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들과 재야의 고수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Pro-Am beer
유명 영화배우들은 사실 록 스타가 되어 싶어하고, 록 스타들은 사실 영화배우가 되길 원한다는 말이 있다. 남의 땅이 더 커 보이는 것은 양조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홈브루어들은 흔히들 상업 양조의 세계로 진출하는 것을 꿈꾸는 반면 전문 양조자들은 오히려 홈브루어들이 누리는 창작의 자유를 그리워하곤 한다. 다행히도 Pro-Am(프로페셔널-아마추어)이라 불리는 홈브루어와 전문 양조자 간 협업이 있어서 양쪽에게 서로의 세계를 잠깐잠깐 맛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홈브루어들은 프로들에 비해 가지는 이점들을 생각보다 자각하지 못한다. 홈브루잉에서 배치를 구상할 때, 재료의 가격이나 종류는 일반적으로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전문 양조가들은 다양한 재료 목록을 위한 공간이 한정되어 있을 뿐더러 같은 레시피로 맥주를 만들고 또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양조장들은 홈브루어들에 비해 한정된 종류의 맥아를 사용한다. 홈브루어들 중 일부는 “하우스 레시피”라 해서 여러 차례 양조 실험과 조정을 통해 만들어진 완벽한 맥주를 탭에 꽂아두고 항상 즐기기도 하지만, 같은 맥주를 절대 두 번 이상 만들지 않는 홈브루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각 배치를 양조할 때 항상 같은 효모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레시피 자체가 항상 동일한 결과물을 낼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 않아도 된다. 전문 양조자들은 일반 대중들이 그들의 맥주를 좋아하고 또 많이 주문해 주는가를 늘 걱정해야 하고, 따라서 가장 대중적인 스타일을 강요당하는 한편, 홈브루어들은 상업적 성공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이상한 재료를 써서 희한한 스타일을 만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소규모 실험 배치의 양조는 대형 브루어리들에서 실제로 있는 업무며, 많은 전문 양조자들이 갈망하는 일이다. 최고급의 장비와 실험적인 물질들을 사용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이 일은 급여를 받는 홈브루어가 되는 것이다. 양조장이 각종 새로운 홉을 실험하고 싶을 때, 흔히 단 하나의 홉만 사용하여 소규모로 양조를 한다. 라구니타스의 브루마스터인 제레미 마셜은 손수 농장에서 실험적인 홉을 고른다. 고른 홉은 통째로 (10kg 정도) 구매하여 농장으로부터 라구타니스의 소규모 펍으로 가져온 후에 펍 내에서 처리한다. 맥주에서 드러나는 홉의 특성을 양조자가 맘에 들어 하고, 브루펍의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면, 다음 농사철에 그 홉을 더 많이 심는다. 이 소규모 R&D(연구개발)는 맛없고 잘 안 팔리는 맥주를 생산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조장들에게 필수적이다.
어떻게 보면 Pro-Am 맥주는 양조장이 R&D를 크라우드소싱하는 하나의 예시라 볼 수도 있겠다. 일반적으로, 양조장이 생산하려고 골라낸 홈브루잉 맥주들은 홈브루잉 대회에서 최우수상 을 탄 맥주들이다. 미국의 The Great American Beer Festival에는 아예 대회 종목에 Pro-Am 맥주가 있고, 맥주를 대회에 출품하기 위해서는 양조장이 양조자협회의 일원이어야 하며 해당 맥주는 BJCP(Beer Judge Certification Program)의 인가를 받은 대회에서 메달을 탄 전적이 있어야 한다. 대회에서 수상한 맥주를 고르기 때문에 해당 양조장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레시피가 잘 만들어졌으며 해당 맥주 스타일의 표준에 어느 정도 맞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컬래버레이션 한 맥주를 만들 헤드브루어는 보통 어느 맥주가 수상할지를 결정하는 패널에 속하지만,결정하는 데에 양조 물류에 대한 생각이 영향을 미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베럴 에이지드 맥주나 사워 맥주는 양조장이 항상 갖춰 둬야 하는 맥주는 아니지만, 해당 종목의 대회가 있을 때면 프로와 아마추어가 양쪽 모두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기 위해 협의하곤 한다.
보통 맥주 콜라보를 많이 하는 양조장들은 홈브루잉 커뮤니티와 사이가 좋다. 홈브루어들에 의해 설립된 갈매기 브루잉은 부산 최고의 지역 홈브루잉 샵인 크래프트브루어의 바로 길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갈매기 브루잉은 예전부터 홈브루어들을 위해 특별한 맥주 교육 행사를 열어 왔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효모를 제공하며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위생 처리된 컨테이너를 제공한다. 갈매기 브루잉은 지금까지 부산에서 여름에 열린 IPA 비치 슬랩 대회의 우승자들과 함께 2가지의 pro-am 맥주를 만들었다.
