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네스 영업사원이 들려주는 양조 장비 이야기 변승문 대리 인터뷰 (feat. 김천수 대표)
맥주 산업을 설비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탄산음료와 같은 음료 산업과도 맞물려 있다. 제조 설비를 비롯해 병입이나 캔입과 같은 자동화된 패키징 장비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크로네스는 독일에 본사를 둔 음료용 장비 회사로, 한국 지사인 크로네스코리아는 1992년 설립되었으며 맥주 장비도 취급하고 있다. 그간 대형 맥주 회사에만 진출해있던 크로네스코리아는 5년 전부터 크래프트 맥주 산업에도 진출했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문을 두드린 끝에, 드디어 올해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신설 양조장에서 처음으로 크로네스 장비를 선보이게 됐다. 김천수 대표와 장비 영업을 담당하는 변승문 대리를 만나 향후 계획과 함께 장비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브루마스터의 장비 영업
장비 영업을 담당하는 변승문 대리는 ‘브루마스터’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맥주 공부를 위해 독일에 간 그는 뮌헨 근교의 양조장에서 2년 반 정도 일하고, 되멘스 아카데미에서 수료 과정을 거쳐 브루마스터 칭호를 얻었다.
양조 장비 영업이 전통적인 세일즈와 가장 크게 다른 것은 제품 자체가 고객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데다 기본적인 금액대가 높다 보니, 제품이 어떤 면에서 얼마나 좋은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대만에는 크로네스의 제품을 직접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은 박물관이 있는데, 이번에 계약을 맺은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측과도 직접 장비를 보기 위해 함께 대만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단순히 장비의 우수성만을 내세우기보다는, 고객의 입장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하고, 기계는 그다음 문제에요.”양조사라는 그의 이력은 그런 점에서 특히 유용하다. 전에 양조를 하던 사람으로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고객과 함께 고민하고, 실제 양조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를 이야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크로네스 장비인가
그러나 결국 제품의 우수성이 핵심적인 요인이다. 변승문 대리는 크로네스 양조 장비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오랫동안 쌓인 기술적 노하우를 꼽는다. 실제로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되며, 안전이나 위생 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파이프부터가 달라요. 파이프가 꺾이는 모션만 봐도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어요. 흔히 말하는 ‘인체공학적’ 방식으로 설계되는 거죠. 예를 들면, 보일러관 같이 위험성이 있는 부분은 사람 손이 쉽게 닿지 않도록 높은 곳에 설치합니다. 또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즉 사용할 수 없어 방치되는 공간을 만들지 않아요. 양조장의 특성상 습기가 많이 차기 때문에 청소를 해줘야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데, 데드 스페이스가 있으면 청소를 못 하게 되고 결국 위생이나 안전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는 또한 금액이 저렴하고 빠르게 제작된다는 점 때문에 최근 각광받는 중국 업체 장비와의 질적인 차이를 언급했다. 중국 회사의 경우 ‘엔지니어링’의 측면에서 장비 설계에 접근하기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무조건 설계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고객입장에서 일시적으로 만족스러울 수는 있지만, 결국 실제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안전, 위생, 효율성 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은 애초에 요구사항을 제시한 고객사에게로 향하게 된다. 좋은 설비 하나가 회사의 미래에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강조하며 그는 덧붙였다.
“왜 크로네스인지는 내년에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맥주로 만나보시면 정확히 알게 될 것입니다.”
한편, 예전에는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중국 업체들이 경쟁 반열에 오르면서, 크로네스코리아는 2015년에 중국 공장 OEM 생산을 시작했다. 가까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기존 가격보다 15%-20% 정도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객사는 독일과 중국 중 생산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생산 역시 독일 생산과 같은 방식 및 부품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부품은 사람이 아닌 기계가 만듭니다. QC(품질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에 품질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
변승문 대리는 현재 프로세싱 부문만 맡고 있지만, 나중에는 계약한 번에 프로세싱, 필링, 패키징, 그리고 건축까지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맡아주는 턴키(Turn-key) 전문가로 거듭나고 싶다고 한다.
이에 덧붙여 김천수 대표는 엔지니어로 구성된 LCS(Life Cycle Service) 팀을 꾸려,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기계 상태를 확인하고 컨설팅을 해주는 국내 서비스 조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안에 2기 정도 더 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국내 장비계의 명품 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6년 당시 20명 남짓이었던 직원 수는 현재 70명을 앞두고 있다. 변승문 대리는 2020년에는 본사의 도움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독립적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하던 김천수 대표의 말을 떠올렸다. 그의 말대로, 2년 전과 달리 지금은 자회사를 넘어 파트너로 거듭나는 것 같다고 한다.
“크로네스 본사의 햇빛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발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태양이 되었으면 합니다. 크로네스코리아의 향후 2년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