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세 전환, 무엇이 바뀌었을까? - 개정된 주세법 및 주세법 시행령 해설
2020년 1월 1일 주세 과세체계가 종량세로 전환되었다. 이번에 개정된 주세법은 국회에 2019년 8월 29일 주세법 일부 개정안 제출, 11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통과,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을 거쳐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되었다. 이에 12월 31일 공포됨으로써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후 하위 법령이자 대통령령인 주세법 시행령은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2020년 2월 11일 공포되었으며,
2020년 1월 1일부로 소급 적용된다. 이번 주세 부과체계 전환은 맥주와 탁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1967년에 주세 부과체계가 종량세에서 종가세로 전환된 이래 50여 년간 유지되었던 주세 부과체계의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엔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알코올 음료와 그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뜻하며, 향후 주세 부과체계의 방향을 보여준다는 의의가 있다.
조세 체계의 변화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다양한 현상들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맥주를 조금더 저렴하게 마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시장 참여자들은 가격 경쟁력 상실을 이유로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주세법 및 주세법 시행령 개정사항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법 개정으로 인해 변화될 시장의 변화를 생각해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류의 정의’ 개정
한국의 법은 삼단 구성의 형식을 취한다. 법, 대통령령을 뜻하는 시행령, 총리령 또는 부령인 시행규칙이 그것이다. 법은 개정 또는 신설이 필요한 경우 법안 발의 (Proposition)→ 소관 상임위심사(Examination of Legality and Wording) → 국회 본회의 표결(Plenary Session) → 정부 이송(Transfer to President) → 공포(Promulgation)의 과정을 거치지만, 대통령령의 경우 국무회의 심의 후 공포할 수 있어 사회 변화에 더욱더 능동적이고 빠른 대처를 가능케 한다.
이번 주세법 개정의 핵심 내용은 주류 중 맥주와 탁주의 조세 부과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기술의 변화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법령상의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주세법 제3조 제1호의 다목이 추가되며 주류의 정의가 개정되었다. 기존 주세법에서 정의된 주류는 주정과 의약품을 제외한 알코올분 1도 이상의 음료였다.이번에 새로 개정된 주세법에서는 주세법 제3조 제1호의 다목에 “나목*과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는 항목이 신설되어, 기술 변화 등에 따른 새로운 알코올음료를 주류로 분류하는 것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기술개발 등으로 또 다른 형태의 주류제조 방법이 출현할 경우, 시행령 개정만으로 위법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겨난 것이다.
이번 주류 정의의 변경은 소위 ‘인더케그법’으로 불린다. 이에 따라 국내 스타트업 기업 ‘인더케그’가 개발한 수제맥주키트를 주류로 분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제품의 경우 판매 시점에서는 알코올을 함유하지 않으나, 발효 후 알코올 음료로 분류된다. 이 과정에서 발효를 시작하는 행위를 주류의 제조로 보게 되면, 수제맥주키트를 구입하는 자는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하고 있어야만 이 제품으로 만든 맥주를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을 구입하는 소매점 등은 주류제조면허의 시설규정 등으로 인해 주류 제조 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따라서 그간 소매점 등에서 이 제품을 이용해 만든 맥주를 판매할 수 없었으나, 주세법 시행령 제1조 제1항을 개정함으로써 판매가 가능해졌다. 개정된 주세법 시행령 제1조 제1항에는 “용기에 주류 제조 원료가 담긴 상태로 제조장에서 출고되거나 수입신고된 후 추가적인 원료 주입 없이 용기 내에서 주류 제조 원료가 발효되어 최종적으로 법 제3조제1호나목에 따른 주류가 되는 것을 말한다.”라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수제맥주키트를 제조 시점에서 주류로 분류하고, 이를 구입해 완성하는 행위를 주류제조로 보지 않음으로써 판로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주세법 제6조의 제6항 제3호에서 이러한 수제맥주키트를 이용해 주류를 제조하는 행위에 대해 주류제조면허 없이 가능하다는 조항도 추가되었다.
