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캔에 만원, 마트·편의점 세계맥주 시음회- 에일편
6월호에 소개한 세계맥주 시음회 라거편에 이어 두 번째 ‘마트·편의점 세계맥주 시음회’를 6월 15일 진행했다.
1차 시음회와 같이 8명의 평가단이 참여한 두 번째 시음회에서는 어두운 색 라거, 윗비어, 바이젠, 잉글리시에일, 스타우트 등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 23종을 대상으로 했다. 두 번째 시음에 참여한 평가자는 총 8명으로 비어바나 양조사 강대인과 서보학, 공인 씨서론 자격 보유자이자 비어포스트 에디터인 김정환, 씨서론 비어서버 자격 보유자이자 비어포스트 에디터인 장명재와 홍희주, 홈브루어 강한준, 비어소믈리에 윤지현, 펍 운영자 최지훈이다.
1차 시음과 마찬가지로 2차 시음 역시 시음 및 평가가 이루어지는 동안 브랜드의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블라인드로 진행하되였다. 다만 맥주의 스타일은 공개하고, 평가가 이루어진 뒤 시음한 맥주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평가 역시 지난번처럼 10점 만점의 기준 스코어를 기록하되 짧은 코멘트를 남길 수 있도록했다. 평가 후 평가자가 작성한 맥주별 점수를 평균하여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으로 분류하되, 이번 시음이 23종으로 그룹 분류를 균등하게 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여 하위권 그룹을 7개 맥주로 정했다.
시음을 마친 뒤 2차 시음 추가설문지를 배분하여 개인의 맛의 강도별 선호도 및 에일, 라거 선호도 등도 조사했다. 이번 시음의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응답자들의 특성
지난 1차 시음에서는 페일라거 및 이와 유사한 색상을 가진 라거류의 시음을 진행했고, 이번 시음에서는 에일 계열의 맥주와 색이 진한 맥주 등을 시음했다. 이와 같이 다른 스타일의 맥주를 시음함으로써 달라질 수 있는 점수 평가의 분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응답자들이 평소에 라거와 에일, 풍미가 진한 맥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추가 설문을 진행했다. 추가 설문은 설문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 시음이 끝난 뒤 진행했다. 설문 항목은 총 9개로, 이 중에서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의 맥주에 관한 질문이 6개, 맥주 구매와 관련된 항목이 3개였다.
이번 시음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풍미가 강한 맥주를 좋아하고, 라거보다는 에일을 선호하며, 보틀보다는 캔 맥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틀 맥주를 선호하는 경우에도 실질적으로는 캔 맥주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보관상의 이유, 유통기한 등의 문제로 마트나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하는 것에 있어서는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시음 결과
시음 대상 맥주를 스타일별로 살펴보면, 바이젠이 총 9종으로 최다이며, 윗비어 3종, 드라이스타우트 2종, 둔켈, 다크라거, 앰버/비엔나 라거, 슈바르츠비어, 메르첸, 둔켈바이젠, 아이리쉬 에일, 마일드 에일, 스타우트가 각각 1종이며, 2018년 6월 15일 기준 잔여 유통기한 일수의 평균은 169.13일이다. 시음 결과를 기준으로 한 그룹은 다음과 같다.
시음결과 상위권에는 다양한 맥주들이 자리했다. 한 가지 도드라지는 점은 23종 중 9종으로 최다를 차지했던 바이젠이 1종밖에 순위에 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편 중위권에는 바이젠이 5종 차지하며, 상위권과 중위권에 바이젠이 6종이나 포함되며 비교적 좋은 평가를 얻었다.
반면 하위권에는 어두운 색 맥주가 다수 포함되었다.
이번 시음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1차 시음에서 상, 중, 하위권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잔여 유통기한이 많이 남아 있었던 맥주가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이번 2차 시음에서는 잔여 유통기한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상위권에 자리한 맥주의 경우 평균 유통기한 잔여일은 154.63일로 중위권이나 하위권에 비해 20여일이나 짧았다.
