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ᆞ집돌이가 맥주 공부하는 법
맥주를 생산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드는 다소 사치스러운 행위이다. 다행히도, 집에서 편하게 맥주를 공부할 수 있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많다. 내가 맥주를 배우는 여정에서 써먹었던 몇 가지 방법을 이 글에서 여러분과 공유하려 한다.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공짜 정보에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정말 까다로운 부분은, 차라리 무시하는 게 나은 공짜 조언들 사이에서 양질의 정보를 걸러내는 것이다. 한층 더 머리 아픈 점이라면, 대부분의 정보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어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어로 번역된 몇 가지 주요 정보 글이 있는데, 진지하게 양조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읽고 또 읽어볼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존 팔머의 저서 <하우 투 브루>는, 사견이지만 홈브루잉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를 다룬 가장 좋은 책이며, 양조 과정에 포함된 여러 공정에 대해 깊이 있는 과학적 설명을 담고 있다. 최근에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저자 존 팔머는 브루 스트롱(Brew Strong), 자밀 쇼(Jamil Show)라는 두 팟캐스트를 공동 진행하는데, 거기서 얻은 내용은 내가 맥주를 배울 때 탄탄한 기초가 되었다. 다만 쇼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 그는 또한 물에 관한 책을 썼고 브루잉 클래식 스타일즈 (Brewing Classic Styles)라는 책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맥주를 즐기고자 비어 저지가 될 필요는 없지만, 맥주를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맥주를 더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훌륭한 비어 저지가 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주요 항목이 있다. 맥주 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해, 다양한 맛을 식별하고 묘사하는 능력을 갖춘 훈련된 미각, 그리고 양조 과정 중의 인과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다. 이 세 가지 측면을 향상하기 위해 수업 등록을 대기할 필요는 없다. 이 기사를 읽음으로써 여러분만의 학습법을 발견하고 오늘부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따로 또 같이 테이스팅하기
맥주에 대해 배우는 것은 즐겁지만, 그렇다고 쉽다거나 가벼이 여길 만한 일은 아니다. 진지하게 배우고자 한다면 양질의 학습을 위해 시간과 계획과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해는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며, 읽고, 공부하고, 가능하면 양조를 해보는 행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최신 BJCP 스타일 가이드라인에는 120가지가 넘는 다양한 맥주 스타일이 수록되어 있으니, 어떤 전문가든 되기 위해서는 몇 년의 타임라인을 잡는 것이 합리적이니만큼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만약 여러분이 계획적인 사람이라면 배우고 싶은 다양한 맥주 스타일에 대한 일정을 스스로 짤 수 있다. 하지만 우선 흥미가 가는 맥주 스타일을 찾은 후, 해당 스타일의 가이드라인을 읽는 데 시간을 쓰고, 그 스타일에 대한 다른 역사적 정보와 새로운 고전적인 예시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만약 여러분이 찾는 맥주 스타일의 좋은 예가 필요하다면, 스타일 가이드라인 섹션의 마지막에 있는 “상업적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 그 리스트에 있는 모든 맥주를 한국에서 다 찾아볼 수는 없겠지만, 시작으로는 좋다. 같은 종류에 속하는 3~5가지의 서로 다른 맥주와, 맥주에 대해 논할 마음이 맞는 친구를 찾는 것이 좋다. 맥주를 타인과 함께 평가하는 것은 더 깊은 학습을 촉진하고, 여러분이 어려움을 느끼는 맥주 묘사를 다른 사람들이 지적하고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벨지안 골든 스트롱 에일에 매료되어 있다면, 델리리움 트레멘스, 두벨, 피라트 병맥주를 비교할 수 있겠다(비교를 위해 맥파이의 ‘더 시너’나 여러분이 직접 양조한 맥주 등 한국 맥주를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본격적인 테이스팅을 시작하기 앞서, 냄새가 없는 조용하고 밝은 장소를 고르자. 