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너머로 나아가기 아담 둘리와 함께한 한국 음식과 크래프트 맥주의 페어링 이야기
미국 양조가 협회(Brewers Association)의 수석 요리사 아담 둘리가 맥주와 음식 페어링을 위한 문화 대사로서 한국을 특별 방문했습니다.
둘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수도원장의 지하 저장고’와 ‘수도사의 주전자’라는 맥주 중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3년간 양조사 협회와 협력하여 소비자가 음식과 맥주의 시너지 효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그는 수출개발팀의 일원으로서 신흥 시장에 크래프트 맥주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합니다. 한국은 미국 독립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크래프트 맥주를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에 지식을 전하고 크래프트 맥주의 명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은 미국 양조사 협회에서 중요한 투자로 여겨집니다. 크래프트 맥주 공동체의 정신을 함축하여 일반적으로 쓰이는 문구로 "바닷물이 상승하면 모든 배가 떠오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통 한식과 크래프트 맥주의 페어링 방법이 한국 양조장과 식당에 알려진다면 더 큰 소비자 저변에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것이며, 지역 맥주시장뿐 아니라 수입시장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식당 ‘다담’에서 식사를 하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그는 한국 음식의 맛에는 익숙해 했지만, 특정 한국 음식에 관한 지식은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논의는 특정 페어링보다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전반적인 이론에 더 중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크래프트 맥주에서 오는 새로운 맛과 전통적인 한국 요리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의 문제는 한국의 맥주 애호가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주제이며, 이는 업계 종사자와 열광적인 아마추어 모두에게 마찬가지입니다. 치맥과 피맥도 맛있지만, 크래프트 맥주 페어링을 그 두 가지에 한정하는 것은 한국 요리의 폭넓은 가능성에 해가 될 것입니다
양념, 알코올, 그리고 IPA
양념은 여러 한국 음식에서 주된 역할을 하며, 양념이 짙은 음식과 크래프트 맥주를 적절히 조합하는 방법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둘리는 IPA의 쓴맛이 양념의 매운맛을 증폭시킨다는 오랜 믿음은 사실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음식의 매운 화합물과 함께 상승작용을 하는 것은 더블 IPA나 트리플 IPA의 높은 알코올 수치이며, 입천장에서 생리적 반응을 유발하여 뇌에 통증 신호를 보냅니다. 둘리는 매운 한국 음식과 맥주를 함께 맛보고 싶다면 알코올 함량이 7% 미만인 IPA와 시도하고, 더블IPA나 트리플 IPA는 맛이 풍부한 다른 요리에 양보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음식과 맥주, 어느 쪽을 먼저?
저녁 식사의 맥주 페어링 메뉴를 짜는 방법을 묻자, 둘리는 그 방식이 식사의 목표에 달려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정 맥주의 출시에 집중하는 식사라면, 그는 맥주의 맛과 질감을 증폭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요리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특별한 제철 요리가 있는 경우 재료의 한정된 주요 생장기가 있기 때문에, 음식의 풍미 중 자신이 증폭하고자 하는 부분을 찾습니다.
예를 들면 아스파라거스의 풀과 허브 같은 풍미와 홉향이 두드러지는 필스너를 조합하는 식입니다. 그가 강조한 하나의 규칙은 부자연스러운 페어링을 억지로 밀어붙이길 피하는 것입니다. 그의 저서 <맥주 저장고: 크래프트 맥주와 위대한 음식을 교차하여 요리하기>는 맥주를 음식의 일부로 강요하기보다는, 맥주에 맞게 음식을 구성하는 데에 초점을 둡니다.
몇 가지 맥주&음식 페어링
대부분의 논의가 음식과 맥주를 조합하는 데 바탕이 되는 철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둘리는 몇 가지 특정 예를 제시했습니다. 된장찌개와 짝을 이룰 만한 맥주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브라운 에일의 풍부한 몰트감과 약한 쓴맛이 국물의 감칠맛과 상호보완을 이룰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탁한 IPA의 페어링은 스타일이 여전히 정의되고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그는 약간 매운 음식이나 루꼴라, 정향, 파 등 후추 느낌을 내는 채소, 또는 대합 등의 특정 조개를 제안했습니다.
