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정겨운 이름, 고향! 내 고향의 펍
추석 즈음이면 윤기 나는 잎사귀 사이로 푸른 열매를 수줍게 내보이던 사철나무, 해질녘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뛰어 놀았던 앞집 친구, 넘어질 듯 말 듯 불안하게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배웠던 골목길, 모두가 잠든 새벽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던 라디오DJ의 목소리…
이제는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몰라보게 변했지만, 고향 구석구석엔 아직도 내 추억이 깊이 배어있다.
명절 연휴 고향에서 가족, 친지, 친구들과의 만남은 막히는 도로에 몇 시간을 갇혔던 경험이 고생스럽게 여겨지지 않을 만큼 꿀맛 같은 시간이다. 예전 기억을 되새기며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오고, 오늘의 나를 자연스럽게 내보여도 포근하게 안아주는 고향에서의 만남.
이 좋은 시간에 맥주 한잔이 빠질 수 없다. 친근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고향 펍의 시원하고 향긋한 맥주 한잔과 함께라면 한층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비어포스트가 추석 명절에 고향에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대전, 울산, 광주, 진주 등 지역의 펍을 찾아가본다. 또 어머니가 해주시던 고향 음식과 맥주의 페어링도 소개한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고향에서의 맥주 즐기기… 고향의 맛과 멋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트레비어 마시고 포켓몬도 잡고 - 울산 신사가든
‘신사가 만든 정원, 신사가 만든 음식’을 모토로 정원처럼 신선하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만족스러운 가족 식사를 할 수 있는 메뉴를 갖춘 울산 신사가든. 올해 초 문을 연 이래 울산 달동에서 가로수길을 느낄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신사가든에서는 울산의 브루어리 ‘트레비브로이’에서 생산한 ‘트레비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을 전파 중이다. 아직은 크래프트 맥주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울산 지역이지만 몰트의 맛이 강조된 필스너나 둔켈과 울산의 지역음식 언양불고기의 만남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구수하고 쌉싸래한 이들 맥주의 끝 맛이 언양불고기의 달짝지근한 감칠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신사가든에서는 이를 응용해 숯불닭갈비와 숯불양념돼지구이 등 한국식 바비큐 요리를 맥주와 페어링하고 있다.
‘포켓몬고’ 게임을 할 수 있어 인기 관광지로 떠오른 간절곶이 신사가든에서 50분 거리에 있다. 추석 연휴 울산의 크래프트 맥주를 맛보고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게임도 하며 고향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맛있는 맥주에 귀까지 즐거운 그곳 - 경남 진주 사운드가든
재즈 선율이 흐르고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진다. 소극장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지난 2005년 문을 열어 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남 진주의 명소 사운드가든. 사운드가든에서는 지방을 기반으로 하는 가수, 밴드 등의 라이브 공연이 수시로 열려 지역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펍 이름에 걸맞게 장르를 넘나드는 선곡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의 사랑를 받고 있다.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를 갖춰 더욱 큰 만족감을 준다. 탭으로는 플래티넘의 IPA, 페일에일 등과 셉템버브루잉의 피치에일 등을, 병으로는 미국, 벨기에, 영국, 덴마크 등의 40종이 넘는 크래프트 맥주가 있다. 맥주뿐 아니라 칵테일과 와인을 폭넓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사운드가든의 강점이다.
사운드가든에서 추천하는 맥주는 슈나이더바이세 탭5. 밀맥주와 IPA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맥주와 어울리는 지역음식으로는 진주냉면이 꼽힌다. 바나나향, 과일향과 함께 느껴지는 산미가 부드럽게 혀를 감싸고 도는 슈나이더바이세 탭5는 육전이 고명으로 올라가는 진주냉면과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최고의 페어링은 서핑과 맥주! - 강원 양양 싱글핀에일웍스
시원하게 트인 펍에서 저 멀리 짙푸른 바다에 몰아치는 파도를 바라보며 즐기는 맥주 한잔. 하조대 해수욕장 인근에 자리한 싱글핀 에일웍스의 직원들은 모두 파도를 타는 서퍼이자 맥주를 사랑하는 이들이다.
이곳에서는 들국화 블론드에일, 동백IPA, 슬로우IPA 등의 탭과 30여종의 병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서핑 정보를 얻고 지역 서퍼들의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전시와 공연 파티도 열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들뜨게 한다.
싱글핀에일웍스에서는 강원도 옥수수로 만든 옥수수알튀김과 사워에일인 설레임의 페어링이 매력을 발산한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옥수수알튀김이 약간의 느끼함을 새콤하고 드라이한 설레임이 잡아준다. 그러나 싱글핀에일웍스가 강추하는 가장 좋은 강원도 맥주 페어링은 서핑을 마친 후, 또는 물놀이를 마친 후 입에 남은 짠기가 가시기 전에 슬로우IPA의 상큼한 향과 청량감을 입 안에서 즐기는 것!
