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고릴라 브루잉 탭하우스
해변 호텔, 그 속에 맥주
컬래버레이션과 크로스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다진 고릴라 브루잉(Gorilla Brewing)은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브루어리에서 떨어진 곳에 탭하우스(taphouse)를 오픈했다. 이 새로운 탭하우스는 전 세계 고객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신라스테이 호텔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기에, 수영이나 일광욕 후 들르기에 매우 좋다.
신라스테이 호텔에 자리 잡은 덕에 컨벤션, 비즈니스 또는 레저를 목적으로 호텔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안정적으로 고객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 새탭하우스의 박주희 매니저는 몇몇 고객들은 늦은밤 자기 전 한 잔 하기 위해 호텔 슬리퍼 차림으로 방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호텔과 같은 모던하고 미니멀한 느낌을 주며, 한두시간 편하게 쉬러 오는 손님들을 반기는 안락한 분위기 또한 있다. 박주희 매니저에 따르면 오픈 한달 동안 온 손님의 분포는 호텔 투숙객이 60%, 해변에 놀러 온 사람들이 30%였고, 나머지 10%는 해운대에 가까이 사는 고릴리 브루잉의 팬들이라고 한다. 유명한 호텔과 연계해서 운영하다 보니 소소한 규제사항 역시 있다. 따라서, 광안리 탭하우스에서 이제껏 많이 해온 컬래버레이션 이벤트를 해운대 탭하우스에서 하기는 불가능하다. 대신 해운대 탭하우스는 더 안락하고 친밀한 분위기이며, 어차피 큰 이벤트를 하기 적합한 공간은 아니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양한 고객층에 다가가는 것은 고릴라 브루잉의 설립자이자 양조 책임자인 폴 에드워드(Paul Edwards)의 향후 목표였기에, 해운대 탭하우스의 오픈은 사업적으로 당연히 취해야 하는 단계였다. 폴에게 고릴라 브루잉의 정체성에 관해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는 스스로 영국 브루어리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 사람이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고, 점차 스스로를 한국 브루어리라고 인식하게 되었죠. 우리의 목표는 아시아에 한국 크래프트 맥주를 알리는 대사가 되는 것입니다.”
신라스테이 호텔은 한국의 유명인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객들이 방문한다. 따라서 고릴라 브루잉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퍼트릴 수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를 얻었다. 박주희 매니저는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유명 코미디언들이 내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 펍에서 라이브쇼를 보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자체적으로 지역 정체성을 형성함에 따라, 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커뮤니티 또한 성장하고 더욱 상호 연결되었다. 얼마 전 태국 방콕에서 열린 SEA Brew와 같은 행사가 이러한 현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곳에선 고릴라 브루잉을 포함한 다수의 한국 브루어리가 참석해 맥주를 선보였다. 고릴라 브루잉의 역할에 관해 폴은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미국 및 그 외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 확립에 투자하며, 전 세계에 한국 크래프트 맥주를 알리는 대사로서 진지한 태도로 활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제적인 협력을 수행하려면 케그를 수출입 하는 등 시간과 돈과 노력이 들지만, 고릴라 브루잉은 한국 크래프트 맥주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접하기를 원한다
몇 년간의 힘든 노력이 결실을 이뤄내 고릴라 브루잉은 광안리에 위치한 브루어리 공간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성장했다. 광안리 해변에 있는 기존 탭하우스는 남겨둘 예정이지만,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고려해 더 넓은 공간으로 브루어리를 이전하려고 하고 있다. 첫 번째 탭하우스의 오픈 시기와 위치에 관해 묻자, 고릴라 프로젝트 매니저 베티 킴(Vatty Kim)은 “소비자들은 더 많은 곳에서 고릴라 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오랫동안 요청해왔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 최적의 장소를 찾기를 바랐고요. 해운대와 서면 중 한 곳을 택하기 어려웠으나, 해운대 해변 근처 호텔에 자리가 난 것이 결정에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답했다성장 계획의 일부로서, 고릴라 브루잉은 더 많은 소비자에게 고릴라 맥주를 알리기 위해 프렌차이즈 모델에 관심을 두고 있다.
폴 에드워드 대표는 일관성과 품질 유지를 위한 적절한 준비 없이 프렌차이즈 사업을 했던 다른 브루어리들의 성장통을 지켜봐
왔기에,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발생할 프렌차이즈 사업의 위험요소들을 알고 있다.
“해운대 탭하우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에서 프렌차이즈가 무엇인지에 대해 배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델이
다른 브루어리들에게 통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만약 우리가 이 모델을 하게 된다면, 확실히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고릴라 브루잉의 기업 문화에 있어서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관계의 중요성은 그들이 하는 컬래버레이션 이벤트를 넘어서 맥아, 홉, 효모 공급사로까지 확대된다. 일례로 양조 재료 수입사인 브루소스인터내셔널(Brewsource international)의 대표 제이슨 리(Jason Lee)가 부인 지나와 결혼했을 때, 고릴라 브루잉에서 그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맥주를 만들었다. 신랑과 신부는 커피와 초콜릿 풍미와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도수 7.7%짜리 티라미수 엑스트라 스타우트를 마음에 들어 했다. 제이슨 리는 맥주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맥주 일부를 배럴에 숙성해달라는 특별 제안을 했고, 고릴라 브루잉은 기꺼이 응했다. 적포도주 배럴에 스타우트를 채우고 기다리자, 몇 달 후 스타우트와 플란더스 레드 에일(Flanders red ale) 두 가지 특성을 넘나드는 맥주가 탄생했다. 커피와 초콜릿의 특성은 남아있지만, 달콤하기보다는 라즈베리가 함유된 85% 카카오 초콜릿을 마시는 느낌과 비슷하다. 이 맥주는 밀랍으로 봉인된 특별한 병에 담겨 새롭게 오픈한 해운대 탭하우스에서 첫 2달간만 제공된다. 탭하우스는 현재 매일 오후 4시에 오픈하며, 영업시간은 주중에는 12시까지, 주말에는 새벽2시까지이다. 위치는 매우 찾기 쉬운 1층이며, 벽에 큰 고릴라 얼굴이 그려져 있다. 해운대 해변에 놀러 갈 계획이 있다면, 이 새로 생긴 좋은 펍을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