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경제- 경제 상황으로 읽는 맥주시장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외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내수시장 역시 둔화하고 있으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연말 연초에 이어지는 새해 경제 전망과 관련한 뉴스가 쏟아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경제와 관련된 대부분의 뉴스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데다개 별 지표나 현상의 관계 메커니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 기사와 뉴스에 등장하는 각종 지표나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경제 변수의 특성과 상호관계를 설명하고, 한국이 처한 대내외 경제 상황에 따른 경제 변수의 변화가 주류시장, 특히 맥주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해 향후 경제 상황에 따른 맥주 시장의 방향과 시장 참여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금융변수와 함께 맥주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을 설명함과 더불어 주류산업의 특성을 설명 및 해석하고, 끝으로 맥주 산업의 특성과 전망을 경제적 관점에서 설명하겠다.
한국의 거시경제지표
현대 경제학에서는 통계적 방법을 이용한 분석법이 매우 폭넓게 쓰인다. 수학을 기반으로 한 통계적 분석법은 개별 사건에 대한 엄밀하고 정확한 설명에 있어서는 불리할 수도 있으나, 과거 발생한 사건의 요인 또는 미래에 발생할 사건에 확률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경제’를 분석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수치화된 변수(variable)를 이용한다. 실제 시장은 매우 복잡하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수히 많다. ‘나비효과’와 마찬가지로, 외견상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일들 사이에 예측할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요인을 상정하는 분석은 엄밀할 수는 있어도,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법이 난해해져 정확한, 혹은 근사치의 값을 설명할 수 없을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추론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보통은 변수를 단순화하여 수학적인 모델링을 이용해 분석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수치화한 지표를 살펴보면, 각 변수가 맥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뉴스와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필요한 기초를 알고 있다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17년 명목 GDP 기준 1조 5302억 달러로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인당 GDP는 2만 9743.5달러로 26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경제성장률은 2.7%(잠정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나고, 실업률은 3.7%를 기록한다. 한국의 경우 산업 구조의 특성상 수출입 교역의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데, 수출금액은 5736억 9442만 1천 달러로 세계 6위, 수입은 4784억 7829만 6천 달러로 세계 9위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금액은 GDP 대비 약 37.5%, 수입금액은 GDP 대비 약 31.3%로 무역의존도는 68.8%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6년 6월 1.25%로 인하한 이래 2017년 11월 30일, 2018년 11월 30일 각각 25bp2를 인상해 현재 1.75%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12월 기준 한국 인구는 약 5180만 명으로 이중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약 3820여만 명, 경제활동인구는 약 2758만 2천여 명, 취업자는 약 2663만 8천여 명이며, 실업자는 약94만 4천여 명으로 실업률은 약 3.54%다.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거시경제학에서는 시장을 크게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으로 나눈다. 금융시장은 화폐와 금융상품거래 시장으로 이자율, 환율 등 이 대표적으로 금융시장을 설명하는 변수다. 실물시장은 실제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을 말하며 소비, 고용(노동), 투자(저축), 정부지출 등으로 나뉜다. 인간의 실제 경제활동은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각기 별개의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시장이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의 첫걸음은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상호작용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각 시장을 대표하는 변수 중 어느 하나에 충격(변화)이 주어질 때 다른 변수들이 어떤 연쇄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현시점 이후의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구분한 뒤에는 시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알아볼 차례다.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요소들과 이들 요소가 다른 요소나 다른 시장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상품의 희소성과 가치