이와 함께 주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6호에서는 기존의 시험또는 축제, 경연대회를 위한 주류 제조를 시험 또는 시음 행사로 확장했으며, 이에 따른 면허의 면제 조건에도 시음 행사가 추가되는 등 주류제조를 위한 면허 취득의 예외 조항이 추가되었다
주세 과세체계의 종량세 전환과 주세 산정방식의 개정
기존 주세법에서는 주정을 제외한 모든 주종에 대하여 출고하는 때의 통상가격(소규모주류제조의 경우 원가와 적정이윤을 더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했다. 따라서 재료를 많이 소모하거나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생산량이 적은 경우, 고용이 많은 경우 등 비용 상승이 발생하면 주세액이 상승했다. 또한 주세에 30%로 규정된 교육세액 역시 상승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하게 세부담을 떠안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과세 체계 개편에 따라 맥주와 탁주의 경우과세표준이 기존 가격에서 용량으로 바뀌었으므로, 그에 따른 주세법 및 주세법 시행령 개정이 이루어졌다.
주세법 제21조에서는 주정 및 주류에 관해 과세표준을 정의하고 있다. 기존 주세법에서는 주정에 대해서만 “주류 제조장에서 출고한 수량이나 수입신고하는 수량”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를 적용했으나, 개정 주세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그 범위가 “주정, 탁주 및 맥주”로 확대되었다.
종량세를 기준으로 과세 표준이 바뀌었으므로, 주세법 제22조 제2항 제2호의 라목에서 맥주의 세율을 살펴보면 맥주의 과세 단위를 1kL(1,000ℓ)로 하고, 1kL당 830,300원의 주세를 부과한다. 또한 2021년 12월 31일까지 출고되는 것 중 별도의 추출장치가 필요한 8ℓ 이상의 용기에 담긴 맥주에 대해서는 세율을 20% 감면한다. 여기서 “별도의 추출장치가 필요한 8ℓ 이상의 용기에 담긴 맥주”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맥주라고 부르는 케그(keg)에 담긴 맥주를 말한다.
이와 같은 주세 감면의 배경에는 기존 주세법의 제21조에서 규정하는 과세표준의 산정 방법에 의해 발생하는 케그 포장 맥주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맥주 출고가 인상 충격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세율 = 직전연도 12월 31일 기준 세율 X (1+「통계법」 제3조에 따라 통계청장이 발표하는 직전연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존 주세법의 제21조 제3항은 주류 용기의 비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기존 종가세 방식의 과세 체계에서 맥주의 포장. 즉, 병입, 캔입 또는 케그 주입 등으로 포장하여 맥주를 유통하는 경우, 병, 캔, 케그 등의 비용이 주세의 과세표준에 포함된다. 다만, 예외조항으로서 “대통령령”인 주세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포장 용기의 경우 과세표준 산정에 그 비용을 포함하지 않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존 주세법 제21조 제1항과 제2항에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를 근거로, 병입하여 출고하지 않은 주류에 대해서 스테인리스 케그 등과 같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이용해 주류를 유통하고 빈용기 보증금을 받는 경우, 이 포장재의 가격을 주세 과세표준 산정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스테인리스 케그에 주입되어 유통되는 맥주에 관해서는 주세 산정에 케그 가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케그로 유통되는 맥주의 경우 병이나 캔입된 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과세표준을 적용받을 수 있었으나, 종량세 이후 용량 기준으로 과세표준이 개편되면서 대기업 맥주의 경우 이전보다 주세가 상승하여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기에 이를 완화하고자 하는 조치다. 반면 캔맥주의 경우 캔 가격이 주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면서 케그와는 반대로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전체적인 매출 및 원가의 관점에서는 가격 변동요인이 크지 않다. 한편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일반양조장과 소규모맥주제조자의 경우 종량세 전환으로 인해 원가가 주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면서 발생하는 이득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소비자 물가 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지수로 표현한 것으로, 기준연도를 100으로 두고 기준연도 대비 물가의 변동률을 지수로 표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2015년을 100으로 하여 지수가 발표되며, 기준연도 기준의 비율(%)을 의미한다. 따라서 매해 발표되는 지수의 차이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다.
