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디아세틸, 아세트알데히드, 그리고 황화합물 피하기
홈브루어나 양조사들끼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이 있다.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선 ‘효모님’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공들인 맥주여도 효모가 이취를 만들면 망쳐버리기에 십상이니, 그만큼 효모 컨트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효모가 존재하는지도 몰랐기에 이취가 생기는 이유 역시 당연히 몰랐던 먼 과거에야 그저 맥주가 잘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었겠지만, 현대엔 ‘효모님’이 왜 투정을 부리시는지 아주 명확하게 분석되어 있다. 효모는 대체 어떤 이취를, 어떤 이유로 만들며 이를 컨트롤 할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효모가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이취를 아주 깊게 들여다보도록 하자. 더 이상 기도만 하고 있을수는 없지 않은가.
효모가 생성하는 이취
효모는 엄연한 생물이다. 그 생명의 신비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효모의 내부에선 수백, 수천 가지의 화학반응이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효모가 만들어내는 물질 또한 매우 다양하다. 각종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비롯하여 수십 종류의 향긋한 에스테르(Ester), 알데히드(Aldehyde), 페놀(Phenol)류 물질이 효모에 의해 생산되고 분비된다.
이 중 유독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풍미를 지닌 것을 두고 이취(Off-Flavor)라 부른다. 효모가 생산하는 이취는 디아세틸, 아세트알데히드, 여러 황화물, 고급 알코올(Fusel Alcohol), 에틸 아세테이트(Ethyl Acetate)를 비롯해 일부 에스테르, 일부 페놀, 카프릴릭(Caprylic) 등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알아볼 이취는 홈브루잉뿐만 아니라 상업양조에서도 종종 발견될 정도로 흔하고 대표적인 이취인데, 바로 디아세틸과 아세트알데히드, 그리고 여러 황화물이다.
1. 디아세틸
디아세틸은 맥주에서 나타나는 매우 흔한 이취다. 맛 역치가 낮은(0.10~0.12mg/l) 물질이어서 소량만 함유되어도 맥주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흔히 버터, 버터 스카치 캔디, 캐러멜 등으로 그 맛을 표현한다. 실제로 디아세틸을 이용해 버터 풍미를 추가한 팝콘 제품이 존재하기도 하므로, 팝콘의 풍미에 많이 비유되기도 한다. 또한 마셨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우유나 버터와 같이 미끈거린다. 어두운색 맥주나 일부 체코식 필스너에선 소량 존재할 시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나, 대부분의 맥주에선 어딘가 느끼하고 역한 풍미로 작용한다.
1) 디아세틸의 생성 원인
맥주에서 디아세틸이 생기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아세토인(Acetoin)의 탈수소화 반응에 의해 생기는 경우와 알파 아세토락테이트(Alpha Acetolactate)의 분해에 의해 생기는 경우다. 다만 아세토인의 탈수소화 반응이 맥주 내 디아세틸 생성에 기여하는 비율은 매우 낮으며, 주로 관여하는 것은 알파 아세토락테이트의 분해이다.
알파 아세토락테이트는 효모가 발린(Valine)이라는 아미노산을 스스로 합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물질이다. 발린 생성을 위해 피루브산(Pyruvic acid)으로부터 합성된 알파 아세토락테이트는 대사과정 중 일부가 효모 세포 외부로 배출되고, 그곳에서 산화적 탈탄산화 과정을 거쳐 디아세틸로 전환된다. 이 과정은 효모와는 관계없이 주변 온도와 수소이온 농도에 의해 진행된다.
발린 합성은 효모의 생장에 필수적이므로, 발효 초기에 효모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디아세틸 생성이 활발히 일어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맥즙에 충분한 양의 발린을 미리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효모에게 발린의 흡수 우선순위는 다른 아미노산의 흡수에 비해 낮기 때문에 알파 아세토락테이트와 디아세틸의 생성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필요하지만 먹지는 않고 만들기만 한다니 효모는 참으로 난감한 녀석이다. 알파 아세토락테이트의 농도는 발효온도, 효모대사 강도 및 효모 종류 등에 영향을 받는다. 당연히 그에 따라 디아세틸의 농도도 달라진다.
