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크래프트 맥주를 세계로 맥주에 싱글 몰트 위스키를 담은 ‘클랜 브루잉 컴퍼니’
흙 내음, 바다 내음, 훈제 향에 병원에서 맡아봤을 법한 요오드 냄새까지… 스코틀랜드의 크래프트 브루어리 ‘클랜 브루잉 컴퍼니’의 맥주는 향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클랜 맥주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기는 순간, 부드러우면서도 알싸한 맛에 압도된다.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맥주의 향과 맛. 이런 특별한 맥주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또 팔을 맞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있는 로고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한국 진출을 앞두고 방한한 사이먼 한나(Simon Hannah) 클랜 브루잉 컴퍼니 대표와 크리스토퍼 밀러(Christopher Miller)를 만나 스코틀랜드에서 온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피트 향이 담긴 맥주
사이먼 한나 대표는 “클랜의 특별한 맥주 맛은 오직 스코틀랜드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며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스코틀 랜드 위스키가 담겼던 배럴에서 최장 1년의 숙성과정을 거쳐 완성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클랜의 맥주에는 스코틀랜드 지역별 싱글 몰트 위스키 고유의 맛과 향이 고스란히 담겼다. 스코틀랜드에서는 하일랜드(Highland), 로우랜드(Lowland), 스페이사이드(Speyside), 아일라(Islay), 캠벨타운(Campbeltown) 등 다섯 지역에서 각기 개성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가 생산된다. 클랜이 이번에 선보이는 맥주는 각각 하일랜드, 로우랜드, 스페이사이드, 아일라 위스키 배럴에 숙성된 네 가지 맥주다. 스프루스 에일(Spruce Ale)은 스코틀랜드의 서남쪽 아일라섬 지역에서 생산된 위스키 배럴에 담아 숙성시켰다. 아일라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위스키중에서도 피트의 특징이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피트는 식물이 오랜 시간 땅에 묻혀 고온과 고압으로 인해 탄화된 것으로 습기를 머금은 흙의 느낌, 스모크향, 소독약의 느낌 등을 주기도 한다. 덕분에 스프루스에서는 맥아의 달콤함과 홉의 송진향 바탕 위에서 피트의 느낌이 세게 치고 올라온다.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에는 로우랜드 위스키의 그림자가 강하게 배어있다. 태운 커피와 스모키하고 매캐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또 하일랜드 위스키 배럴에 숙성한 골든 에일(Golden Ale)에서는 열대과일 아로마에 과일 케이크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스페이사이드 배럴과 만난 레드 라이 에일(Red Rye Ale)은 시트러스한 느낌을 주는 홉이 살아있는 동시에 스파이시함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클랜의 맥주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위스키 구루(Guru)인 찰리맥린(Charlie MacLean)과 윌리엄스 브라더스 브루잉 컴퍼니의 마스터 브루어인 스콧 윌리엄스(Scott Williams)가 손을 잡은 결과물이다. 이 둘은 네 가지 맥주의 레시피를 완성하기 위해 1년 이상을 함께 일했다. 사이먼 한나 대표는 “맥주와 위스키의 접점을 찾아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며 “각 분야 최고 전문가가 협업해 강렬하면서도 풍부한 아로마와 플레이버로 복잡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정과 단합의 ‘암 쉐이크’
클랜 브루잉 컴퍼니의 로고에는 손이 아닌 팔목을 잡고 악수하는 암 쉐이크가 묘사돼 있다. 암 쉐이크는 로마시대에 소매에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악수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정과 단합을 상징한다. 또 클랜은 ‘씨족’이라는 뜻이다. 브루어리에 씨족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뭘까?
“저는 클랜 브루잉 컴퍼니의 대표이기에 앞서 ‘더 크래프트 비어 클랜 오브 스코틀랜드’의 멤버입니다. 크래프트 비어 클랜은 스코틀랜드의 크래프트 맥주의 유통과 마케팅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저는 그 동안 쌓아온 무역과 유통의 경험을 살려 스코틀랜드의 크래프트 맥주가 국내외에 알려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현재 40개 가량의 크래프트 브루어리와 협력해 스코틀랜드 맥주를 유럽 각지를 비롯해 중국, 홍콩, 남미에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도 크래프트 비어 클랜의 소속 브루어리 중 하나인 윌리엄스 브루잉 컴퍼니의 맥주를 함께 들고 왔다.
그는 “크래프트 비어 클랜에는 소형 위스키 증류소도 포함돼 있어 위스키와 맥주의 만남이 성사됐다”며 “스코틀랜드에서도 무척 구하기 어려운 좋은 위스키 배럴을 양조에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클랜이라는 이름 아래 뭉친 덕분”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트 비어 클랜에서는 ‘크래프트를 크래프트답게’ 하는 Brewgooder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의 모토는 ‘Drink Beer Give Water’로 맥주 판매 수익의 100%를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있다. 한나 대표는 “스코틀랜드 대표 브루어리 브루독이 마진 없이 맥주를 만들어 이 캠페인을 돕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브루독을 괴짜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성공한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로서 사회적 책임 실천에도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맥주와 즐거운 맥주 생활을”
크래프트 비어 클랜은 클랜과 윌리엄스 브루잉의 맥주를 시작으로 앞으로 한국 시장에 더 많은 개성 있는 스코틀랜드 맥주를 소개할 예정이다. 한나 대표는 “스코틀랜드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맥주에 특별한 색깔을 만들어준다”며 “스코틀랜드 크래프트 맥주가 맥주에 대한 경험과 즐거움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위한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클랜과 윌리엄스 브루잉 일부 맥주의 통관이 지연된 것이다. 맥주 원료 중식물 Spruce sprigs와 Bogmyrtle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되지 않은 원료라는 이유에서다. 한나 대표는 “두 식물은 북유럽, 유럽, 북아메리카에서 나는 것으로 전세계 많은 브루어리에서 맥주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700년이상 이용되고 있는 재료로 영국의 경우 특별한 승인을 요구하고 있지 않고 식품 첨가물에 대한 미국 FDA의 인증(GRAS) 등을 받은 안전한 식품 원료”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조속한 처리로 한국에서 더 많은 맥주를, 더 즐겁게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DITOR_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