어떤 상품의 가치는 희소성이 결정한다. 예를 들어 희소성이 높은 금은 현재 국내시장에서 1g당 약 4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희소성이 낮은 생수의 경우 편의점에서 500ml에 1,000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가격의 차이는 상품의 희소성이 결정한다. 다시 말해 어떤 상품을 원하는 사람에 비해 공급하는 사람(또는 수량)이 많다면 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반대의 경우라면 가치가 상승한다. 물건을 사고 파는 교환경제에서는 대부분 통용되는 원리로, 이는 돈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물론, 생산 비용이 높아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상품도 있을 수 있지만, 이를 판매하려면 역시 수요가 존재해야 하므로 희소성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희소성이 높다는 것은 그 상품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소량의 상품에는 희소성이 높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희소성이 높아지면 상품의 시장 가치가 상승하고, 이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화폐의 양, 즉 가격이 높아진다. 가격이 높아지면 어떤 사람들은 그만큼의 가격을 치를 능력이나 의사가 없어서 상품을 가지기 위한 경쟁에서 떠나가게 되고, 수요자가 줄어든 만큼 상품의 가치는 하락(가격의 하락)하게 된다. 그리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생각하는 상품의 가치가 서로 일치할 때 거래가 성사된다. 이를 일반화하면 다음과 같다
이자율 = 돈의 값
현대 사회에서 거래되는 ‘돈’은 본질적으로 내재된 가치가 없다. 다만 상품의 거래 편의성과 환금성을 높여 교환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매개체 역할이 더 강하다. 이를 위해 국가는 법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화폐를 정하고, 교환가치를 부여하지만 그자체로는 내재적 가치가 없다. 예를 들어 10,000원권 지폐가 있다면 그 지폐 자체의 가치는 ‘지폐를 만들어내기 위해 들어간 종이와 잉크, 노동력의 크기’지만, 그 지폐는 10,000원이라는 금액으로서의 구매력을 갖는다. 화폐는 상품이 아니지만,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의 역할을 함으로써 하나의 ‘상품’으로 기능하게 된다. 즉, 화폐가 시장에 과잉공급 된다면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고, 부족하면 상승하게 된다. 이때 화폐의 가치가 하락해 상품을 구입하는데 지불해야 하는 화폐의 양이 늘어나는 물가상승 현상을 인플레이션(Inflation), 화폐의 가치가 상승해 상품을 구입하는데 지불해야 하는 화폐의 양이 감소하는 물가하락 현상을 디플레이션 (Deflation)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화폐를 거래하는 시장에서 화폐의 가격은 무엇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바로 이자율과 환율이다.
이자율은 화폐를 빌리거나 빌려줄 때 지급하는 기간 단위별 비율(%)로 표시되며, ‘화폐의 값’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은행에 예금을 할 때 매년 2%의 이자를 지급받게 된다면, 은행의 입장에서 100만 원의 금액을 빌려 쓰는 것에 대한 비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입장으로 살펴보면, 100만 원(상품)을 내가(공급자) 은행(소비자)에 맡길 때 연간 2%라는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화폐시장에서 은행은 중개상의 역할을 한다. 낮은 금리로 예금을 받아서 (싼값으로 물건을 사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한다. (비싼 값에 물건을 판매한다.) 이러한 금리 차이는 은행의 수익이 되며, 이를 ‘예대마진’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원리는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이자율이 상승한다고 가정해보자. 이자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화폐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뜻으로 사람들은 이전에 비해 예금을 늘리고 대출을 줄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량은 감소하고, 화폐의 가치가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해서 물가는 하락하게 된다.
같은 관점에서 투자도 이자율의 영향을 받는다. 투자란 불확실한 미래의 기대 이익을 위해 돈이나 시간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미래의 이익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현재의 비용을 이자율이 라고 본다면, 이자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미래의 가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현재의 가치가 커지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미래의 수익이 실현되었을 때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정말로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따라서 이자율이 상승하면 현재의 자본 조달 비용 상승, 미래 수익의 불확실성 증가 등의 이유로 투자가 감소하게 된다.
