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시머로부터 문화를 만들어가는 기업, 이퀄스 조민우 대표 인터뷰
‘캔 시머(Can Seamer)’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겐 굉장히 낯선 단어일 것이다. 캔 시머는 ‘봉합하는 사람’, ‘밀봉기’란 뜻인 ‘Seamer’를 이용해 만든 말로, 말 그대로 캔의 접합부를 봉합하여 밀봉하는 기기를 말한다. 불과 수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선 캔 시머 생산기술이 없었기에 외국에서 사다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 우리나라에서도 ‘어쩌다 보니’ 최초로 캔 시머를 생산하게 된 업체가 있다. 바로 ‘이퀄스(Equals)’의 이야기이다. 이번엔 ‘이퀄스’의 조민우 대표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이퀄스’는 어떤 회사인가
A 저희는 기술, 문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입니다. 정확히는 환경을 생각한 기술로 문화 창출을 해내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죠.
지금은 캔 시머에 집중하고 있지만, 굳이 캔 시머 뿐 아니라 캔과 관련된 모든 것,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으면 다 발굴해서 제품화를 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제품 판매 뿐 아니라 양조장에 캐닝 라인을 설치해주는 등 패키징에 관련된 공정 설계도 하고 있습니다.
Q 왜 캔 시머인가
A 2016년엔 커피숍을 운영했었어요. 커피를 팔다 보니 테이크 아웃을 원하시는 고객이 많았는데,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 플라스틱 컵을 쓰기는 싫더라구요. 다른 친환경적인 일회용품을 생각하다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 캔을 선택했고, 그렇게 캔을 이용해서 판매하다 보니 알루미늄 캔을 포장하는 것에서 기술적인 문제를 느꼈습니다. 해외 제품을 쓰자니 품질도 안 좋고 디자인도 안 좋고. 그래서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Q 캔 시머가 트렌드가 될 줄 알았나
A 큰 그림을 그리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부가 수익이나 좀 벌어 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 완성을 시키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돈을 끌어와 개발을 하게 됐죠. 그렇게 캔 시머를 한창 개발하고 있던 차에 화수 브루어리의 이화수 대표님이 캔 시머를 구매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걸 계기로 캔 시머 판매를 시작하게 됐는데, 회사 틀을 잡기도 전에 트렌드가 되고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니 정신이 없더라구요. 오히려 팔수록 손해가 나는 제품도 있었고요. 하지만 손해 보면서도 그냥 버텼어요. 가격 절충이 안 되더라도 캔 문화를 보급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1년쯤 지나니 많은 분이 알아봐주시더군요. 덕분에 지금은 수익이 조금씩 나고 있어요.
Q 좋은 캔 시머란
A 좋지 않은 캔 시머로 시밍을 한 캔은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기본적으로 제품이 새기도 하고, 알루미늄이 갈려 나가기도 하죠.
접합부가 접힌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우둘투둘하든지, 손으로 접합부를 긁어봤을 때 일정하지 않고 걸린다든지. 이러한 눈에 보이는 문제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겉보기엔 제대로 시밍이 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그러지 않은 것을 페이크 심(Fake Seam)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캔 시머가 좋은 캔 시머입니다. 캔 시머를 살펴보자면, 우선 캔 시머의 핵심 부품이라고 볼 수 있는 척(Chuck) 과 시밍 롤(Seaming Roll) , 즉 툴링(Tooling)이 제대로 설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뼈대나 구동 파트 등 툴링을 지지해주는 구조적인 기구가 견고해야 하죠. 어떤 제품같은 경우는 캔을 들어 올려서 고정해주는 리프터(Lifter)가 제대로 고정이 안 되고 흔들흔들 하기도 해요. 당연히 캔이 정밀하게 봉합이 안 되겠죠. 또 시밍이 회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보니, 시밍 롤이 캔의 접합부에 닿는 순간 반발력이 생겨서 롤이 튕겨 나가는 현상이 일어나요. 이러한 반발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레버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도 기구의 견고함과 연관이 있어요. 저희는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여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시중에 판매 중인 공장제 캔 제품과 비슷한 퀄리티의 제품이 나와요.
Q 일에서 느끼는 보람, 고충
A 일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보통 캐닝(Canning)은 큰 공장에서나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이 할 수 있게 만들었죠. 저희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고충은 조금 다른 곳에서 오더라고요. 캔 시머는 굉장히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제품인데, 최근 경쟁업체 중 좋지 않은 기술을 쓰는 곳도 있어요. 그러한 분들이 망쳐놓은 캔시밍에 대한 인식에 의한 피해를 저희가 뒷감당하고 있죠. 처음엔 캐닝 문화를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 다른 업체의 제품도 무상으로 AS를 해줬어요. 지금은 비용을 받고 있지만요.
캔 시머 업체는 제품을 공급해주면서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해줘야 해요. 제품 변질 없이 잘 담을 수 있게끔 말이죠. 또한 업체 차원에서 제대로 세팅도 해주어야 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이 점이 안타까워서 캔 시머 세팅법 같은 교육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예정이에요. 고객이 스스로 정밀하게 조정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보는 눈이 생기니까요.
Q 앞으로의 계획
A 캔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할 생각입니다. 캔 안에 내용물을 채우는 필링(Filling)부터 캐닝, 라벨링(Labeling)까지 다요. 그를 위해 산소 농도가 낮게 캔을 패키징 할 수 있는 기술과 캔 세척기, 캔 공급기, 필러(Filler) 등을 현재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홈브루잉 장비 같은 것도 개발 중이에요. 이를 통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문화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