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사람과도 한 잔 나눠 마시는 그 문화에 매료됐죠.. 맥덕 최용준 씨와의 만남
우연히 만난 사람과도 한 잔 나눠 마시는 그 문화에 매료됐죠.. 맥덕 최용준 씨와의 만남
맥주 사랑 표현법은 다양하다. 밤낮으로 홈브루잉 실험을 하거나 맥주 관련 자격증에 도전하는 학구 파, 맥주나 잔·병따개·코스터 등 관련 상품을 쟁여 놓는 수집파, 틈만 나면 해외 브루어리 투어에 나서 는 행동파…
이와 또 다른 방식으로 맥주에 대한 애정을 뿜어내 는 맥덕이 있다. 봄이 시작되던 어느 날 서울용산구 사워 퐁당에서 만난 최용준 씨는 그저 맥주를 좋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만으로 행복해서 마 신다고 소탈하게 말했다.
“맥주 자체도 맛있지만 더 좋은 건 모르는 사람들과 펍에서 만나 아무 이유 없이 맥주를 나눠 마시는 열 려있는 문화에요. 제가 시기적으로 크래프트 맥주를 일찍 접한 건 아닌데 펍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 나 이도, 직업도, 출신도 어떤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 고’ 그냥 맥주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환영 해 주셨죠.”
웹 프로그래밍 개발자인 최용준 씨가 맥주에 눈길 을 주게 된 계기는 2013년 미국 출장이었다. 당시 오스카 블루스(Oskar Blues) 브루어리의 맥주들을 마시자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이후 한국에서 크 래프트 맥주 펍을 찾아 다니다가, 비어포럼에 참여 해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맥주에 빠져들었 다. 이제는 누구보다 더 자주, 더 많이 맥주를 마시 는 맥주 덕후가 됐다.
“맥주 자체도 맛있지만 더 좋은 건 모르는 사람들과 펍에서 만나 아무 이유 없이 맥주를 나눠 마시는 열려있는 문화에요. … 펍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 나이도, 직업도, 출신도 어떤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맥주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환영해 주셨죠.”
가장 자주 찾는 펍은 퐁당. 신사동, 이태원, 경리단길 여러 퐁당 펍을 두루 다닌다. 이승 용 퐁당 대표와는 펍 사장과 손님으로 인연 을 맺어 최용준 씨가 퐁당 홈페이지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이틀에 한번만 가겠 다고 결심했지만 퇴근하면 나도 모르게 펍 을 향하고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홉이 두드러지는 맥주와 사워 맥주라면 거 의 좋아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인생 맥주 인 부 바이세(Bu Weisse)를 만든 드가르드 브루잉(de Garde Brewing)의 맥주는 어떻 게든 구해서 적어도 3개월에 한번씩은 마시 는 게 철칙이다.
신선한 홉의 향을 선호하는 만큼 요즘은 뉴 잉글랜드(New England) 스타일 IPA에 관심 이 많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첫사랑과 더부스의 헤이쥬드를 즐기다 최근 7박8일 일정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를 돌며 웨스트코스트 뉴잉글랜 드 스타일 IPA를 경험했다.
“브루어리마다 본래 버몬트 주에서 만들던 과일주스 같은 뉴잉글랜드 IPA도 있었지만 홉과 몰트의 밸런스를 맞춰 재해석한 웨스 트코스트 스타일의 뉴잉글랜드IPA도 하나씩 내놓고 있더라구요. 정답이 없고 그만큼 빨 리 변하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모습을 눈 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셀라메이커(Cellamaker), 파이어스톤 워커 (Firestone Walker), 셀라도어(Cellador), 몽 키쉬(Monkish), 카운실(Council), 에일 스 미스(Ale Smith) 등 총 20군데의 브루어 리를 방문하고 143종의 맥주를 마셨다. 여 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브루어리는 샌디 에이고의 툴박스(Toolbox). 다양하고 수준 높은 사워 맥주를 갖추고 있는 브루어리였 다. 개별 맥주로는 소시에테 브루잉(Societe Brewing)의 퓨필(Pupil) IPA가 가장 인상적 이었다. 그는 호피, 몰티, 이스티의 완벽한 밸 런스를 갖춘 IPA라고 소개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맥덕답게 캐리어 두 개에 채워온 맥주 20여 병은 귀국한 다음날 이미 빈 병이 됐다. 맥주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새로운 맥주와 의 만남에 이끌려 곧 또 여행을 갈 계획을 세 우고 있다. 다시 미국으로 떠나 ‘맥주의 성지’ 포틀랜드를 중심으로 돌아볼 생각이다.
최용준 씨에게 맥주란 무엇이냐는 질문엔 망설임 없이 “생활”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시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펍을 찾고 맥주 에 대해 대화하는 게 일상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오늘 저녁 강남,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어느 펍에선가 바에 앉아있는 그 와 마주칠 지 모른다. 사람 좋은 표정으로 반 갑다며 한잔 따라줄 지도…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