맥주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몇 년간 대형 맥주회사들이 크래프트 맥주회사를 사들이거나 일부 지분을 매입하는 등의 형태로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이자율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보유하고 있는 자본을 은행에 예치해서 얻을 수 있는 확정적 수익보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투자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불확실한 수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적정 수준을 벗어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맞물려 실물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한다. 향후 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면 사람들은 물가가 오르기 전에 상품을 구매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수요를 증가시키는 데다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의 순환 속도를 상승시켜 화폐량이 일정하더라도 시장에 더 많은 화폐가 유통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는 물가를 거듭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반대로, 향후 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화폐로 지금보다 이후에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므로 현재의 상품 구매를 미래로 미루게 된다. 결국 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고, 공장은 제품 생산을 줄이게 되어 물가의 하락과 함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에 통용되는 화폐의 양을 조절해서 화폐의 적정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것이 ‘금융정책’이다. 정부는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를 조정해서 이자율을 조절하고, 지급준비율1이나 채권시장을 이용해서 국채를 발행하고 화폐를 거둬들이거나, 국채를 상환해 화폐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직접적으로 조절한다.
환율 = ‘화폐’상품의 교환비율
화폐시장은 동일한 화폐를 거래하는 시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종 화폐간 거래를 하는 시장이 있는데, 이를 외환시장이라고 부른다.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화폐는 각 국가 화폐 가치의 교환비로 표현된다. 이론적으로는 ‘같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화폐의 양’이 환율이 된다. 예를 들어 1달러=1천원이라고 가정하면 한국에서 1천 원인 물건이 미국에서는 1달러라는 뜻이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원화가치의 하락을 뜻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가격보다 상대적 가격이 낮아져 수출 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며, 해외 상품은 상대 가격이 높아져 수입 시 원화로 표시된 수입 가격이 상승한다.
예를 들어 크래프트 맥주 1병당 CIF 가격조건2으로 1달러에 수입하기로 한 맥주 수입회사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 회사가 환율 변동에 어떻게 영향을 받게 될까?. 계약 후 첫 수입 시점에서 환율은 1달러당 1천 원이었으며 맥주에 대한 수입 관세 30%가 부과되고 있었다. 향후 국내 유통 시 발생하는 비용과 인건비 등 다른 조건은 동일하며, 환율 전망은 1천 원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출고 가격을 1병에 3,500원으로 책정했다. 이때 맥주 수입 회사에는 731.52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그런데 2번째 맥주를 수입할 때 환율이 1달러당 1100원으로 상승했다. 이럴 경우, 다음과 같이 수익 변동이 생긴다.
환율 변동만으로 276.85원의 수익이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맥주 수입회사는 수입분마다 출고가격을 변동시키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 환율이 하락하게 되었을 때 이윤이 늘어나더라도 출고가격을 매번 변화시키기보다는 일정 기간마다 변화시키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맥주를 수입하고 있었던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해 맥주에 대해 관세를 폐지하는 등의 일이 일어났을 경우, 환율이 1달러당 1천 원이라면 638.88원의 이윤이 증가한다.
이와 같이 영구적인 또는 지속적인 가격의 변동요인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매번 가격이 변할 때마다 출고가격을 변동시킨다면 이는 비용의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메뉴 비용’이라고 한다. 회사들은 이러한 메뉴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래의 요인들과 방향 예측을 이용하여 가격 조정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정부 역시 환율의 안정성을 위해서 외환보유고를 확충하고, 환율 급등락이 발생할 경우 시장개입으로 이를 조정해 환율의 안정성을 꾀한다.
환율은 각 국가의 이자율 변동이나 실물경제의 상황 외에 정치적인 상황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화폐의 첫 번째 덕목이 환금성, 즉 언제든지 다른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의 가능성이라는 면으로 볼 때 국가의 정치적 상황이 불안하거나 전쟁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면 교환 가능성이 떨어져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화폐는 고유의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니라 화폐를 발행한 정부의 승인과 보증을 기반으로 한 ‘법정 화폐’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정부가 화폐의 교환을 포기하거나 모라토리엄(Moratorium)1 등으로 거부하게 된다면 해당 화폐가 교환매개로서 갖는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1_ 정부, 또는 공공기관등이 일방적으로 상환(지불)을 유예하는 행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촉발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스의 2015년 구제금융 위기 등 경제적 요인 외에 한국에서는 최근 정치적 요인이 외환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2016년 말의 국정농단 사태와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로 인한 동북아의 정치적 위기이며, 지난해 초 북한 비핵화 및 화해 분위기 조성 으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꼽을 수 있다. 앞선 두 사건의 경우 정치적 불안정이 환율을 상승시킨 경우이며, 마지막 사건은 정치적 안정이 환율을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경우다.
