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대회는 맥주인과 맥주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전 세계에는 수많은 맥주 대회가 있다. 맥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 만한 유명한 대회부터, 지역이나 마을에서 열리는 자그마한 대회까지 다양하다. 구조를 잘 갖춘 전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상업 맥주를 위한 대회가 있는가 하면, 작은 규모로 홈브루어를 위한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전 세계에는 수많은 맥주가 있다. 필자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 혹은 이 글을 독자가 읽고 있는 순간에도 새로운 맥주가 만들어지고 있다. 수많은 브루어리와 홈브루어들 중 자신들의 맥주가 사람들에게, 혹은 전문가들에게 평가받기를 원하는 경우 각종 맥주 대회에 맥주를 출품하고 맥주를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맥주 대회는 맥주시장과 맥주 시장 당사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맥주 대회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맥주 대회의 정의와 기준
대회란 기본적으로 경쟁을 바탕으로 한다. 맥주 대회 역시 마찬가지로, 경쟁의 결과를 시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올림픽처럼 참가자들의 순위를 매기기도 하며, 전체의 순위를 매기지 않고 수상작만 선택하기도 한다. 혹은, 수상할 만한 맥주가 없다면 시상을 하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한 대회의 유형 중 맥주 대회는 대부분 경진대회 또는 품평회(Competitive exhibition)1)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더 많다.
맥주는 다양한 스타일과 함께 스타일별로 극과 극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특징을 나타낸다. 따라서 맥주 대회의 경우 다양한 맥주 스타일의 분류가 있는 만큼, ‘맥주’라는 최상위의 카테고리에서 모든 맥주를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며, 이와 같은 이유로 맥주의 스타일, 또는 특징 등을 이용하고 구분하고 이에 따라 맥주를 평가하고 시상한다. 물론, 대회별로 얼마나 세분화된 카테고리를 나눌 것인지, 얼마나 많은 맥주를 시상하게 될지는 다르다. 이 때 수상 부문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맥주의 스타일이나 특징의 기준이 되는 지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BJCP 스타일 가이드라인 (BJCP Style Guidelines)이다. 2015 BJCP 스타일 가이드라인에서는 맥주를 34개의 카테고리로 나누고, 각 카테고리별로 세부적인 스타일을 규정하고 있다.
대회에 따라 실제로는 BJCP 스타일 가이드라인을 준용하여 평가 부분을 나누고 있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보게 된다면 대회의 평가 방향이나 취지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맥주 대회에 출품된 맥주들은 품질에 대해 평가받게 된다. 그것이 홈브루어의 맥주냐 상업 양조장의 맥주냐와 상관없이 공통으로 평가받게 된다. 그러나 일부 대회, 특히 상업 맥주를 대상으로 하는 대회에서는 맥주 자체의 품질(맛)뿐만 아니라 패키징과 관련된 항목을 평가하기도 한다. 상업 맥주의 경우, 패키징 역시 제품의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만큼, 이를 평가해 점수여 반영하는 것은 대회에 출품된 ‘상업 맥주’가 얼마나 ‘상품가치’가 있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맥주회사를 제외하면 병, 캔 등의 패키징 상품 유통의 역사도 짧고 종류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생소할 수 있으나, 유럽, 미국 등의 경우 수많은 종류의 맥주가 병이나 캔 등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품으로써의 맥주를 평가하는 것이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맥주 대회의 목적
모든 품평회 형태 대회의 목적은 출품된 품목 중 우수한 것을 가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맥주 대회 역시 마찬가지로 카테고리별로 심사 기준에 따른 우수 맥주를 선발하고 시상한다. 이것은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대회의 특징이긴 하지만, 맥주 대회의 경우 이것만이 대회의 목적은 아니다. 맥주 대회에 출품된 맥주는 일반적으로 심사관들에 의해서 심사된다. 맥주의 맛과 관련된 심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심사관들은 테이스팅 후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게 된다.
평가 항목과 관련하여 분류된 스타일의 적합 여부, 이취(off flavor)가 있는지 등 맛에 대한 평가를 단순히 점수나 적합 여부로만 표시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평가에 그치지 않고 맛에서 느껴지는 양조 과정의 문제점 등, 맥주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을 만한 조언을 함께 기재하고 이를 출품자에게 전달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심사 방법은 상업 맥주, 홈브루잉 맥주를 막론하고 맥주 대회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심사 방법이기도 하다.
