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발효 맥주 Spontaneous Fermentation Beers
인간의 신체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세포보다 효모와 박테리아의 세포가 더 많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미생물군유전체라고 불리는 각자의 미생물 집단이 있는데 이는 소화와 비만의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 중요한 세로토닌 레벨을 조절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자가 자신만의 미생물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각 지역들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박테리아, 야생 효모, 곰팡이가 있다.
특정 지역만이 갖고 있는 유일무이한 미생물간의 결합은 맥주를 포함한 지역 문화 속의 자연 발효에서 맛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지역의 공기가 갖고 있는 미생물로만 만들어진 맥주를 자연 발효 맥주라고 지칭하며 람빅, 괴즈, “야생" 또는 “전통적인 방법"이라는 라벨을 가지고 있는 맥주가 이에 포함된다. 이 글에서는 자연 발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 방법을 쓰는 다른 스타일의 맥주는 무엇인지 그리고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상업적인 예시들을 다루고자 한다.
자연 발효의 기초
자연적으로 발효된 맥주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방법이 있지만 이번 섹션에서는 전통적인 벨기에 방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연 발효는 브루어가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로 맥즙을 식히는 것처럼 미생물을 첨가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단순하고 오래된 방법을 쓰지만 가장 복잡하고 가장 많은 상호연결의 발효를 발생시킨다. 이는 자연 발효 맥주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브루어가 하는 역할이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브루어리에서는 몇 년 동안 미생물들이 느린 속도로 먹게 될 음식인 맥즙 생산에 하루 종일을 투자한다.
벨기에 브루어들이 자연식 발효 맥주 생산에 썼던 탁한 매싱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매싱 방식은 야생 효모와 박테리아가 느린 속도로 분해될 수 있게 하지만 브루어들의 효모가 원하는 단순 당분은 부족하고 녹말이 많은 액체를 생산하며 여러 단계를 수반한다. 브루어리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맥즙은 투명하고 당도가 있는 반면 자연 발효 맥주를 위해 생산된 맥아는 죽이나 막걸리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맥즙을 생산하기 위해서 브루어들은 녹말과 단백질을 제공하기 위해서 몰팅을 거치지 않은 밀을 높은 비율(30-40%)로 사용하고 나머지로는 옅은 색의 필스너 몰트와 같은 것들을 사용한다.
맥즙은 이후 끓임조 옮겨져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끓게 되는데 이는 강도 높은 매싱 과정에서 나오는 과도한 양의 수분을 제거해 액체 농축에 도움을 준다. 여기서는 맥주가 과도하고 시거나 시큼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량의 숙성된 홉(whole leaf hops) 이 첨가되는데 미생물을 약간 보호해주는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신선한 홉일수록 강한 풍미와 쓴맛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에 브루어들은 신선한 홉을 사용하려 한다.
자연 발효된 맥주의 경우, 홉의 풍미와 쓴맛은 달갑지 않은 특성이어서 수년간 홉을 숙성하여 박테리아의 번식을 늦추는 특성은 유지하되 완성된 맥주의 맛에 끼치는 영향을 감소시키려 한다. 브루어들은 시고 쿰쿰한 특성을 가진 맥주를 만들면서도 마시는 사람에게 너무 공격적이지 않고, 복잡하지만 균형잡힌 맥주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맛을 첨가하는 미생물의 번식을 제어하여 느린 속도로 변화하게끔 해야 한다.
오랜시간 동안 진행된 브루잉 후에는 쿨쉽이라는 큰 직사각형 형태의 얇은 용기에 뜨거운 맥즙을 붓는데 자연발효의 진정한 마술은 여기서 이루어진다. 효모를 살리기 위해 맥즙을 식히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넓은 면적과 차가운 공기에서의 노출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냉장 기술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거의 모든 맥주를 이러한 방식으로 식혔다. 보통 쿨쉽은 브루어리의 꼭대기층에 위치했는데 이는 창을 열어 밤의 찬 공기를 통하게 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결국은 맥주를 발효시킬 다양한 미생물을 들여오는 곳이기도하다. 맥주의 온도가 상온으로 내려오면 중력을 사용하여 배럴에 맥주를 이동시키며 배럴 안에서 몇달 혹은 몇년간 발효가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배럴 속에서 무거운 녹말 성분의 액체는 드라이하고, 시금털털하고 복잡한 맥주로 변한다. 생물학적으로 이러한 연쇄의 개념은 새로운 환경이 어떻게 다른 미생물에 의해 정복당하고 결국에는 복잡하고 안정된 생태계를 형성하는 지에 대해 설명한다.
특정 지역에서 대형 화재가 난 후, 제일 처음으로 자라는 식물은 바로 잡초다. 잡초는 빠르게 자라나 토양의 안정화를 도우며 관목과 나무들은 비교적 느린 속도로 자라나 숲을 만든다. 배럴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훨씬 더 작은 규모로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배럴 속의 환경을 장악하는 최초의 미생물은 높은 pH농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박테리아이며 이는 맥주가 산성화 되기 시작하면서 금새 죽는다.