자산시장과 금융시장
이자율, 환율과 같은 변수들은 주식, 채권과 같은 금융자산 시장이나 동산, 부동산 등 실물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설명했듯이 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즉, 자본 조달 비용이 낮은 곳에서 자본을 조달해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즉, 은행에서 차입한 돈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 등으로 흘러가 이들의 가격을 부풀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미국은 정책금리를 사실상 ‘제로금리’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만족할 만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라고 불리는 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FFR: Fed Fund Rate) 역시 ‘0’에 가깝게 유지되었다. 그동안 주식시장은 시장에 넘치는 값싼 돈들이 흘러들어 호황을 맞았다. 한국 역시 2012년 7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25bp 낮춘 것을 시작으로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1.0%까지 낮췄다. 국내외 금리 차가 클 경우 이를 이용한 재정거래 자금이 유입될 수 있으며, 해외 자금의 과도한 유입은 자금이 빠져나가는 시점에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로 인해 돈 값이 싸졌다. 이 돈을 은행에 맡기는 것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어 은행으로의 화폐 유입이 줄어든다. 반대로 돈을 빌리는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어 이를 이용한 다른 자산으로의 투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 시기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으로 이 자금이 몰려들었다. KOSPI 지수는 한때 2500선을 돌파하기도 했고, 주택과 상가의 매매 및 임대가격도 천정 부지로 치솟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2.25%~2.5%까지 상승한 반면 한국의 경우 1.75%로 오히려 미국과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국내외 금리의 상승으로 국내자본이나 해외자본 모두 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것이다. 이자율이 상승함에 따라 특히 차입을 통해 자산시장에 투자되었던 자금부터 점차 빠져나가게 된다. 자금 유입이 줄어들면 자산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뫼비우스의 띠: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이자율과 소비
이자율이 상승하면 소비는 감소한다. 특히 한국은 가계 대출 규모가 GDP 대비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자 지급 비용은 이자율 상승에 따라 증가하며, 이는 개인의 가처분 소득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가처분 소득이란 개인의 소득 중에서 세금, 이자지급비용, 보험 등을 제외하고 저축 또는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월 30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세금 및 이자 지급액 등을 제외한 금액이 180만 원이라면 180만 원이 가처분 소득이다. 가처분 소득 중 일부는 저축을 하고 나머지 금액을 소비에 사용한다는 뜻이다. 2018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7%(잠정치)이고, 국민처분가능소득역시 경제성장률과 같은 비율로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2018년의 국민처분가능소득은 약 1428조 3513억 원으로 국민 1인당 처분 가능소득은 약 2757만 원이다. 2018년 1/4분기 - 3/4분기까지의 저축률이 34.7%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 1인당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약 1800만 원 즉 한 달에 150만 원 정도이며, 가구 수로 환산하면 약 380여만 원이다. 가계는 이 금액 안에서 모든 소비지출을 하는데, 이자율이 상승하면 이자비용이 상승하고 가처분소득은 감소하게 되어 소비 지출을 줄이게 된다. 이와 같이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은 상호작용을 하며, 영향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수단
금융정책은 금융 변수를 조정하는 것으로, 실물경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화량의 조절이나 이자율의 조정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다른 변수들을 움직여 경제 전반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금융정책의 경우 국가가 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정책적 목표인 물가안정, 경제성장 등이 주된 목적이다. 이에 비해 재정정책의 경우 국가의 직접적인 재정수입과 지출을 조절하는 것으로, 조세의 인상 또는 감면, 공공지출의 증감 등을 통해서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시장 참여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금융정책에 비하면 실행 효과가 발생하기까지 시차가 작다. 예를 들어 소비 촉진을 위해 개인의 소득세를 인하한다거나, 기업의 투자촉진을 목적으로 투자 자금에 대해서 세금 공제율을 상승시킨다거나 하는 것들이 재정정책에 속한다. 