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X Beer Series- 밤의 카페 테라스 by 빈센트 반 고흐 X 블루문
그럴 때가 있다. 어느새 후덥지근해진 공기에 묘하게 답답하고, 일찍 잠들기 싫은 그런 무료한 밤. 딱히 누군가를 불러내기도 애매해서 대충 지갑과 핸드폰만 챙겨서 밖으로 나간다. 어디를 갈지 정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천천히 거닐다가 눈에 띄는 맥줏집에서 가볍게 한 잔 하면 딱 좋을 듯한, 그런 밤이다.
고흐의 그림 ‘밤의 카페 테라스’를 보고 있자면, 이런 카페가 집 근처에 있다면 여름밤 맥주 한 잔 하기 딱 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무거운 맥주는 쉽게 더워지니 가볍고 상큼한 맥주가 좋겠다. 푸르스름하게 어두워진 긴 여름밤, 블루문 한 병을 들고 흥얼흥얼 야외의 테라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해보니 나도 모르게 맘이 들뜬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아무리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 이름. 붓질 하나하나에 영혼이 담긴 듯한 그의 그림은 실제로 마주했을 때 그 색감과 질감에 감탄하게 된다.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인 고흐는 순수하게 대상을 그려내는 초기 인상주의의 화풍을 발전시켜 외부 현상이 화개 개인의 내면에 불러일으키는 감흥을 고스란히 담아내려 했다. 그의 대표작인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을 보면 그가 느낀 강렬한 감정들이 화폭을 통해 전해져 온다. 샛노랑과 파랑이 어떻게 이런 우울함을 담고 있는지 놀라운 그의 그림들은 단 한번만 봐도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준다.
네덜란드에서 출생한 고흐는 원래는 성직자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격정적인 성격 때문에 교회로부터 거절당한 그는 파리로 가서 미술공부를 하며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림 공부를 하면서도 예민하고 과격한 성격 때문에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그는 파리를 떠나 유럽 등지에서 하층민의 생활을 그림으로 담아내며 꾸준한 습작을 한다. 대도시의 삶에 지친 그는 1888년 아를로 이주한다. 200여 점의 그림이 바로 이 아를에서 살던 시기에 그려지게 된다. 아를에서의 그의 생활은 극과 극이었다. 밝은 태양과 아름다운 날씨는 그가 수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지만, 유명한 고갱과의 갈등과 수많은 사람들과의 불화가 있었던 곳도 아를이었다.
‘밤의 카페 테라스’ 도 이 아를에서 그려진 그림이다. 반 고흐는 카페 앞에 이젤을 세우고 밤의 풍경을 담아냈다. 그림 속의 카페는 지금 ‘반 고흐 카페’ 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다양한 스케치를 남겼고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 이 그림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고 한다. 그가 이 그림에 쏟은 애정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바이다. 파리의 화려한 거리와는 사뭇 다른 조용한 아를에서 고흐는 이 카페 테라스의 노란 불빛 아래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랬을 것이다. 그림 속의 하늘은 검정이 아니라 고흐가 사랑하는 푸른 색으로 가득 차 있다. 이후 그려진 ‘별이 빛나는 밤’ 의 푸른 밤하늘과 매우 닮아 있는 하늘이다.
이런 푸른 밤하늘 아래 카페 테라스에서 마시기 좋은 맥주가 뭐가 있을지 고민할 새도 없이 ‘블루문’ 맥주가 떠올랐다. 블루문은 벨기에 식 윗비어로, 같은 맥주 종류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로는 호가든이 있다. 블루문을 만든 브루마스터는 벨기에 유학 시절 벨기에 윗비어에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을 살려 미국에서 매력적인 밀맥주를 만들게 된다. 발렌시아가 오렌지 껍질과 후추같이 생긴 코리앤더(고수) 씨의 향을 더해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의 블루문은 현재는 캐나다에서도 만들어지고 있으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블루문 브루잉 컴퍼니가 그 이름을 가지게 된 연유도 사뭇 흥미롭다. 원래는 “밸리슬라이드 벨지언 화이트” 라는 이름의 이 맥주는 맥주 이름이 원산지를 혼동시킨다는 반발에 마주했다. 맥주 이름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던 중, 한 직원이 요즘 맥주를 사 마시는 사람들이 이 매력적인 밀맥주에 대해 “이렇게 맛있는 맥주는 푸른 달이 뜰 때나 만들어지지! (Once in a blue moon)”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해준다. 화산 폭발이 일어난 후, 그 잔해로 인한 재들이 공기 중으로 올라가 달을 가릴 때 푸른 달이 뜬다고 하는데, 그만큼 매우 희박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일이라는 뜻. 그 말을 듣고 이거다 싶었던 사람들은 맥주 이름을 ‘블루 문’으로 바꿨고, 브루어리 이름도 그 때부터 ‘블루 문 브루잉 컴퍼니’가 되었다.
블루문 맥주에서는 부드러운 밀의 향기와 오렌지 향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오렌지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빙할 때 잔에 오렌지를 꽂아내기도 하는데, 벨기에 식 윗비어답게 홉의 맛이나 향은 많이 절제되어 쓰지 않고 새콤한 과일향과 요거트 향이 나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블루문의 라벨도 아주 매력적이다. 푸른 달과 숲의 모습이 담겨있는 라벨은 블루문 브루어리의 다른 라인업에서는 재미있게 바뀐다. 허니문, 하비스트 문, 풀 문, 라이징 문 등 다양한 맥주의 이름과 라벨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푸른 밤 하늘 아래, 카페 테라스의 노란 색 조명에 반짝반짝 빛나는 블루문 맥주 바틀. 눅눅한 여름밤, 혼자여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어두운 맥주집이나 집 안이어도블루문 한 잔과 함께 고흐의 그림을 생각하면서 마신다면 그 곳이 바로 나만의 카페 테라스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길어지는 초여름 밤을 보내며, 오늘도 건배!
EDITOR_비어캣(BEERK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