에서 함께 만든 맥주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안재흥 CEO가 호피한 맥주, 심지어는 홉 폭탄을 아주 즐겼기에 ‘트리플 홉폭탄’을 함께 만들었고, 결과물은 여타 호피한 한국 맥주들과 달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 폭발이었다
한국 크래프트 맥주 산업은 사실 아직 영유아 수준이고, 소비자들은 이제 막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를 실험해보기 시작했다. 브룻 IPA(Brut IPA)나 배럴 에이지드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맥덕들뿐만 아니라 점점 주류 소비자에게도 유명해지고 있다.
해외 협업은 재료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고릴라가 한국에서 만들기 정말 어려웠던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 기회였다. 우리가 외국에서 만든 이런 관계들로 인해 다른 한국 브루어리보다 앞서 다양한 재료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한국 시장에 소개할 수도 있다. 시티 빌트와 함께 양조한 크바익(Kveik) 효모 맥주, 런던의 위어드 비어드(Weird Beard)와 함께 만든 크바익 트레인 투 부산(Kveik Train to Busan)을 통해 크바익(Kveik) 효모 사용의 경험치를 얻었고, 또한 한국에 그걸사용한 첫 맥주들을 소개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완전히 실패한 배치는 없었지만, 몇몇 맥주들은 예상했던 그대로 나와주지는 않았다. 런던 크레이트 브루어리에서 김치를 이용해 맥주를 케틀 사워링을 했던 것은 흥미로운 시도였지만 계획대로 잘 나오진 않았고, 드라이 호핑을 하고 나니 맛이 좋아졌다. 크레이트 브루어리는 아직도 호피 사워 맥주를 만들지만 거기에 김치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갈매기 브루잉의 라이언과의 협업은 예상 밖의 결과로 완전히 망치게 됐고 라이언은 아직도 내가 실수했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계속 내게 마시게 했던 갈매기 IPA를 탓하고 싶다.
한국 크래프트 맥주의 기호는 변하고 있고, 우리는 양조사로서 시장을 따라가기만 할 게 아니라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 새롭고 독특하고 흥미로운 맥주를 만드는 것이 소비자들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또한 그들이 원하는 바다(그들이 원한다는 것을 아직 스스로는 모르겠지만). 국내외 다른 양조장과 실험하는 것이 양조사 자신과 양조장을 키우고, 미래 크래프트 맥주 소비자를 키우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