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높은 재료로 과학적인 양조 함께 하시죠, 맥주 재료 수입사 비전바이오켐 국명표 전무
폭염과 장마가 오락가락하던 7월 중순 경기도 광주의 한 냉장 창고. 액션 영화에서 악당들이 주인공을 납치해 가둘 것만 같은, 천청이 높고 어두 침침한 창고에 들어서자 순간 닭살이 돋을 만큼 강한 한기가 몰려든다. 창고 안 박스마다 들어 있는 것은 홉 펠릿(pellet). 홉을 말려 압축해 만든 작은 덩어리다.
미국의 야키마홉(Yakima Hop), 독일 조바스앤손(Joh.Barth&Sohn) 등으로부터 홉을 수입해 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비전바이오켐의 국명표 전무는 “홉은 정말 예민한 맥주 재료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비전바이오켐은 지난 1988년 설립돼 프로바이오틱스, 미네랄·비타민 강화 효모, 소화보조 효소 등 건강기능식품 원료와 사료, 발효공업용 원료 등을 수입하고 제조 판매하는 바이오 재료 전문기업. 맥주와 관련해서는, 세계 최고수준의 품질로 알려져 있고 규모를 막론해 국내 대부분의 브루어리가 사용하고 있는 바이어만(Weyermann) 몰트의 독점 공급사이자 홉, 효모, 효소 등을 두루 수입하고 있다.
냉장 보관으로 홉의 품질을 유지
국명표 전무는 “맥주가 오래되거나 고온에 보관됐을 때 홉의 맛과 향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며 “홉은 맥주에 들어가기 전 수입과 유통단계에서도 관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반드시 냉장 보관을 하고 유통기한이 3년이지만 생산 1년 안에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일정 분량 이상 주문할 경우 직원이 직접 냉장 직배송까지 진행한다
비전바이오켐이 아직은 국내 시장이 크지 않은 홉을 냉장 보관, 유통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바이오 재료들
과 홉을 함께 창고에 보관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 국 전무는 “홉만 수입하는 개인이나 업체들은 비용 문제 때문에 냉장 보관을 통한 품질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비전바이오켐만 냉장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틸리티를 다른 제품들과 공용으로 쓰다 보니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가격 경쟁력까지 가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맥주 재료 비즈니스 쪽에서는 품질 관리, 가격과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우리가 독보적”이라 강조했다.
비전바이오캠에서는 아타넘(Ahtanum), 아마릴로(Amarillo), 캐스케이드 (Cascade), 시트라(Citra), 퍼글(Fuggle), 할러타우 블랑(Hallertau Blanc) 할러타우 매그넘(Hallertau Magnum) 등 20여종의 홉을 다루고 있다. 국전무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다 보니 미국에서 유행하는 맥주에 사용된 홉이 인기를 얻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 해도 미국에서 주목 받는 모자이크(Mosaic), 심코(Simcoe), 시트라, 아마릴로 등이 품귀 현상을 겪고 있고 센테니얼(Centennial)은 아예 구하질 못할 정도”라고 했다.
좋은 재료를 최소한의 마진으로
국명표 전무는 오비맥주에 10여년을 근무하다가 2013년 11월 비전바이오켐에 합류했다. 맥주 제조사와 재료 수입사를 거쳐 오면서 ‘훌륭한 맥주 맛은 결국 재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무엇보다 절실하게 느껴왔다. 그는 “좋은 재료라는 것은 수율이 좋고 원하는 맛과 향, 컬러를 정확하게 겨냥해서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말한다”며 “좋은 재료를 쓰면 항상 균일한 맛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품질이 높은 재료는 더 비쌀 수밖에 없지만 비전바이오켐은 최소한의 마진을 통해 시장에 공급하기 노력하고 있다. 국명표 전무는 “바이어만 몰트는 저희가 본사로 공급받는 몰트 가격, 운송비, 세금 등 실비를 고객들에게 모두 공개하고 일정 퍼센티지의 마진만 붙일 정도”라고 말했다. 홉의 경우에도 일단 시장을 넓히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마진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과학적인 양조 함께 합시다”
비전바이오켐은 2004년 12월 생명공학 및 식품산업 소재의 연구 개발을 목적으로 자체 연구조직인 풍양 발효연구소를 설립했다. 풍양발효연구소에는 교반기, 항온항습 발효기, 원심분리기 등 각종 연구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에서 상업 맥주 생산 전 적은 용량으로 양조 실험을 해볼 수 있는 매싱 바스(mashing bath), 맥주의 쓴 맛의 정도(BU)과 컬러를 측정할 수 있는 흡광 광도계 등 맥주 제조에 유용한 장비들도 준비돼 있다. 여기에 석박사급 전문 연구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 전무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적인 품질관리”라며 “비전바이오켐은 크래프트 업계와 협업을 원한다”고 밝혔다. 고가의 장비를 개별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이 무료로 풍양발효연구소에 성분 분석을 의뢰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다는 것이다. 풍양발효연구소의 장비를 통해 맥즙이나 맥주의 당류, BU, 컬러 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고 알코올 측정 등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래프트 맥주 업계가 품질관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 과거 하우스맥주처럼 한 철의 유행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며 “이 업계의 모두가 같이 발전하려면 동반 협력이 필수라고 생각해 함께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