대회에 참여한 브루어들은 서로 교류하며 자신의 맥주를 발전시키고, 심사관들 역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모두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심사에 있어 단순히 우수한 맥주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할 수 있는 점들을 같이 알려주는 것은 맥주 대회가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것 외에도 더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도록 조언을 하고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같이 수행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맥주 대회가 맥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많은 상업 양조자들은 상업 양조장에서 일하기 전 홈브루어였던 적이 많다. 이들을 위한 홈브루잉 맥주의 경연대회는 홈브루어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을 이끈다. 홈브루어의 경우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의 맥주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자신의 맥주를 전문적인 시선으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개인의 수준에서 고민하던 문제들을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해결하기도 하며, 자신의 수준을 확인한다. 또한 홈브루어들이 모여 교류를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맥주를 맛본다. 상업 맥주 경연대회에는 전 세계 유수의 브루어리 맥주가 출품된다. 작은 대회라면 지역의 혹은 몇몇 나라의 맥주가 출품되겠지만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맥주 대회의 경우 수십 개국의 수천 종의 맥주가 출품되고, 전 세계에서 각각 자신만의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는 브루어들이 모여 교류를 하는 장이 마련된다. 상업 맥주 경연대회는 더 큰 비즈니스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권위 있는 맥주 대회의 경우 전 세계 수천 종의 맥주가 출품되는 만큼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뿐 아니라 맥주의 수출이나 수입 상인,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트들도 새로운 맥주를 찾기 위해 대회를 관람한다. 품질이 높고, 개성 있는 맥주는 이들을 통해 기존에 진출하지 못했던 국가나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하는 브루어리들은 대부분 적대적인 규모가 작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면적도 넓은 편이 아니며, 인구 역시 많은 편이 아니라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맥주가 전국에 판매되지만, 미국의 경우 주 경계만 넘어가도 구할 수 없는 맥주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당연히도 좋은 맥주라고 할지라도 이 맥주를 만날 수 없는 곳에서는 좋은지 나쁜지 역시 알 수 없다. 물론, 대회의 수상 자체가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가 되어 대회에서 수상한 맥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 한편, 경쟁은 전체 시장의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맛’은 개인의 기호에 영향을많이 받는 만큼 절대적인 평가 기준을 세울 수 없다. 그러한 면에서 맥주 대회에서의 심사는 카테고리별로 스타일의 정의에 얼마나 잘 부합하느냐, 이취가 존재하느냐 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양조의 관점에서 얼마나 완벽한 맥주를 만들었는가가 평가 기준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맞추어 최고의 맥주를 뽑는 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브루어들은 보다 완벽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경쟁이 결과적으로는 조금 더 완벽한 맥주를 만들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 품질을 높이게 된다. 한편, 맥주의 맛이 심사의 절대 기준은 될 수 없으나 맥주 대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평가하는 맥주가 수상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맥주 대회의 본질은 다양성을 뽐내는 것
우리나라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성장하며 맥주 대회가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맥주 시장의 성장과 함께 늘어나고 있는 맥주 축제에서도 맥주 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대회가 열리기 위해서는 맥주 시장의 성장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국내 맥주 시장 역시 다양성을 갖추기 시작했고, 이를 서로 견줄 만큼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을 짐작게 할 수 있다.
맥주 대회는 본질적으로 출품된 맥주 다시 말해 출품된 맥주를 만든 브루어리 또는 브루어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평가를 통해 실력을 증명하는 경쟁의 자리다. 이 경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맥주를 출품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장과 함께 홈브루잉 등을 즐기는 저변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이래 맥주 대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상업 맥주를 위한 대회와 홈브루어를 위한 대회를 막론하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것으로 자리 잡은 대회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은데다 그 역사 또한 2-3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역사, 그 중에서도 국내 크래프트 맥주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 역시 3-4년 남짓임을 고려하면 맥주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전통적인 맥주 강국이 많은 유럽과 크래프트 맥주의 강자인 미국의 경우 말 그대로 수도 없이 많은 맥주 대회가 열린다. 홈브루어들을 위한 지역의 소규모 대회부터 전국을 넘어 해외의 유명 양조장들의 맥주 수천 종이 출품되는 국제적인 대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회를 가진 나라들이 대 맥주 강국으로 불리는 나라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내의 탄탄한 맥주 저변과 함께 경쟁력 있는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브루어리가 많아 산업적인 가치가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크래프트 브루어리들도 해외의 맥주 대회에서 잇단 수상 소식을 알리며 국내 브루어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몇 년간 정체를 보였던 브루어리의 숫자가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성장하며 단기간에 100개를 돌파할 만큼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그로 인해 치열해진 시장 경쟁과 소비자의 눈높이 상승이 결과적으로는 브루어리의 성장으로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맥주 산업 역시 지금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조만간 국내를 넘어 아시아, 혹은 세계적인 맥주대회가 열릴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적 규모의 맥주 대회에서 해외 유명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맥주와 국내 크래프트 맥주가 경쟁하는 그 날을 꿈꿔본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