하지만 재밌게도, 이렇게 만들어진 디아세틸은 다시 효모가 먹어서 없애는 것이 일반적이다. 효모가 흡수한 디아세틸은 효소적 반응(diacetyl reductase)을 통해 아세토인(acetoin)을 거쳐 2,3-부탄디올(2,3-butandiol)로 전환된다. 발효 후반부엔 이 과정이 알파 아세토락테이트의 산화적 탈탄산화 과정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디아세틸은 고온으로 발효하거나 맥즙에 효모를 과잉 투입했을 때 그 생성량이 증가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분해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맥주의 발효과정에서 디아세틸이 생성되나, 시간이 지나 발효가 제대로 완료된 맥주에서는 디아세틸의 농도가 매우 낮게 나타난다. 이처럼 디아세틸은 맥주 숙성의 지표가 되므로 컨디셔닝을 시작하기 전에 그 농도(0.1mg/l 이하)를 체크해야 한다. 디아세틸의 농도가 충분히 낮아지면 보통은 다른 발효 부산물(아세트알데히드, SO2 등)의 농도도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
2) 디아세틸 방지법
발효가 완료된 후에도 디아세틸이 맥주에 남아있게 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효모의 활성도가 낮아지거나 세대가 오래되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또한 흔한 오염균인 페디오코커스(Pediococcus),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및 그밖의 여러 그람 음성균에 의한 오염으로도 디아세틸이 생성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효모에 산소가 지나치게 공급되었거나, 저장과정 중에 산소가 공급된 경우에도 디아세틸이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다. 발효조 내부 환경이 유동적일 때 디아세틸이 과하게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과도한 디아세틸 생성을 방지하고, 효모의 디아세틸 흡수량을 높이기 위해선 • 신선한 효모를 사용하고 • 발효 시작 직전에만 효모에 산소를 공급하며 이후엔 산소 공급을 차단해야 하고 • 유동성이 없는 안정적인 발효조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미숙성으로 인해 디아세틸 농도가 높아진 맥주는 다시 숙성하거나 12~20%가량 발효가 진행된 맥주를 투입한 뒤 디아세틸 농도가 낮아질 때까지 숙성한다. 숙성은 2~4주간 진행할 수 있고, 해당 맥주에 활성이 좋은 최적의 효모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한 고온 숙성은 효모의 디아세틸 흡수 및 분해 활동을 촉진하므로, 발효가 끝난 직후엔 발효 온도를 살짝 높여주는 것이 디아세틸 제거에 도움이 된다.
2. 아세트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는 효모가 생산하는 여러 알데히드(aldehyde) 화합물 중 가장 대표적인 화합물로서 풋사과나 생호박과 흡사한 향을 낸다. 보통 숙성이 덜 된 맥주를 ‘그린 비어 (Green Beer)’라고 부르는데, 숙성이 덜 된 맥주에서 아세트알데히드의 풋사과(Green Apple) 향이 나서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정도가 심할 땐 페인트나 솔벤트와 같은 불쾌한 화학물질의 향을 내기도 한다. 적정 함유량은 5-15mg/L이나 임페리얼 스타우트 같은 일부 맥주 스타일에선 일정 수준의 아세트알데히드가 허용되기도 한다.
1) 아세트알데히드 생성 원인
알데히드는 효모의 발효대사 부산물로서 피루브산의 탈탄산화를 통해 발효 시작 48시간 이내에 주로 생성된다. 그중에서도 아세트알데히드는 효모가 포도당을 먹고 에탄올을 만드는 중에 생성되는, 에탄올의 전구체이다. 당이 부족한 상황에서 맥주를 고온에 보관하여 산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효모가 산소를 섭취하고 에탄올을 역으로 분해하여 다시 아세트알데히드를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국내에 상태가 좋지 않게 수입된 고도수 맥주 중엔 아세트알데히드가 풍성하게 들어있는 맥주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트레오닌 (L-threonine)이 분해되어 글리신(L-glycine)이 될 때 함께 생성되는 경우도 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디아세틸과 마찬가지로 모든 맥주의 발효 과정에서 당연하게 생산되는 물질이다. 효모의 과잉 첨가, 산소 공급 결핍 및 고온 발효 등은 아세트알데히드의 생성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다량의 효모와 고온 발효는 그만큼 아세트알데히드를 에탄올로 환원시키는 작용 또한 활발하게 하므로, 발효가 충분히 이루어진 일반적인 맥주에서 아세트알데히드는 적은 양으로만 잔존한다.
2) 아세트알데히드 방지법
아세트알데히드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관행적으로 알려진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활성도가 좋은, 건강한 효모를 적정 발효 온도에서 발효시키는 것이다. 또한 일단 발효가 진행되고 나면 추가적인 산소 공급을 막아야 한다. 이는 효모가 생장을 멈추고 알코올 발효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점과 에탄올을 다시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시키지 않도록 막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발효 시작 전엔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충분한 양의 효모를 얻을 수 있고, 아세트알데히드의 환원을 더 원활히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그러니 발효조에 맥즙을 채우는 시간을 길게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초반 산소공급량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도 아세트알데히드의 잔존량이 많다면, 알코올 발효가 어느 정도 종료된 시점에서 온도를 다소 올려주는 것도 좋다. 이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에탄올로 환원되는 양, 증발(증발 온도 : 21℃) 및 유실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증가시킴으로써 아세트알데히드의 함유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또한 발효가 완료되면 즉시 효모를 제거하지 말고 며칠간 아세트알데히드를 환원시킬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다.