또한 다른 사람들과 의논하기 전에 맥주의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생각을 적는 시간을 보내자. 토론은 도움이 되지만, 자기 의견이 생기기도 전에 서로에게 과도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BJCP 저지가 되기 위해 연습 중이라면 점수표를 작성하는 것이 생각을 적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건 꼭 필요한 일은 아니다. 맥주를 맛보고 의견을 적어본 후 친구들과 맥주에 관해 의견을 나누자. 어떤 부분에서 서로에게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는지 확인하며 또한 스타일 가이드라인의 설명에 맥주가 얼마나 잘 들어맞는다고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자. 맥주의 풍미를 설명하는 어휘를 익히는 데는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며, 가이드라인에서 그 맛이 어떻게 설명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어휘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이런 모임들은 맥주와 음식의 페어링을 연습하기에도 좋다. 몇몇 맥주병에는 종종 음식 페어링에 대한 제안이 적혀 있고, 빠른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밤이 깊어갈수록 분위기는 학문적인 논의에서 좀 더 편안한 쪽으로 변할 것이다(술의 도움을 받아). 준비해 온 음식과 함께하기 위해 맥주 몇 병을 아껴두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자. 한 번의 테이스팅에서 너무 많은 맥주를 맛보려 하지 말자. 다섯 잔이면 미각을 피로하게 하지 않으면서 스타일의 차이를 느끼기에 차고 넘친다.
집에서 이취 훈련하기
맥주 스타일을 공부하는 것이 화려하고 맛있는 디저트 같은 연구 방법이라면, 이취에 대한 훈련은 항상 맛있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채소 같은 것이다. 시벨(Sieble) 사 등 여러 회사에서 나오는 이취 키트는 학습에 도움이 되는 자원이지만, 보통 가격이 비싸서 여러 사람이 모이지 않는 한 훈련 비용이 많이 든다. 다행히도, 아주 적은 비용으로 자신만의 이취 키트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 다양한 맥주 스타일과 함께 언제든 원할 때 연습할 기회가 있다. 보통 이취 테스트를 할 때는 이취를 첨가할 기본 맥주로 미국 스타일 라거를 사용하지만, 이 방법을 쓴다면 이취가 스타우트나 IPA에서 어떤 맛이 나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자신만의 키트를 만드는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인 예시를 확인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취 키트를 갖추기 위해 아래의 재료들을 집 근처에서 사모아 보자.
-보드카 한 병 – 알코올 이취
-식초 한 병 – 신맛/아시네토박터 오염
-젖산 (식초보다는 더 깔끔한 신맛) - 신맛
-버터 향신료 (베이킹 가게나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음) - 디아세틸
-와인 타닌 가루 (몇몇 홈브루 용품 가게에서 구할 수 있음) – 떫은맛
-보드카에 숙성한 통 정향 – 스파이시한 페놀
-청사과향 사탕 (부숴서 물에 녹일 것) - 아세틸알데히드
-바나나 향신료 (베이킹 가게나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음) - 에스테르/이소아밀/아세테이트
-병따개와 뚜껑 (병맥주를 열고, 다시 닫은 후 따뜻한 곳에 둘 것) - 산화
-스위트콘 캔 (액체 부분만 맥주에 따를 것) - DMS
-설탕, 혹은 건조맥아 추출물 (물에 먼저 녹일 것) - 발효가 덜 된 맛/단맛
이 정도를 제안하는데, 분명 비싼 제품들만큼 전문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시작을 위해 더할 나위 없다. 한꺼번에 여러 이취로 맛을 훈련하는 것은 비생산적일 수 있으니, 한 번에 세네 가지의 이취를 훈련하고, 맛을 명확히 파악할 때까지 테스트 맥주에 이취 향미료를 첨가하는 것이 좋다. 서로 다른 세 가지 테스트용 맥주(라이트 라거, 스타우트, 호피한 맥주)를 가지고 하는 것이 여러 상황에서 이취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취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맥주를 희석해 보자(이취 테스트 맥주 100mL로 시작했다면, 이취재 료를 더 넣지 않고 맥주 100mL를 더 넣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이취를 잡아낼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두 가지(이취가 튀는 맥주와 그렇지 않은 맥주) 사이를 시험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삼각형 테스트이다. 이는 블라인드 테스트이며, 세 가지 맥주 중 둘은 이취가 튀지 않는 것으로, 하나는 이취가 튀는 것으로 준비한다(다른 사람이 이취가 나는 맥주를 만들어 도움을 줘야 한다). 그리고 셋 중 어느 맥주가 다른지 찾아내야 한다. 희석 정도가 낮을 때는 쉬울 수 있는데, 희석하면 할수록 테스트가 어려워질 것이다.
