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 몰팅이 제안하는 양조의 새로운 가능성
특별한 맥주를 원한다면? 벨기에 몰트에 답이 있다
수많은 맥주 애호가들의 마음 속 유토피아인 벨기에에서 맥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다. 맥주란 지역 사회의 살아있는 유산이자 일상의 재료이다. 3,000종이 넘는 맥주와 200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으며, 특정 지역의 고유한 양조 방식과 그에 따른 독특한 종류의 맥주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에는 벨기에의 맥주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이러한 맥주 문화의 바탕에는 수 세기 동안 다양하고 품질 좋은 몰트를 개발해 온 벨기에 몰트 장인들의 역사가있었다.
‘몰트의 메카’라고 불리는 벨기에는 독특한 양조 과정만큼이나 독창적이고 품질 좋은 몰트를 생산한다. 그 중심에 벨기에에서 가장 오래된 몰트 하우스인 캐슬 몰팅이 있다. 전 세계 146개국 2,700개 이상의 양조장에서 캐슬 몰팅의 몰트를 사용한다.
지난 3월 맥주 박람회 KIBEX(이하 키벡스)에서 자사 제품과 함께 각종 브루잉 노하우를 선보인 캐슬 몰팅의 브루마스터 크루거(Thean Leonard Kruger)는 몰트야말로 맥주를 맥주답게 만들어주는 재료라고 말한다. "몰트가 없으면 알코올도 없죠. 맥주에서 떠올리는 그 어떤 맛도 캐슬 몰팅의 몰트가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전통적 생산법과 혁신의 조화
1868년 설립된 캐슬 몰팅은 여전히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고집한다. 이는 고품질의 몰트를 생산하기 위해 캐슬 몰팅이 강조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전통과 크래프트 정신에 대한 자부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캐슬 몰팅의 몰트가 유독 풍성한 맛을 내는 이유는 전통적인 몰트 생산법을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몰트 회사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과정의 일부를 생략하여 단축하곤 합니다. 하지만 캐슬 몰팅은 결코 양보하지 않아요. 아직도 우리 몰트 하우스 한쪽에서는 1800년대에 사용하던 나무 공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고집한다 해서 진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캐슬 몰팅은 전통을 유지하는 동시에 혁신을 더했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양조사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몰트 개발에 쏟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최근 전기로만 가동되는 새로운 로스팅 장비로는 구비하기도 했다. 이 장비는 더욱 균일한 캐러멜화와 로스팅이 가능하며, 향미가 훨씬 풍부한 스페셜티 몰트를 생산할 수 있다.
“16년 전까지만 해도 캐슬 몰팅에는 한두가지 종류의 몰트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크래프트 맥주 붐’이 다가올 걸 예측했고, 지금은 80가지가 넘는 몰트를 생산하고 있죠.”
캐슬 몰팅은 몰트 생산 회사이지만, 홉, 효모, 스파이스, 슈가 등 다른 원재료도 함께 공급한다. 소규모 양조장의 특성을 이해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의 일환이다. 그중 특히 캔디 슈가와 같은 경우는 벨기에의 특정 맥주 스타일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이기도 하다.
다채로운 벨기에 특수 맥아의 세계
모든 종류의 맥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캐슬 몰팅의 제품은 맥주에 필요한 당분을 공급하는 베이스 몰트부터 스페셜티 몰트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스페셜티 몰트는 맥주에 다양한 색깔을 부여하며, 섬세하고 풍부한 풍미를 만들어내 맥주를 더욱 특별하게 해준다.
다양한 특색의 캐슬 몰트는 온갖 종류의 맥주 맛을 상상하게 한다. 예를 들어, Chateau Biscuit(비스킷 몰트)는 갓 구운 빵, 비스킷 등과 같이 고소한 풍미와 따뜻한 갈색을 맥주에 부여한다. 에일이나 라거에 살짝 구운 듯한 맛을 주고싶을 때 사용하기 좋다. Cara Gold(카라 골드)는 강렬하고 달콤한 캐러멜 향미를 내며, 토피 향미 또한 지닌다. 어두운 호박색을 맥주에 부여하며 거품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Chateau Spelt(스펠트)는 밝은 색의 몰트로 달콤한 땅콩류의 풍미를 지니며, 고소하고 스파이시한 특징을 맥주에 더해준다. 벨기에 세종과 밀맥주에 사용하기 좋다.
Special B는 캐러멜화와 로스팅을 모두 거쳐 만들어지는 스페셜티 몰트다. 맥주에 깊은 색상을 더하고 건포도와 건자두등 검붉은 과일과 같은 풍미를 내어 벨지안 다크 스트롱, 임페리얼 스타우트, 발틱포터 등의 스타일에 적합하다.
이밖에도 캐슬 몰팅은 메밀과 호밀 등 독특한 재료를 이용한 몰트 역시 생산하며, 각종 유기농 몰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맥주 레시피까지 생각하는 몰트 하우스
품질 좋고 다양한 맥주를 만들려면 노하우가 필요하다. 캐슬 몰팅의 브루마스터들은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이 맥주 재료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브루잉 노하우를 제공한다. 벨기에만의 다양하고 특별한 맥주 스타일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캐슬 몰팅은 단순히 원재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몰트의 특성에 맞는 맥주 레시피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사가 좋은 맥주를 생산하도록 돕는다.
브루마스터인 크루거는 맥주를 단지 음료가 아니라 음식의 한 종류로서 바라본다. “맥주는 정말 김치와 비슷해요. 김치는 발효된 배추잖아요. 맥주를 만들 때도 박테리아, 과일, 스파이스 등이 어떻게 결합할지 생각하고 여러 재료를 섞어서 만든 뒤 그 결과를 기다리죠.”
한국에 와서 깻잎을 처음 맛본 크루거는 양조사로서 한국의 식재료가 큰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 또한 참신한 재료를 발견 했더라도 그것을 맥주 양조에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생강을 예로 들어보죠. 생강을 생으로 먹으면 아주 복잡하고 아린 맛이 나요. 그런데 열을 가해서 맛을 보면 아주 달콤하고 부드러워져요. 말려서 먹으면 알싸한 풍미가 강해지고요. 그래서 어떤 재료를 맥주 양조에 활용했는데 결과가 그리 좋지 않다면, 방법을 바꿔서 다시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크루거는 한국인의 정서가 반영된 소주 문화를 언급하며 그와 마찬가지로 크래프트 비어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문화가 싹트길 희망한다고 했다. 타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그는 한국 브루어들과 함께 맥주를 만들 날을 고대하고 있다.
한편 캐슬 몰팅은 올해 새롭게 출시할 캐러멜 몰트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브루어들을 놀라게 해줄 새로운 제품으로 찾아올 그들을 기다린다.
EDITOR_홍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