초콜릿은 흔히 짙은 스타우트와 짝을 지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둘리는 고품질의 다크 초콜릿을 다양한 IPA의 쓴맛 및 과일 향과 짝지어서 숨겨진 맛을 끌어낼 것을 제안했습니다.
맥주 vs 와인과 칵테일
포도주와 칵테일에 비해 맥주가 갖는 한 가지 중요한 이점은 낮은 알코올 함량입니다. 둘리에 따르면, 맥주는 식사를 한 입 할 때마다 한 모금 씩 들이켜도 지나치게 취하지 않는 반면, 와인이나 칵테일은 훨씬 강렬하여 적은 양을 마시게 됩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여러 양조장의 특별한 배럴 숙성 맥주가 제공되었던 어느 식사에서 알코올 도수가 가장 낮은 맥주는 12%짜리 임페리얼 스타우트였습니다. 둘리는 모든 스타일의 맥주를 좋아하지만, 오랫동안 식사를 준비하고 요리한 후 잘 만들어진 쾰쉬나 홉향이 두드러진 필스너를 마실 때 갈증이 풀리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비(非)맥주인에게 맥주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법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지배적인 분야에서 일하면서, 둘리는 식사 때 리슬링과 까르베네 소비뇽을 먹는 데 익숙한 이에게 맥주와 고급 식사의 페어링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그에 따르면 누군가를 새롭게 크래프트 맥주로 이끌어올 때,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는 음료 지식과 관련된 어휘 및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타일 측면에서 말하기보다는, 음료의 풍미와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에 초점을 두는 것이 맥주의 장점을 전파할 때 훨씬 더 강력한 전략입니다. 대화 도중 맥주 전문 용어를 사용하면 새로운 유입자를 차단하는 반면, 맥주 거품, 탄산, 풍미 또는 허브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맥주 경험에 함께하도록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맥주의 문화적 역할, 미국 VS 한국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논의의 상당 부분은 한국과 미국의 식사 자리에서 맥주가 행하는 문화적 역할을 이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와인은 문화 계층에서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맥주는 전통적으로 노동자 계층의 미국인을 위한 음료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식사 자리에서는 와인을 고급 요리와 페어링하기 좋은 음료로 여깁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미국식 부가물 라거’를 포함한 맥주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려고 몇 년간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둘리는 한국인에게도 술의 상대적인 가치에 대해 비슷한 문화적 태도가 있는지 궁금해했고, 한국의 거의 모든 식당에서 맥주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워했습니다. 미국에서 이뤄내기 위해 애썼던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맥주가 한국의 외식에 있어 중요한 기둥이라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식사와 함께 제공되었던 한국의 대형회사 맥주에 대해서는 별로 감명받지 못했습니다.
좋은 맥주의 정의는?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으로 좋은 맥주의 자질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질문하자, 둘리는 대답했습니다. “제게 있어 좋은 맥주는 일단 질이좋아야 하고, 스타일의 특성에 부합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IPA’라 부르고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맞는다면 그렇게 불러야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은 품질과 지속성이 중요합니다. 만약 당신이 시장에 내놓을 맥주가 있고 그것을 다시 양조하려고 한다면, 소비될 때마다 똑같은 맛을 내야 합니다. 그건 정말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다음으로 몇 가지 다른 것들도 있습니다. 맥주 뒤에 있는 이야기,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 그 맥주가 왜 양조 되었는지 등 제품 뒤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서 깊이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소비자로서 둘리는 한국 맥주 회사들이 새로운 고객들에게 크래프트 맥주의 맛을 소개할 때 노력해야 할 부분을 강조했는데, 일관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정직하게 마케팅 하며, 소비자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제품에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등의 것이었습니다. 또한, 크래프트 맥주를 전통 요리와 함께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사람들이 친숙한 것과 낯선 것의 조합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맥주 페어링이 성공하면 평생 먹어온 요리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맛이나 증폭된 맛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완벽한 페어링을 찾는 것은 일종의 예술이며, 친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고 낯선 것을 친숙하게 만듭니다.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문화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함에 따라, 맥주와 음식을 페어링 하는 요리 문화 역시 함께 성장할 것입니다. 크래프트 맥주와 함께 한국의 전통 음식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을 방법을 탐구하는 일은 호기심 많고 대담한 정신을 가진 누군가에게 멋진 신세계일 것입니다.
EDITOR_Jared H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