소규모맥주제조자 맥주에 대해서 생산 용량에 따라 주세 과세표준을 인하해 주세를 감면해주는 것 역시 수제맥주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재정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소득과 관련된 정책으로 최근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이 임금이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각각 16.4%, 10.9% 인상됐다. 2019년 최저 임금은 시급 기준 8350원으로 2017년 6470원 대비 2년 만에 29.05%, 1880원이 상승했다. 최저임금은 비숙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소금액을 강제하는 제도다. 최저임금이 상승할 경우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제여건이 개선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임금 상승에 따른 소비의 증가는 생산과 투자의 증가를 가져오고, 고용과 소비가 늘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에 의해 즉각적인 비용지출이 발생하는 쪽과 늘어난 소득으로 인한 소비의 증가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비용의 증가를 감수하거나 상품의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 경제에서는 특히 내수 소비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이를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임금 지급 총액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 수요가 줄어든다. 특히 내구재나 중간재를 생산하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종사자와 같은 비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수요가 더 많이 줄어들 수 있다.
이외에도 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주요 변수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 글에서 그 모두를 언급하고 효과를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중에서도 거시경제 상황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와 각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간단한 설명의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들로 인해 엄밀한 부분에 있어서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이제 주류산업, 그 중에서도 맥주산업이 경제 요인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앞선 설명을 떠올리며 살펴보자.
주류산업의 특성
주류산업은 음식료품의 제조, 외식, 식품 유통 등을 포함하는 식품산업과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식품산업과 같이 제조 및 외식의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소수의 업체를 중심으로 한 과점 혹은 독점적 과점시장이라는 특성이 있다.
주류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대표적인 기호식품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경제적 지출의 우선순위에서 필수적 지출 요소가 아니며, 소비하는 사람과 소비하지 않는 사람 사이의 소비지출 간격이 크게 나타난다. 또한 경제적 수준과는 무관하게 개인이 소비 할 수 있는 알코올의 총량에는 한계가 있어 소비수준의 차이에 비해 소비 금액의 차이가 크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경기 불황 시 총 알코올 소비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주류는 담배와 함께 불경기에 소비가 증가하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현실 문제가 어려워질수록 술이나 담배 등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목적의 소비가 늘어난다.
최근 주류시장은 1인 가구의 증가와 청년 고용의 감소로 인한 청년층의 소득 감소 및 이로 인한 경쟁의 심화 등과 같은 환경적 변화와 함께 고도주보다는 저도주를 선호하고, 전반적인 알코올 소비가 감소하는 주류소비문화의 변화로 인해 전반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소주 시장의 위축과 맥주 시장의 성장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경제는 맥주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욜로족, 1인 가구 등 20-30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퍼져가는 문화의 기저에는 청년들의 불안한 고용 현실이 깔려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데다 고용의 질이 떨어져 평균적인 소득 수준의 개선이 어려워졌다. 결국 혼자서 작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가운데 주류의 소비행태 역시 같이 변화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한국에 소개된 크래프트 맥주와 ‘네 캔 만 원’으로 대변되는 수입맥주는 청년들의 경제상황 악화와 경쟁의 심화와 맞물려 시장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다양한 맥주를 예전보다 점차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밖에서 왁자지껄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는 술’ 대신 ‘혼자 조용히 마시는 맥주’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값싼 수입 맥주와 상대적으로 값은 비싸지만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는 이들의 기호에 들어맞는 술이다.