시음과정 중 지난 시음과 달랐던 또 하나의 특징은 지난 시음에서는 비교적 비슷한 스타일의 맥주를 마시다 보니 특정 브랜드나 특정 스타일에 대한 예측성이 매우 떨어졌지만 이번 시음에서는 스타일 또는 특정 맥주를 지목하고, 그에 대한 적중률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시음 후 맥주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밸런스’, ‘이취’, ‘음용성’등의 언급이 많았으며, 이를 통해 미루어 보아 이들을 기준으로 점수 평가를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있다. 한편 점수 평가 외에 시음자들이 남긴 맥주별 코멘트에는 이취를 지적하는 면이 도드라졌다. 특히 보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인한 이취의 지적이 많았다는 점을 통해서 볼 때 이번 시음맥주의 점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맥주가 얼마나 올바르게 보관되었는가?’ 일 수 있다
독일권 정통 바이젠 vs 비독일권 가벼운 바이젠
이번 시음에서 단일 스타일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 맥주는 바이젠이다. 총 23종 9종이 바이젠으로, 바이젠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시음 대상이 된 9종의 바이젠 중 독일에서 제조된 바이젠은 총 6종, 독일외 지역에서 제조된 바이젠은 3종이다. 독일 외 지역에서 제조된 바이젠의 경우 독일에서 제조된 것에 비해 비교적 가볍고 화사하다는 평이 많았으며, 바나나를 연상시키는 풍미가 도드라진다는 평이다. 반대로 독일 바이젠의 경우 몰트의 풍미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향신료를 연상시키는 풍미가 독일 외 지역에서 제조된 것들보다 강하다는 평이다. 한편 바이젠 중 유일하게 상위권에 속한 크롬바커 바이젠의 경우 대부분의 시음자가 좋은 밸런스와 함께 완성도가 높다고 했으며, 정통 바이젠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맛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반면 칭다오 밀맥주의 경우 기존의 정통 바이젠이 무겁다고 느낀다면 가볍고 탄산이 많아 청량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추천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음용성과 밸런스
이번 시음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포인트는 ‘음용성’과 ‘밸런스’로 보인다. 시음 대상이 된 맥주의 스타일 자체가 음용성이 중시되는 스타일이 대다수였던 것과 함께 스타일 정보가 함께 제공되어 제품명에 대한 예측이 비교적 쉬웠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시음 후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밸런스가 좋다는 평을 받았던 코젤 다크, 크롬바커 바이젠, 킬케니 에일, 파슨스스 블루 레이블 등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파슽스 블루 레이블의 경우 반복 시음성이 좋으며, 좋은 밸런스로 좋은 평을 이끌어냈다. 또한 킬케니 에일 역시 ‘하루 종일 마셔도 질리지 않을 맥주’와 같은 평이 있었으며, 코젤 다크의 경우에도 좋은 밸런스와 함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적절한 단맛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불호가 갈리는 맥주
반면 칭다오 밀맥주, 프란치스카너, 기네스 오리지날 등의 맥주는 시음자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칭다오 밀맥주의 경우 바나나 향에 가벼운 바디의 바이젠을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할만하다는 평이 있었던 반면, 과한 바나나스러운 향이 부담스럽다는 평도 있었다. 프란치스카너는 향이 상쾌하고 가벼워서 좋다는 평이 있는 반면 카라멜 몰트의 느낌이 과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기네스 오리지날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마셔봤던 맥주인 기네스 드래프트와 비교해서 한 평가들이 많았는데, 산도가 너무 높고 거칠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거칠지만 좋은 밸런스를 가졌다는 평을 한 사람도 있었다.
좋은 마트 맥주 고르기, 신선한 맥주를 찾자
1차 시음에서는 잔여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맥주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밝은 색 라거로 이루어진 시음에서 신선한 맥주일수록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반면 이번 2차 시음에서는 전반적으로 유통기한이 좋은 점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맥주의 종류가 바뀌면서 평가 척도의 중요도가 달라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 시음에서는 특히 이취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스타일에서 기대되는 것과는 다른 향이 나는 경우, 보관상의 문제로 의심되는 맥주의 변질로 발생하는 문제의 지적이 많았다. 이번 시음 대상이 된 품목들을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것임을 고려할 때 보관 상태에 대한 의심을 품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번 시음은 좋은 맥주, 다시 말해 우리가 맥주를 마실 때 좋은 맥주라고 느끼는 경우는 어떤 때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1차 시음의 결과는 맥주의 신선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또한 이번 2차 시음은 맥주를 올바르게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마트에서 상온에 노출된 상태로 판매되는 맥주는 보관상의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다. 여름의 무더위나 겨울의 히터 열기는 맥주의 변질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냉장유통 및 냉장보관이 필수적이다. 결국 좋은 맥주를 고르기 위해서는 캔 바닥의 제조일자나 유통기한을 확인해 신선한 맥주를 찾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매장에 오래 놓여있던 맥주일수록, 나쁜 보관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DITOR_비어포스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