만약 도전 과제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하나 이상의 이취를 맥주에 넣고, 그게 어떤 이취인지 맞춰보자. 훈련한 기술을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고 감각을 향상하려면, 지역의 홈브루잉 대회에서 심판을 돕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좋은 대회에서는 보통 심판 2~3명이 짝을 지어 일하기 때문에, 여러분은 다른 심판과 결과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이취 훈련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처음 할 때는 흥미로울지 몰라도 갈수록 그렇지 않을 것) 그걸 함으로써 맥주를 적절히 진단하게 되기 때문에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다.
특정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기
스타일에 익숙해지고 이취를 식별하는 것은 맥주 관련 직종에 종사한다면 큰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맥주를 직접 양조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일, 좀 더 구체적으로는 특정 맥주의 스타일을 양조하는 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맥주를 직접 양조하면 양조 과정에 들어가는 모든 성분의 냄새를 맡고 맛을 볼 수 있다. 거대한 실험의 놀이터인 셈이다. 같은 맥주를 두 가지 다른 베이스 몰트를 사용해서 양조하면 맥아가 맥주의 풍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울 수 있고, 싱글 홉 맥주를 양조해 홉의 다양성을 알아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양조 과정을 일련의 인과관계로서 이해하면 양조 과정을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한편, 양조를 하다 보면 똑같은 맥주 스타일을 만들고 또 만드는 틀에 갇히기가 쉽다. 그러니 새로운 맥주 스타일을 만들도록 스스로를 강제하면 그 스타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 각 스타일을 특별하게 만드는지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신참 홈브루어였을 때 벨지안 스타일 맥주의 페놀 풍미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런 스타일의 맥주를 좋아하는 것을 배우기로 결정한 뒤 가볍고, 호피하고, 살짝 쓰고, 적당한 에스테르와 페놀 향이 있는 트라피스트 싱글 맥주를 양조했다. 그 스타일이 결코 내 최애 맥주가 된 적은 없지만, 마실수록 그 스타일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스타일의 모범 사례가 되려면 어떤 밸런스가 필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는 일은 다양한 재료뿐 아니라 새로운 양조 기술(다단계 매쉬, 디콕션 매쉬, 스파지 없는 양조)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IPA, 페일 에일, 배럴 에이지드 스타우트, 그리고 여타 인기 있는 맥주 스타일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으니, 우리는 매우 운이 좋은 것이다. 불행하게도 여러분이 알트비어, 다크 마일드, 비어 드 가르드 등을 찾는다면 단 한 가지 종류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이럴 때 모범 사례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양조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브루잉 클래식 스타일즈>라는 책에서 레시피를 찾기를 추천한다. 이 책의 레시피들은 여러분에게 명확하고 검증된 방법을 안내해 줄 것이고, 성공적인 배치를 양조할 확률을 높여준다. 계속 스스로를 몰아붙이다 보면 어떤 맥주 스타일에 빠지게 될지는 자기 자신도 모를 일이다.
매일매일 당신은 맥주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값싸거나 공짜인 도구가 널려 있다.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고, 그다음 좋은 시기는 오늘이다”라는 말이 여기에 적용된다. 오늘 양조 지식을 쌓을 계획을 세우라, 그러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니.
EDITOR
재러드 해치 Jared Hatch
대구에 거주하는 양조사. BJCP 저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대구 스맥다운 및 부산 펑크페스트 등 홈브루어 대회를 만들었다. 맥주를 시작하기 전에는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