전체 맥주 시장으로 봤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체 맥주 시장은 브루어리, 수입업, 유통, 판매를 아우르는 분야다. 전 소득구간에서 악화된 소비자 심리지수(CSI)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게 될 것을 의미하며, 순 상품 교역지수의 악화는 대외교역 조건 악화로 수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Recession Indicator에 따르면, 한국은 경기 확장기가 끝나고 불황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동성 과다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기를 지난 지금, 임대료와 식료품 등의 가격은 크게 상승해 있다. 게다가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은 특히 소매상의 입장에서 향후 매출 하락이 예측되는 상황에 발생한 비용 인상 요인이라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맥주 산업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맥주 산업의 전반적인 상황은 외식산업과 연계해서 생각하는 것이 옳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일반 슈퍼 등에서 판매되는 맥주의 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펍, 음식점등과 같은 일반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양이 다수를 차지한다. 불경기는 자본력이 부족하고 자영업의 비율이 높은 일반음식점의 경우에 더 큰 위기가 될 것이 자명하다.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소량의 술을 마시거나 집에서 혼자 즐기는 형태로 맥주 소비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반면 맥주 공급시장은 과거보다 더 많은 공급자들이 그보다 더 다양한 가격과 종류의 술을 공급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술을 판매하는데 있어 과거보다 더 전문적이고 세심한 관리를 요구받게 된다. 특히 크래프트맥주의 경우 관리가 더 까다로우며, 서브 방법에 따라 맛의 편차도 발생하는 만큼 더 큰 전문성이 요구된다. 소비자의 입장에 서는 한 잔에 지불하는 절대적 금액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지출 예산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더 전문적이고 차별성 있는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소비 위축으로 비용 인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향후 상당 기간 동안 불황이 이어지게 되면, 결국 맥주를 생산하는 브루어리나 수입하는 수입업 역시 생산량 축소와 재고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매출 감소는 특히 대기업 맥주와 크래프트 맥주 생산업체 중 상대적으로 제품의 품질 안정이 덜 이루어진 곳들부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맥주를 판매하는 펍이나 일반음식점도 마찬가지로, 차별성과 전문성이 낮은 곳에 타격이 먼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불경기를 이겨내려면?
불경기의 시장 참여자 중 상당수가 떠올리는 첫 번째는 비용과 지출을 줄이는 긴축을 통해 주어진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항상 첫 번째 선택지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현재의 맥주 시장이 변화하고 있고, 정보의 유통속도로 인해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주류시장의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맥주 시장, 그중에서도 크래프트 맥주시장만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은 기존의 맥주시장이 가지지 못했던 다양성과 새로움을 가지고 있으며, 양적 가치보다는 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의 IT 기술이 정보의 확산속도를 더욱더 빠르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빨라진 정보의 유통 속도는 좋은 상품 혹은 좋지 않은 상품에 대한 정보 역시 빠르게 확산시킨다. 여기에 유통이 결합하여 좋은 제품에 대한 쏠림 현상을 과거보다 증폭시킨다.
불경기라고 해서 소비가 ‘0’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상황과는 무관하게 소비 수준을 유지하는 소비자도 있으며, 소비의 절대적 양이 줄어드는 것이지 소비 절벽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소비자는 과거에 비해 더욱 신중하고 선택적인 소비를 하게 되며, 그에 따라 불경기의 타격은 전문성과 차별성이 약한 쪽에서부터 발생한다.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자 상품 생산 및 공급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은 크래프트 맥주 산업의 경우, 경기 침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히 품질 수준과 관리의 수준이 높은 기업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더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크래프트 맥주 산업 참여자들에게는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유지하는데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경기순환을 보이며 성장해간다. 불황의 시기가 지나면 반드시 호황의 시기가 찾아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모든 장사의 기본이라고 사람들은 말을 한다. 이 말을 다시 한번 이렇게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
불황은 상품과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다. 당연하게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호황 때 공급되던 만큼의 양을 줄어든 수요가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같은 가치를 가진 상품의 가격이 낮은 시기가 불경기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황의 공포에 짓눌리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난 뒤 긴 시간 동안 경기 확장기가 이어졌다. 그 끝에 다시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면 호황 또한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모두가 움츠리고 있을 때 확장의 시기를 대비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 전략으로 더욱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