2019년의 소비자 물가 지수는 104.9로 이는 2015년 대비 물가가 4.9%, 2018년 대비 물가가 0.4%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주세법 제22조 제2항 제2호의 라목에서는 매년 “세율 = 직전연도 12월 31일 기준 세율 X (1+「통계법」 제3조에 따라 통계청장이 발표하는 직전연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새롭게 종량세율을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일 경우 올해 새롭게 결정되는 종량세율의 계산방식은 다음과 같다.
위의 계산식에 의해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인 경우 새로운 세율은 838,600원(100원 미만은 버림)으로 결정되며, 매해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종량세율이 산정되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 세수를 막는다.
소규모맥주제조자 및 중소기업 일반면허의 조세 감면 유지
기존 주세법 시행령 제20조에서는 소규모맥주제조자와 직전 주조연도 출고 수량이 3천 킬로리터 이하이거나 해당연도에 신규로 주류 제조면허를 받은 중소기업 일반면허 양조장(「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에 대한 맥주 출고량별 과세표준 경감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종량세로 전환되어 과세표준이 용량이 되면서 과세표준 경감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기존 소규모맥주제조자와 중소기업 일반면허 양조장에 대한 주세 경감조치로 변화했으며, 쌀의 사용중량이 녹말이 포함된 재료, 당분 또는 캐러멜의 중량과 발아된 맥류의 합계중량을 기준으로 하여 100분의 20 이상인 경우 주세를 100분의 30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주세법 시행령 제20조 주류가격의 계산에 명시되어 있던 과세표준 경감조치는 삭제되었으며, 주세법 시행령 제19조의2 주류수량의 계산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밖에도 주세법과 주세법 시행령의 부분적인 개정이 있었으나 주된 변화는 기존 종가세 방식의 주세 부과 체계가 종량세로 변화한 것이다.
조세체계의 변화는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류산업과 같이 조세의 영향력이 큰 분야 라면 더욱더 그렇다. 최초의 주세법 재정 당시, 종량세 기반의 과세방식에서 종가세 기반의 과세 방식으로 전환될 때 맥주에는 고율의 주세가 적용되었다. 식량이 부족한 시대였고, 식량 곡물인 보리를 이용해 만드는 주류에 대해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깊었기 때문이다. 종가세 방식의 과세체계가 유지되면서 맥주를 생산하던 대기업들은 한국의 고도성장 시기와 함께 꾸준히 성장했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추구하던 산업의 방향과 궤를 같이하며 대량 생산 방식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재화를 판매하고, 비용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통해 시장을 지배해 나가며 이윤을 극대화하며 성장했다. 어느새 맥주는 고급주, 사치품에서 대중주가 되었다. 국민 소득은 꾸준히 증가했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욕구는 다양해졌다. 다양한 맛과 기호를 충족하는 데 있어 종가세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조세 체계로 인식되었으며, 시장 참여자들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종량세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기에 이르렀다. 주류 산업은 국가의 입장에서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 건강, 사회적 비용 등과 같이 산업의 성장 외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분야다. 그러한 의미에서 국가는 주세 등 각종 규제를 통해 산업의 건전성과 여러 가지 외부 요인들을 조절하는 데 조세정책을 사용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세 부과체계가 종량세로 개편됨에 따른 맥주 시장의 반응과 변화를 각각의 시장 주체의 관점과 함께 사회적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장명재 Myungjae Jang
비어포스트에서 콘텐츠 팀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세법, 시장분석, 맥주 소비 동향 등과 관련한 글을 주로 쓰며, 맥주관련 교육 콘텐츠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