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내 천생연분, ATL코리아 임준택 대표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던 7월 어느 날, 신사동 모 펍에 맥덕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밸러스트 포인트, 노스 코스트 등 미국 크래프트 맥주 전문 수입회사인 ATL 코리아 임준택 이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는데요. 파티를 주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임이사 본인! "나이 쉰이 넘어야 인생이 풀릴 거라는 얘기를 여러 번들었습니다. 냉동 캡슐에 들어간 후 만 50세 되는 날 깨워달라고 할까,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버티다 보니 냉동 캡슐의 도움 없이도 무사히 만 50살을 맞이하게 되었네요."라며 '자축 파티'를 열게 된 사연을 설명했습니다.
파티 장소에는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요. ‘마시고 즐기는 그 순간에도 함께할 처지가 못 되는 분들에게 전달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모금함이었습니다. 임 이사는 "참석한 분들이 십시일반 모아주신 돈을 KTX 해고 승무원들에게 후원금으로 전달했다"라며 후일담을 들려줬습니다. 재미뿐 아니라 의미까지 톡톡히 챙긴 생일파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비어포스트에서는, 이 특별한 파티를 주최했던 임준택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비어포스트입니다. 먼저 무척 특별한 생일파티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준비된 술만도 무려 총 17만㏄에 달한다면서요.
A 반갑습니다. 임준택입니다. 더운 날씨 탓인지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 모여 조금 아쉬웠지만, 몇 년 전부터 공언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이번 같은 규모는 아니더라도 장소와 여건만 마련된다면, 포트럭 파티는 또 열어보고 싶네요.
Q 맥덕 중에서 밸러스트 포인트, 그중에서도 스컬핀IPA 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저도 스컬핀과 빅아이 IPA로 홉의 파워풀한 맛에 눈을 떴거든요. 또 장안의 화제가 됐던 ‘최순실 맥주', 올드 라스푸틴을 수입하고 계시기도 하죠. 어떻게 맥주 수입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원래 2007년부터 (주)솔롱고스코리아라고 하는 중국 술 수입업체를 운영했어요.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환율 폭등으로 인해 거의 사업이 유명무실화 되어가던 중, 현 동업자인 최비오 이사의 제안으로 수입 맥주로 업종 전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회사 이름으로 바꾼 건 2012년의 일이죠.
처음에는 호주 맥주인 TOOHEYS와 JAMES SQUIRE를 취급하다가, 글로벌 크래프트 사의 앤드류 (Andrew) 사장과 연결이 되어 미국 크래프트 맥주를 소개하게 되었어요. 사실 동업자인 최 이사와 서희진 이사 모두 브루마스터스코리아의 창설 멤버여서 미국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편이었어요.
Q 사업 비결을 여쭤봐도 될까요. (웃음)
A ATL은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했는데요, 아무래도 시장과 같이 커나간 게 나름 안정된 위치에 이른 비결인 셈입니다.
Q 일하시면서 언제가 가장 보람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한국에 들어오기 어려울 거라는 맥주를 수입해서 납품할 때입니다. 고객들의 얼굴에서 역전 홈런치고 돌아오는 선수를 맞이하는 덕아웃의 표정을 발견할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Q 저라도 쾌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반대로, 힘든 순간도 있었나요?
A 생맥주 수입 용기에 대해 주세 소급 적용이 내려져 하마터면 사업을 접을 뻔한 적이 있는데, 다행히 잘 해결되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A 역시 좋은 맥주를 좋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거겠죠. 개인적인 소망을 말한다면, ‘통역 없이’ 미국 맥주 투어를 해보는 겁니다.
Q 비어포스트 공식 질문입니다. 이사님에게 맥주란 어떤 것인가요?
A 뒤늦게, 그러나 기어이 만난 천생연분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돌잔치 때 맥주 두 잔을 거푸 원샷한 것이 첫 인연입니다.
EDITOR_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