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에서 마시는 진짜 독일 맥주, 툼브로이
맥주의 나라 독일. 독일의 바이에른주의 소도시 뮐도르프의 툼브로이는 0세기 초반부터 운영된가족 양조장이다. 1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 부산의 송정에 안드레아스(Andreas)가 정통 독일 맥주를 표방하는 툼브로이를 열었다. 양조장을 운영하던 가문의 출신으로 낯선 이국땅에 ‘툼브로이’라는 이름으로 양조장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의 툼브로이에서 송정의 툼브로이까지 이어지는 맥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00여 년의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툼브로이
뮐도르프(Mühldorf)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있는 소도시로 뮌헨의 동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툼브로이는 17세기부터 뮐도르프에서 운영된 양조장으로, 뮐도르프의 랜드마크인 Nagelschmiedturm에서 탑을 가리키는 ‘Turm’을 따와 지어진 이름이다. 이곳은 초기에 라거 전문 양조장으로 시작됐다. 당시의 기술과 시설로는 온도 관리가 힘들어 양조장마다 특정 맥주의 종류만을 양조했기 때문이다. 양조장이 높은 언덕의 지하에 위치해 있어 겨울에 강가에서 얻은 어름을 여름내 보관하면서 라거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는데 이용할 수 있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뮐도르프의 툼브로이는 1907년 안드레아스의 어머니의 조상인 요셉(Josef)이 인수하게 된 이후 대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안드레아스의 삼촌인 루디(Rudi Steer)가 뮐도르프의 툼브로이 탭룸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당시 양조시설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지 않지만, 뮐도르프 시는 툼브로이의 브랜드와 양조장 시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관련 자료를 시티 아카이브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모든 시설이 보존되어 있다.
루디는 13살부터 뮐도르프의 툼브로이 양조장에서 정식 견습생으로 근무를 시작해 80대가 된 지금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은 툼브로이 뮐도르프 양조장에서 다시 맥주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6대 후손인 안드레아스는 툼브로이의 역사, 레시피, 양조를 모두 배울 수 있게 됐다.
양조장을 소유하고 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안드레아스에게 맥주란 삶의 일부와도 같았다. 맥주 양조 학위를 취득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자료를 읽으며 공부했고, 대학생이던 2014년부터 홈브루잉을 시작했다.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소형 양조 기계로 경험을 쌓기도 하고, 뮐도르프 근교의 양조장에서 양조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삼촌인 Rudi가 툼브로이 탭룸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그는 툼브로이 브루어리를 직접 운영하는 것을 꿈꿨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서 꼭 툼브로이 브루어리를 운영하겠다는 다짐을 품고 있었다.
부산에서 만들어지는 독일 맥주
그런 그가 한국, 그 중에서도 부산에 자신이 꿈꾸던 툼브로이를 설립한 것은 한국 크래프트 맥주시장의 성장을 경험한 것과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2016년 Andereas는 경북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문화가 활발하게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여러 양조장과 펍을 다니며 독일 맥주에 대한 그리움을 느낌과 동시에 한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독일 스타일의 맥주를 강화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중국에서의 어학 연수 기간에 만난 좋은 친구들로 인해 부산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됐다.
“부산은 일찍이 크래프트 맥주 문화가 발달한 곳인 동시에 바다와 산을 품고 있어 자연을 좋아하는 저에게 정말 매력적인 곳입니다. 중국에서의 어학연수 기간 동안 부산 대학교에서 온 많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들과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며 한국과 부산에 대한 친밀감을 쌓을 수 있었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2020년 12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운 시기에 툼브로이는 부산의 송정에 오픈했다. 고향이 아닌 낯선 나라에서 시작하는 비즈니스인 만큼 큰 모험이었다. 그는 불확실한 시기에 양조장을 준비한 만큼 금전적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양조 설비를 직접 조립하고, 배관을 연결함으로써 양조장 설치에 소요되는 초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툼브로이는 정통 독일 방식의 맥주를 추구한다. 한국으로 수입된 독일산 홉과 맥아 등을 사용하고, 안드레아스의 스타일에 맞게 맞춤 제작한 설비를 사용해 맥주순수령에 맞게 양조한다. 목표한 맛을 내기 위해 인공적인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으며, 맥주가 충분히 숙성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 맥주를 완성하고 있다.
툼브로이는 정통 독일 스타일의 음용성이 좋다는 점과 함께 ‘독일 양조장 가문의 후손이 만드는 진짜 독일 맥주’라는 점이 매력이다. 방문자들 중에서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기간 동안 마셨던 맥주를 떠올리기도 하고, 독일까지의 장거리 비행 없이도 한국에서 만든 독일식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기도 하며, 가업을 잇는다는 사실에서 많은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 맥주로는 체코 필스너를 독일 바이에른주 방식으로 표현한 황금빛 페일 라거인 헬레스(Helles), 풍부한 바나나 향과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정통 독일식 밀맥주인 바이스(Weisse), 호밀 특유의 스파이시함을 느낄 수 있는 호밀 맥주 로겐(Roggen) 등이 있다. 헬레스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맥주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마실 수있는 스타일의 맥주로 쓴맛이 없어 음용성이 좋다. 바이스는 바이에른 주를 대표하는 맥주로 50% 이상의 밀맥아와 밀맥주 전용 효모로 만들어진다. 로겐은 양조 과정이 까다롭고 시간 역시 많이 소요되는 맥주로 안드레아스가 가장 사랑하는 맥주라고 하며, 좋아하는 만큼 만족스러운 레시피를 찾는 데까지 수많은 연구와 양조가 필요했다.
한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다양성에 독일 맥주를 더하다
안드레아스는 한국 맥주 소비자들이 개방적이고 열정적이며, 새로운 맥주에 두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역동성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매사에 열정적인 한국인들이기에 강렬한 맛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독일의 맥주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즐겨오던 스타일의 맥주만을 꾸준히 마시는 성향이 있어, 한국에 비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 폭이 작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에도 해당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중소형 양조장이 있습니다. 독일의 양조장은 약 1,500개로 한국의 양조장 수의 10배에 이르기 때문에 어떤 양조장의 맥주를 마실지에 대한 독일인의 선택권이 현저하게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 맥주 시장에서 사랑받는 사워 비어나 더블 IPA와 같이 비교적 맛이 강한 맥주를 독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툼브로이는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맥주 트렌드를 앞서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독일 정통 방식을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한 맥주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독일식 맥주가 한국 시장에서 가지는 경쟁력은 ‘음용성’이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툼브로이는 어떤 모습일까? 향후 계획을 물었다.
“놀랍게도 아직 툼브로이는 가오픈 중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종식 후 정식으로 그랜드 오픈 이벤트를 하고자했는데, 아직까지 종식이 멀다는 사실에 슬퍼집니다. 2021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독일 맥주와 음식을 소개함으로써 툼브로이의 독일스러움을 강화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랜드 오픈 이벤트도 또 하나의 2021년 하반기 계획입니다!”
툼브로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맥주를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캔이나 보틀 등의 유통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브루펍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독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독일스러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안드레아스는 부산의 양조장과 툼브로이 뮐도르프의 양조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이 두 양조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그의 조상들도 상상조차 하지못했을 일로, 그에게는 일생의 목표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맥주 소비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여러분의 피드백을 받을 때면 늘 행복하고 흥분됩니다. 새로운 시즈널 비어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다면, 언제나 편하게 알려주세요! 훌륭한 맥주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Stay curious, stay thirsty and PR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