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遊) 줄 아는 당신을 위한 맥주가 있고(有) 감성이 흐르는(流) 공간, ‘유에서유’
을지로 3가역 1번 출구 가까이 위치한 유에서 유는 오은 시인의 시 집 제목 ‘유에서 유’에서 따온 이름으로 시 ‘일주일’의 감성적인 문 구가 입구에서부터 눈길을 사로 잡는다. 마치 금요일 저녁만 기다 리는 사람들의 심정을 점 하나 획 하나에 붙잡아 둔 것 같은 느낌 에 단어 하나하나를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지금의 을지로 3가는 높은 빌딩과 상점들로 복잡함을 자아내는 거리지 만, 과거 조선시대에는 청계천에 흐르는 수량을 측정하던 다리인 수표교 와 의약과 서민의 치료를 담당하던 혜민서가 자리잡고 있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 이후에는 대한민국 상공업의 중심지로 시민들의 삶이 녹아 든 거 리로 서울시는 이러한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근현대건축물 보존지구로 지정했다고 한다. 과거와 현대를 오고 가는 이야기가 흐르는 곳이 바로 여 기가 아닐까? 을지로 3가에서 만난 크래프트 펍 ‘유에서유’는 맥주와 음식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이다.
두 여자가 만나다, 만들다
유에서 유의 대표는 두 사람이다. 김수교 대표와 김은경 대표는 이 전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이었다고. 심지어 같은 건물 위층에 위치한 회사에서 근무한 두 사람은 호기롭게 퇴사를 하고 아래층 에 펍을 차렸다. 동료에서 동업자로, 홍보 회사에서 시작된 두 여 자는 함께 꿈을 만나고, 꿈을 만들었다.
김수교 대표는 맥주를, 김은경 대표는 음식을 담당하는 유에서유 는 협업과 상생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전국의 건강한 먹거리와 맛 있는 맥주,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유에서유는 시간대 별로 도 또 다른 다름이 있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오전 7 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는 조식 뷔페를, 11시 30분부터 오후 6까지는 점심과 커피 등을 판매한다. 그리고 이후 저녁 시간에는 펍으로 변신한다. 해가 뜨는 이른 아침부터 달이 차오르는 자정까 지. 유에서유는 시간과 맛을 더한 공간이다.
있을 유(有), 흐를 유(流), 그리고 놀 유(遊)
이들은 유에서유를 있을 유, 흐를 유, 놀 유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여기에 당신(You)이란 의미를 더해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말이다.
오랜 시간 홍보 일을 하며 얻은 두 대표의 감각은 이곳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인테리어부터 조명, 음식과 맥주까지 모든 것을 손 수 찾아 기획하고 선정하여 펍을 꾸렸다. 또한 작가들의 작품을 무 료로 전시하고 작가와의 토크 콘서트, 아트 옥션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등 문화를 더했다. 마치 맥주 파티를 여는 외국의 갤러리 펍과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는 을지로 근방 여성 직장인들에게 인 기 만점이라고 하니, 두 대표의 감각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유에서유의 음식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미학’이다. 눈이 아름답 고, 입이 즐겁다. 시각과 미각이 두루 어우러져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유유 함박스테이크 세트’. 부드럽고 신선한 돼지고기와 소 고기가 배합된 함박스테이크와 소시지와 친환경 발아현미로 지은 밥, 신선한 채소 가니쉬에 특제 소스가 곁들여진 이 메뉴는 대표 안주이자 맥주와 가장 어울리는 메뉴다. 김은경 대표가 조리하는 음식들은 먹기 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싶을 정도로 정갈하 고 정성스럽다.
맥주는 열 가지의 드래프트 비어와 일곱 가지의 병 맥주를 마실 수 있다. 한겨레 맥주학교 1기를 수료한 김수교 대표가 직접 엄선 한 드래프트는 더부스, 크래머리, 화수 브루어리, 히든트랙 맥주들 이다. 각각의 맥주에 김수교 대표가 직접 설명을 달아 두어 맥주를 잘 모르는 입문자도 어렵지 않게 다양함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유유자적을 맛보다
유유자적. 의미 그대로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로이 살 아가는 모습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삶의 모습이 아닐까? 문화와 음식, 차와 맥주가 한데 어우러져 잠 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유유자적을 맛볼 수 있는 펍 유에서유는 여 름 맞이를 준비 중이다. 7월에는 직장인 문화 예술 모임 ‘낯선 대 학’과 함께 하는 ‘낯선 맥주’을 선보인다. 수제 맥주의 저변 확대를 위해 더부스와 컬래버레이션한 맥주를 판매할 것이라고 한다
지친 일상을 안녕하고 유유자적하고 싶은 여름날, 유에서유로 향 해 보자. 맛난 맥주와 음식으로 당신의 감정을 유하게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유에서유는 언제나, 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DITOR_오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