갈매기 브루잉에서 2가지의 pro-am IPA를 양조한 헤드브루어 라이언 블로커(Ryan Blocker)는 홈브루어들과 일했던 본인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pro-am 맥주 작업을 사랑한다. 홈브루어로 시작했고, 지금은 전문적으로 일하지만 가끔은 큼지막한 설비들을 가지고 놀고 새로운 맥주를 창조하는 것에 있어 재미와 호기심을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브루어리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보다 대개는 재고 수준에 대해, 탱크별 양조 스케줄에 대해, 그리고 시장으로 맥주를 운송하는 물류에 대해서 더 걱정을 하는 편이다. 홈브루어들과 협업해 pro-am 맥주 작업을 하는 것은 내게는 항상 폭발적인 경험이다. 대부분의 홈브루어들은 프로의 설비를 가지고 놀고 그들의 창조물이 상업 양조로 실현되는 것에서 흥분의 기운을 겉으로 물씬 풍기는데 그 기운이 만져질 것 같을 정도다. 그들의 열기는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듯했다. 그 에너지는 내가 브루어리를 위해 매일 하던 맥주 양조를 잊고, 양조 시설과 새로운 맥주 양조에 흥분하던 내 뿌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과거의 나는 두 번의 pro-am 협업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내 스스로를 행운아라 생각한다. 하나는 이 글의 저자 자레드(Jared)와, 다른 하나는 강원도 시외의 패트릭 매케이(Patrick Mackay)와 함께했었다. 나의 최고의 양조의 나날들을 꼽으라면 그 둘을 빼 놓을 수 없고, 환상적인 맥주들을 즐기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과거에 Pro-am 맥주를 만든 한국의 다른 양조장으로는 판교의 더부스 브루어리, 히든트랙 브루어리, 그리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있다. 안동 브루잉 컴퍼니가 지난 3월에 대구 스타우트 스맥다운 대회의 상으로 가장 최근에 pro-am 맥주를 만든 곳이 되었다.
한번 맥주를 상업 양조 규모로 생산하기로 정하면, 우승자와 헤드브루어는 맥주의 레시피와 물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20리터 크기의 배치에서 천 리터 크기의 배치로 바꾸기 위해서는 홉 첨가와 맥아의 양에 조정이 필요한데, 이는 전문적인 양조 설비 시스템은 홈브루잉에 비해서 훨씬 효율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해결되어야 할 물류 문제도 있는데, 양조장이 이익은 못 내더라도 최소한 손익분기점은 넘기기를 원함에도 특정 홉, 맥아, 효모는 확보하기가 재정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진정한 협업이 이루어지려면 두 양조자가 서로의 바람과 의견을 존중하고 원래의 맥주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도록 함께 여러 옵션들을 고민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양측의 동의 하에 레시피를 조정한 후, 양조자들은 함께 맥주 양조에 시간을 쏟는다. 많은 홈브루어들에게는 전문 양조장에서 하루를 일하고 전문 양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 기회가 pro-am 맥주 양조 경험에서 가장 최고의 순간이다.
5월 20일, 안동 브루잉 컴퍼니의 양조자들은 일요일임에도 친절히 양조장의 문을 열었고, 대구 스타우트 스맥다운의 우승 맥주인 이인식님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를 양조하기 위해 모인 홈브루어들을 양조장으로 초대했다. 레시피의 창작자이자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나승엽님에게는 브루어리에서 하루 통째로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한 첫 날이었다. 안동 브루잉의 네이선(이인식)님과 양준석님에게도 양조장에서 아주 고도수의 어두운 맥주를 양조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양조자의 삶이 어떤가 매우 궁금해했던 나승엽님에게는 맥주 한 배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이 얼마나 되는가 볼 수 있었던, 두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곡류의 양이 워낙 많아 양조 과정은 다소 늦어졌고, 대구에서 온 홈브루어들이 밤 10시에 양조장을 떠나야 했을 때 맥주는 아직도 완성되기까지는 몇 시간이 모자란 상태였다. 그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모든 참여자들에게 이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었다. 도수가 거의 10%에 육박하는 이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다음달 중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어디에서 이 특별한 스타우트를 케그에서 바로 뽑아 드래프트로 마실 수 있는지는 안동 브루어리에 문의하도록 하자.
EDITOR_Jared H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