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비어’ 수입사 크라켄 인터내셔널의 최중효 대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맛있는 맥주를!
7~8년 전부터 전국 팔도의 맥주 애호가들은 강원도 원주로 맥주 원정을 떠났다. 인구 30만에 이렇다 할 브루어리나 이름난 안주 하나 없는 소도시 원주였지만 사람들은 긴 여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곳엔 2008년 문을 열어 꾸준히 해외 맥주들을 소개해온 펍 크라켄(KRAKEN)이 있기 때문이다. 기네스, 하이네켄 같은 맥주조차 낯설었던 당시 슈무커, 바스타이너, 킬케니 같은 맥주를 크라켄에서 드래프트로 마실 수 있었다.
또 2009년부터는 크라켄에서 미수입 맥주를 경험할 수 있는 소규모 시음회가 한 달에 한번 꼴로 진행됐다. 20여 병의 미수입 맥주들을 한자리에서 마셔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회였기에 맥주를 위해 원주에 갈 이유는 더욱 확실해졌다. 미켈러, 투올, 브루독 등이 정식 수입되기 전인 2010~2011년 맥덕들은 크라켄에서 이 맥주들을 즐겼다. 크라켄이 ‘원조 맥덕 성지’이자 ‘맥덕 양성소’로 불리는 이유다.
맥주 하나로 전국구 펍을 일궈내고 이제 크라켄 인터내셔널을 설립해 직접 맥주 수입업에 뛰어든 최중효 대표를 만나 지나온 이야기를 들었다.
머리 속엔 ‘좋은 맥주’ 단 하나
최중효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부모님이 계시던 원주에 자리를 잡게 됐다. 원주에서 입시 학원 등을 운영했지만 최 대표의 마음 속에는 ‘언젠가 나만의 펍을 하겠다’는 생각이 커져만 갔다. 결국 스물 아홉이 되던 해 크라켄을 열었다.
“처음엔 다 빚으로 시작했죠. 힘든 일이 많았지만 크라켄에 오면 좋은 맥주, 귀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는 목표 하나를 향해 달렸습니다.”
연중 무휴로 펍을 운영하고 해외의 질 좋은 맥주를 찾아 직접 들여오면서 하루 21시간씩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안면마비가 올 정도였다고.
이런 최중효 대표의 열정은 헛되지 않았다. 국내 어디에도 없는 맥주들을 마시기 위해 전북 광주에서부터 경북 포항, 충남 당진 등 전국에서 온 손님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도 않았지만 입소문만으로 크라켄은 ‘전국구 맥주 성지’가 됐다. 한창 전성기였던 2013년에는 크라켄 1호점과 2호점 두 곳의 월 순수익이 총 300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아무도 안 한다면 내가 직접 한다
미수입 맥주를 조금씩 사들여와 소수의 사람들과 나누는 일도 의미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맥주를 알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해외 맥주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수입사를 차리기로 했다. 최 대표는 “재미있고 맛있는, 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뛰어난 브루어리들을 소개하고 싶어서 수입사를 시작하게 됐다”며 “유행하는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가 아닌 ‘숨어 있는 진주’들을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으로 여러 유럽 브루어리들과 접촉을 한 뒤 지난 9월 처음으로 수입하게 된 맥주는 스페인의 아티잔 브루어리 나파비어(Napabier). 나파비어는 스페인의 대표 축제인 산페르민 축제가 열리는 팜플로나 지역에 위치한 브루어리다.
그는 “나파비어는 아무리 수요가 많아도 일주일에 1회, 2000리터씩만 양조하며 맥주의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며 “항상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며 인공적인 작업을 최대한 배제해 만드는 맥주로 잘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맥주를 필터링하지 않는 것도 나파비어의 특징이다.
국내에는 필스너, IPA, 페일 에일, 벨지안 다크 스트롱 에일 등 총 7종의 나파비어 맥주가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홉이 강하게 느껴지면서도 몰트의 맛 역시 도드라지는 스타일의 맥주들이다. 이번에 수입된 나파비어 맥주 중 가장 주목 받은 제품은 알코올 도수 5.7도의 페일 에일인 ‘매드 클라운(Mad Clown)’. 심코, 모자이크 등의 홉이 싱그러운 솔과 감귤류 과일의 강렬한 풍미를 안겨준다. 몰트 맛의 마무리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펙스트(Fext)는 필스너지만 세션IPA라고 해도 될 정도로 폴라리스 홉의 향이 강하게 치고 들어온다. 시트러스함과 함께 빵이나 곡물의 맛을 느낄 수 있고 비터도 살아있어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IPA인 에이커(Aker)와 인사이더(Insider)도 홉이 강조된 미국식 IPA와는 차별화되는 맛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벨지안 다크 스트롱 에일인 ‘블랙 크리스마스’는 벨기에 스타일 맥주 특유의 스파이시함을 느낄 수 있으며 과일맛과 시트러스함도 은은하게 경험할 수 있는 10.1도의 맥주다. 무거운 바디감에 적당한 탄산과 몰트의 단맛이 있어 겨울에 제격이다.
최 대표는 “나파비어는 워낙 좋은 재료를 쓰고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약점이 있지만 어떤 맥주와 비교해도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계속 들여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중효 대표는 앞으로도 유럽 아티잔 브루어리를 중심으로 맥주를 들여올 계획이다.
현재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브루어리와 접촉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크라켄 펍을 리뉴얼할 준비도 하고 있다. 맥주는 물론이고 정성껏 만들어 ‘크래프트함’이 살아있는 전통주와 사케를 포함한 주류 라인업을 만들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맛있고 품질 좋은 맥주를 즐겼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크라켄 펍만큼 크라켄 인터내셔널이 수입한 맥주들도 전국에 널리 알려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