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핸드앤몰트 ‘홉 수확 파티 (Hop Harvesting Party)’
더 맛있는 맥주를 향한 열정이 키웠다
더핸드앤몰트 ‘홉 수확 파티 (Hop Harvesting Party)’ 현장긴 여름 내내 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돌연 꼬리를 내린 지난 8월 27일. 새벽의 냉기가 채 가시기도 전 비장한 표정의 한 무리가 경춘선 청평역 앞에 모였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차를 타고 5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아침 햇살을 품고 눈이 부시도록 녹색빛을 내뿜는 언덕. 차에서 내려 언덕 쪽으로 발길을 내디뎠을 때 시야에 들어온 것은 ‘The Hand & Malt Farm’ 표지판과 지지대를 타고 올라간 덩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연둣빛 홉이었다.
홉은 효모, 맥아, 물과 함께 맥주의 4가지 원료 중 하나로 다양한 향과 씁쓸한 맛을 내고 천연방부제 역할도 한다. 식물로서 홉은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의 꽃으로 전 세계 300여 종이 있고 연구개발을 통해 계속해서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홉을 한국에서도 수확할 수 있는 자리를 더핸드앤몰트 브루어리에서 마련해주었다. 일명, 홉 수확 파티(Hop Harvesting Party)
더핸드앤몰트는 4년 전 청평에 처음 홉을 심어 지난해 수확 이벤트를 개최했고 올해도 페이스북, 맥주 탐험대 카페 등에서 지원한 30여 명이 홉 수확 파티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이날 수확한 홉으로 한국 최초의 ‘Wet hop IPA’가 탄생한다는 점. 대부분의 브루어리는 알갱이(pellet) 형태로 압축, 건조되어 유통된 홉을 사용한다. 지난 2015년 수확한 홉으로 ‘청평 하베스트 페일에일’을 만들어 주목받은 더핸드앤몰트가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도정한 더핸드앤몰트 대표는 “말리지 않은 신선한 홉으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곳은 미국 워싱턴주, 아이다호주 등 홉 산지에 인접해 있는 브루어리들 일부에 불과하다”며 “완성된 맥주의 향과 맛이 남다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풋풋한 풀향기가 나는 IPA를 상상하며 500여 평(1653㎡)의 홉 농장에 흩어져 수확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모두 캐스케이드 홉. 시트러스 향이 강한 이 홉은 맥주의 아로마, 풍미, 쓴맛 등을 모두 받쳐줘 아메리칸 페일에일, IPA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이날 수확한 홉은 대부분 길이 3~4 cm 정도 크기로, 잘 자란 것들은 손만 대면 떨어진다고 표현할 만큼 따기가 쉬웠다. 오렌지, 자몽 향이 느껴졌고, 겉잎을 따면 드러나는 노란 가루 부분에서는 마치 갓 출고된 IPA에서 풍기는듯한 강한 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부지런히 홉을 따는 도중 갈색으로 말라있는 홉들이 눈에 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실제 예년보다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더핸드앤몰트 농장의 홉 재배는 더위와 가뭄, 엄청난 생명력으로 끊임없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잡초에도 농약 없이 싸운 지난한 시간이었다.
도 대표는 “홉 재배에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 시간이 만만치 않지만 맛있고 신선한 맥주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내년에도 농장 면적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홉 수확에 나선 지 1시간 30분.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팔이 조금씩 아파질 무렵, 각자 손에 든 주머니에는 절반 이상의 홉이 들어찼다. 8월 초부터 홉 수확을 시작했고 수확을 완료하면 올해 총 100kg 정도를 거둘 수 있다고 브루어리 직원이 설명했다.
이후 더핸드앤몰트 브루어리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됐다. 브루어리 투어가 진행되며 발효 탱크에서 바로 뽑아낸 여과되지 않은 맥주의 시음이 시작되었고, 이어 맥주 통에 탭을 꽂아넣는 태핑 행사가 펼쳐지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또한, 맑은 초가을 하늘 아래 브루어리 앞마당에서는 애플사이더, 모카스타우트, 페일에일을 바비큐와 함께 즐기는 신나는 한때가 펼쳐졌고, 브루마스터 브랜든 페너와 함께 직접 수확한 홉을 여과조에 투입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이날 만들어진 IPA는 한 달 여의 기간을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
맥주에 대한 열정으로 자란 홉, 또 내 손으로 수확한 홉이 만들어낸 맥주 맛은 어떨까. 싱그러운 홉 맛이 깃든 맥주를 기다리는 시간이 설렘으로 가득 차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