3. 황화합물(ethanethiol, H2S 등)
황화합물은 말 그대로 황이 들어있는 물질을 뜻한다. 맥주에 들어있는 황화합물은 DMS(DiMethyl Sulfide), 황화수소(hydrogen sulfide, H2S), 이산화황(sulfur dioxide, SO2), 황화물(dimethyl sulfide, dimethyl disulfide, dimethyl trisulfide), 알코올(methionol), 에스테르(ethyl thio acetate, methylthio acetate, 3-methyl thio propinic acid ehtyl ester), 메르캅탄(ethyl merkaptan, methyl merkaptan)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이중 주로 이취로 작용하는 화합물은 황화수소와 에틸 메르캅탄(ethyl merkaptan, ethanethiol), 그리고 이산화황이다. 황화수소는 썩은 계란 노른자, 온천지대의 유황과 같은 향을 풍기며 메르캅탄의 향은 썩은 야채, 하수구, 유황, 썩은 쓰레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특히 메르캅탄은 프로판이나 천연가스에서도 나는 향이어서 더욱더 불쾌한 인상을 준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허용 가능한 함유량도 1μg/L로 굉장히 낮다.
1) 황화합물의 생성 원인
황화합물 중에서도 특히나 황화수소와 이산화황은 효모의 생장중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물질이다. 발효 말기에 이들의 농도가 최고점에 달하고, 숙성과 저장과정을 거치며 약간 감소한다. 먼저 효모가 한창 수를 늘릴 시기엔 황을 함유한 아미노산이 필요하기에, 맥즙에 있던 황산염을 흡수하여 아미노산 합성에 이용한다. 이 시기엔 황을 아미노산 합성에만 사용하므로 이산화황과 황화수소는 배출되지 않는다. 그러다 산소와 영양분이 결핍되면 효모 증식과 아미노산 합성이 저해되는데, 반면 황산염의 흡수는 계속되어 이산화황과 황화수소가 배출되기 시작한다. 보통 발효 2~5일간은 이산화황의 농도가 증가하고, 발효가 종료되는 시점에 이산화황의 생성이 중단되며 맥주에 그대로 잔존하게 된다. 하지만 황화수소는 발효 가능한 당이 부족해진 시점부터 효모에 의해 다시 흡수된다. 이 현상은 발효 가능한 당이 적을수록 급격하게 일어난다.
2) 황화합물 방지법
흡수되지 않은 다른 황화합물은 홉 찌꺼기를 비롯해 트룹 및 발효 과정에서 발생한 침전물과 함께 침전 및 제거되거나 이산화탄소와 함께 휘발된다. 거기다 황화수소의 경우 휘발성이 강한 물질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맥주에 잔존하는 농도(0.5㎍/l)는 매우 낮다. 그런데도 맥주에서 황화합물이 다량으로 남아있게 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이다. 황 성분이 다량 함유된 물을 사용했거나, 효모를 오랜 세대에 걸쳐 사용하느라 돌연변이가 일어났거나, 활성을 잃은 효모의 시체를 발효가 종료된 후에도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여 그것이 자가분해(Autolysis) 되어버렸거나, 혹은 황화합물 생성능력이 뛰어난 다른 균에 오염된 경우이다.
우선 발효에 충분한 시간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에일 효모의 경우 발효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므로 CO2 또한 많이 발생하며, 이를 통해 휘발성 황화합물이 어느 정도 제거될 수 있다. 하지만 라거 효모는 에일 효모보다 황화합물을 더 많이 생산하고, 그 황화합물이 제거되는 속도 역시 느리므로 발효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활성이 좋은 건강한 효모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맥즙의 조성이 우수하고 지방 성분이 많고 산소 공급이 잘된 경우라면 발효 시 이산화황의 생성이 적게 나타나며, 효모 종류도 이산화황의 생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맥즙의 아연 함량을 좀 더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효모의 자가분해를 막기 위해, 발효가 어느 정도 완료되면 아래 깔린 효모 시체들을 제거하고 2차 발효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이취가 존재하지만, 앞서 언급한 세 종류의 이취만 확실하게 컨트롤해도 대부분 맥주는 얼추 마실만 하게 나온다. 그리고 재밌게도, 그를 위한 첫걸음이 처음 언급한 '효모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 결국 이 글의 요지이다. 하지만 이젠 마냥 기도만 하지 않아도 된다. 어떻게 하면 효모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지 알게 되었지 않은가.
EDITOR
김정환 Junghwan Kim
비어바나 양조사, 비어포스트 에디터, 그리고 맥주 설명충. 종합맥주인의 삶을 지향하는 맥덕이다. 맥주에 대한 전문적이고 깊은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은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