가족과 함께 서핑과 맥주를 관통하는 자유와 도전정신을 내 고향 펍에서 느껴보는 것도 추석 연휴도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이태원이 부럽지 않다! – 충북 청주 엘보우룸
여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테라스와 각 층마다 서로 다른 인테리어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펍이 청주에 있다. 로맨틱한 분위기 덕분에 소개팅이나 프로포즈를 하는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엘보우룸은 최근 2~3층을 확장하며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 곳에서는 카브루, 핸드앤몰트 같은 국내 브루어리의 맥주는 물론이고 캐나다의 빅락 브루어리(Big rock brewery) 맥주까지 신선한 탭으로 즐길 수 있다. 더불어 스톤 IPA, 시에라 네바다 페일에일, 펑크 IPA 등 20~30여 종류로 엄선된 병맥주는 엘보우룸을 찾는 맥주 마니아들의 마음까지 제대로 훔쳤다.
엘보우룸의 또 다른 매력은 음식물 반입이 가능하다는 점. 펍 주변에 길거리 음식점들이 많아서 떡볶이, 소시지, 튀김류와 크래프트맥주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자연스레 지역 주민들이 모여 로컬 푸드와 함께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즐기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고풍스런 한옥에서 우아하게 맥주 한 잔 – 광주광역시 티미트라이앵글
파란 네온사인 간판이 어두워진 거리를 밝히고, 크래프트맥주와 샌드위치의 이색적인 조합이 궁금해지는 곳. 광주에서 크래프트맥주를 마신다면 단연 동명동에 위치한 티미트라이앵글로 가야한다. 한옥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 속으로 들어가 맥주를 마시다보면 어느 새 고풍스런 귀부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티미트라이앵글에서는 핸드앤몰드와 코젤다크, 필스너우르겔, 파울라너, 블랑 등 다양한 맥주를 신선한 탭에서 바로 뽑아내 서빙한다. 계절마다 게스트 탭을 운영하고 있으며, 추석 기간 동안에는 말로니스 브루어리(Maloney’s brewery)의 컴뱃존 IPA, 사우디레드 에일을 판매한다. 많은 맥덕들이 찬사를 아까지 않는 이 곳의 대표적인 푸드페어링은 샌드위치와 맥주. 치즈가 듬뿍 올라간 필리치즈 샌드위치나 쿠바노 샌드위치와 함께 즐기는 크래프트맥주는 그야말로 찰떡궁합니다.
티미트라이앵글에서 추천하는 지역 음식과의 푸드 페어링은 바로 ‘닭’. 광주는 오리탕 못지 않게 닭백숙, 닭가슴살 육회와 같은 닭요리가 매우 유명하다. 압력솥에서 부드럽게 삶아진 백숙을 페일라거나 헤페바이젠과 함께 즐긴다면 신선노름이 따로 없다.
이번 추석,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신선한 맥주와 이색적인 음식으로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티미트라이앵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브런치와 맥주의 콜라보레이션 – 대전광역시 슈가파이
여유로운 주말. 바쁜 한 주를 마치고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앉아 따1스한 햇살을 맞이한다. 쉐프가 나를 위해 정성스레 준비해준 브런치를 앞에 두고, (만약 당신은 맥덕이라면) 무릇 맛있는 크래프트 맥주와 함께 브런치를 즐기고 싶을 것이다. 그러한 소망을 이루는데 대전에 위치한 슈가파이는 감히 최적의 장소이다. 주로 야간에 영업을 하는 일반적인 펍과 달리 브런치, 디저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컨셉이며, 남매 사이인 르꼬르 동 블루(Le Cordon Bleu) 출신의 쉐프와 맥주에 일가견이 있는 운영 책임자가 함께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곳에서는 자체 레시피를 통해 제조한 ‘하루종일 Session IPA’와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핸드앤몰트 브루어리, 바이엔슈테판 등 브런치 못지않은 다양한 맥주 라인업으로 맥덕들의 눈높이도충실하게 채워주고 있다.
추천하는 푸드 페어링은 감바스 알 아히요와 라즈베리 애플 사이더. 감바스 알 아히요의 은은한 풍내에 상큼한 사이더가 잘 어울린다. 슈가파이에서 추천하는 지역 음식과의 푸드 페어링은 ‘두부 두루치기’와 필스너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두부 두루치기’ 식당이 모두 모여있다는 대전에서 신선한 홉 향이 가득한 필스너를 함께 즐기는 즐거움이란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EDITOR_오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