공기속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된 효모가 대부분의 당분을 발효시키는 동안 젖산균 박테리아는 맥주의 맛을 시게 한다. 브레타노마이세스 효모와 페디오쿠스 박테리아는 모두 느린 속도로 점차 성장하며 젖산균과 브루어의 효모가 죽으면 결국 발효의 주도권을 가져온다. 이들은 복잡하고 쿰쿰한 향과 과일 향을 맥주에 첨가한다.
미생물의 복잡성에 대한 정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좋은 비유를 들어보겠다. 보통의 IPA가 모두 같은 종류의 동물이 있는 닭장이라면, 케틀 사워 맥주나 브렛 맥주는 다양한 종류의 야생 동물이 우리 안에 있는 동물원이며, 자연 발효 맥주는 야생 동물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약육 강식의 법칙을 따르는 아프리카의 사바나를 떠올리면 된다.
전통적인 자연 발효식 맥주 람빅, 괴즈, 그리고 그들의 이름에 담겨 있는 의미는
맥주 스타일의 유행은 기술, 주세법, 농산물, 문화적인 선호도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뉴 잉글랜드 IPA가 가장 핫 한 맥주로 꼽히는가 하면 불과 5년 전에는 블랙 IPA가 가장 핫 했다. 벨기에의 자연식 발효 맥주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맥주 세계에서 살아있는 화석에 해당한다.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유래한 자연식 발효 맥주인 람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스타일이며, 이에대한 최초의 기록은 1320년에 있었다.
이와 같은 맥주를 처음으로 구매한다면, 이름과 라벨을 구분하는 데에 있어서 혼란스러울 것이다. 모든 벨기에의 자연식 발효 맥주는 포괄적으로 람빅이라는 종류로 분류 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쳤냐에 따라서 더 세부적인 종류로 분류된다. 블렌딩 되지 않은 람빅은 “영 람빅" 또는 “올드 람빅"으로 불리는데 이는 주로 탄산이 없고 벨기에 밖에서는 찾기 힘든 스타일이다. 영 람빅이 오래되거나 병에 든 람빅과 블렌딩 되면 이를 괴즈라 말한다. 괴즈를 사려 한다면 “oude”라는 단어를 병에서 찾길 바란다. “oude”는 맥주가 가당되지 않았으며 다른 저렴한 맥주가 아닌 람빅과만 블렌딩 되었다는 뜻이다. 이 외의 다른 종류에는 체리가 첨가된 크릭, 라즈베리 람빅인 프람보아즈, 가당 된 저온살균 람빅인 파로가 있다.
벨기에의 자연 발효 맥주 브루어들과 블렌더들은 문화적 역사에 자랑스러워 하고 벨기에에서 만들어진 자연발효식 맥주 만이 벨기에 지역의 미생물과 만나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이들만이 “람빅"이라고 불러져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칸티용의 수석 브루어인 장-피에르 판 로이는 자연 발효 맥주가 어디서든 만들어질 수 있지만 이를 명명할 때엔 반드시 생산 지역을 이름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벨기에 외의 지역의 브루어들에게 난제를 주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맥주 생산 과정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고객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한편 자신들이 존경하는 벨기에 브루어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러한 것을 해내기 위한 초기의 시도에는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지역에서 생산된 러시안 리버의 자연 발효 맥주인 “소남빅(Sonambic)", 알라가쉬 브루어리의 “쿨쉽(Coolship)"이 있다. 제스터 킹 브루어리가 제안한 “전통적인 방식" 이라는 용어는 벨기에식 브루잉 방식에 대한 오마주의 한 방법으로 떠올랐지만 이에 관련한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와일드 웨이브
전 세계의 호기심 많은 브루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토착 미생물들에게서 숨겨진 맛을 찾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이 있다. 몇몇 브루어들은 이를 위해 토착음식의 박테리아와 효모를 배양하는데, 예로는 김치의 젖산균을 사용하는 핸드앤몰트의 케이바이스나 케틀 사워 맥주의 미생물로 메주를 사용하는 아키투가 있다. 이보다 더한 모험 정신을 가진 브루어들은 공기속의 야생 효모와 박테라아를 상업 효모와 합치는 것인데 서울집시 비어 컴퍼니가 브루어리 304dhk 함께 이를 진행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벨기에의 쿨쉽 방식을 사용하여 완전한 자연 발효 맥주를 만든 곳은 단 한군데 뿐이다.
올해 1월, 와일드웨이브 브루잉 컴퍼니는 판매용 자연 발효 맥주를 한국에서 최초로 만들었다. 그들 규모 체계에 맞는 특별한 쿨쉽이 이를 위해 만들어졌다. 맥주는 미생물적 성장을 늦추기 위해 겨울에 생산되었고 이 때문에 맥주는 더 맛있는 맛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맥주가 식혀진 뒤 대기에 노출된 뒤엔 레드 와인을 담았던 배럴에 옮겨진다. 브루어들은 맥주를 1년 넘게 숙성하면서 때때로 맛의 변화를 확인해 보게 되겠지만, 고객들은 이 맥주를 맛 보기위해 2019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EDITOR_Jared H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