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맥주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다들 알다시피 맥주를 담는 용기는 대표적으로 병, 캔, 케그, 페트가 존재한다. 이들 모두가 맥주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서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캔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크래프트 맥주를 테이크아웃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이제는 직접 손으로 캔맥주를 만드는 장면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됐다. 그런데 이 캔맥주,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캔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캔맥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분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캔맥주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는 모르는 분이 많을 것이다. 병맥주는 병 안에 맥주를 넣고 뚜껑을 덮는 과정으로 포장이 진행됨을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캔은 언뜻 보면 어떻게 포장을 했는지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캔은 포장되기 전, 두 파트로 나뉘어서 만들어진다. 하나는 몸통부분(Body), 다른 하나는 뚜껑부분(End)이다. 캔맥주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부분의 평평한 부분과 몸통이 이어지는, 위로 솟구쳐 있는 부분이 다소 두꺼움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이 몸통과 뚜껑부분을 붙여주는 이음매(Flange)이다. 즉, 캔맥주는 몸통에 맥주를 채우고, 뚜껑을 덮고, 이음매 부분을 이어주는(Seaming)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때 이음매를 얼마나 더 튼튼하게 이어주는가, 얼마나 빠르게 캐닝이 진행되는가, 얼마나 정확하게 맥주를 채워주고 산소 유입을 방지해주는가 등에 따라서 캐닝 장비의 성능과 가격이 달라진다.
캔의 이음매를 이어주는 과정(이하 시밍)은 말로 하기는 번거로우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첨부된 그림을 참고하도록 하자. 우선 잘 세척된 캔의 몸통에 맥주를 주입한다. 맥주가 채워진 몸통 위에 뚜껑을 씌우고, 뚜껑이 캐닝 장비의 윗부분인 ‘척(Chuck)’이라 불리는 곳까지 잘 맞닿도록 뚜껑과 몸통을 눌러준다.
이 과정에서 캔 내부에 산소가 남아있지 않도록 탄산을 주입해주곤 한다. 그러고선 1차적으로 뚜껑의 바깥부분을 회전을 통해 몸통의 바깥쪽으로 살짝 접어 눌러준다(First Operation Roll). 하지만 이대로는 아직 몸통과 뚜껑의 연결이 굉장히 느슨한 상태이므로, 그렇게 맞닿아 있는 이음매 부분이 꽉 맞물리도록 회전을 통해 한 번 더 강하게 눌러준다(Second Operation Roll). 이 과정을 두고 소위 더블 시밍(Double Seaming)이라 부르곤 한다.
시밍은 이런 식으로 용접이나 어떤 화학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둘 사이를 물리적으로 접어 놓은 것에 불과하기에 미세하게나마 틈이 존재하게 된다.
때문에 제대로 시밍이 되지 않은 캔은 이 틈 사이로 산소나 여러 오염물질들이 새어 들어가기도 하고, 반대로 강한 내부압력으로 인해 탄산과 맥주가 밖으로 새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캔 뚜껑을 만드는 과정에서 뚜껑 아랫부분을 얇은 고무로 코팅 해놓기도 한다. 그러면 시밍이 끝난 이후에 생기는 틈을 고무가 메우게 된다.
더 좋은 캐닝을 위해
최근 우리나라의 크래프트 맥주 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더 완벽한 캔맥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캔 만드는 것이 다거기서 거기 아닌가 싶겠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몇몇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캔을 장기간 보관 하다 보면 금세 탄산이 빠지거나 향이 휘발되고, 산화되어 맛이 변하는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함을 알 수 있다. 반면 미국에서부터 수입된 크래프트 맥주의 캔맥주는 변질의 문제가 그다지 발견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캔맥주의 대부분이 만들어진지 2~3달은 기본적으로 지나서 들여오는 맥주임을 감안하면 말이다. 이는 캐닝의 완성도가 맥주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의미함과 동시에 캐닝의 완성도가 저마다 차이가 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 보니 보다 완벽한 캐닝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맥주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제이다.
좋은 캐닝을 위해선 크게 두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 하나는 더 좋은 캔을 사용할 것, 다른 하나는 더 좋은 시밍을 하는 것이다. 이중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하게도 좋은 캔을 사용하는 것이다. 제조 단계에서부터 완벽하게 맞물리지 않는 캔으로는 백날 시밍을 잘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사용하는 캔의 뚜껑이 캐닝 장비의 ‘척’과 정확히 잘 맞물리는지, 본격적인 시밍이 이루어지는 뚜껑과 몸통의 이음매 부분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지, 캔의 내부 코팅이 잘 이루어져 있는지 등이 좋은 캔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허나 이건 캔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신경 써야할 일이지, 양조장 측에서 어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고로 양조장 측에서 신경 써야할 것은 시밍이다. 좋은 캐닝을 위해선 양조장 차원에서 얼마나 타이트하고 견고하게 시밍이 이루어져 있는지, 캔 시밍이 항상 균일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시머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항상 신경 써줘야 한다.
보다 타이트하고 견고한 시밍을 위해선 역시 성능이 좋은 정교한 시머(Seamer)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약간의 기하학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시밍은 원기둥을 따라서 접어주는 과정이다 보니 시머가 살짝 잘못 맞물리게 되거나 이음매를 충분히 눌러줄 만한 강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왜곡이 발생하기가 쉽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따금씩 볼 수 있는, 손으로 작동시키는 캔 시머로 만든 캔맥주가 고작 2-3일만에도 탄산이 많이 빠지고 맛이 변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조금의 차이로도 왜곡이 발생하여 틈이 생기거나, 잘못된 시밍(False Seam)이 이루어지기도 하니말이다(물론 이 뿐만의 문제는 아니고, 압력이 부족하거나 제작단계에서부터 완벽한 산소차단이 거의 불가능하단 점도 한몫을 한다). 때문에 겉보기에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캔입 장비 간에 실질적인 퍼포먼스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균일한 시밍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항상 검토하는 것도 양조장 측의 중요한 할 일이다. 정말 열악한 환경에선 마이크로미터를 이용하여 시밍이 이루어지는 연결부위의 두께와 높이가 일정한지를 측정하는 식으로 시밍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곤 하는데, 이는 마이크로미터의 각도나 재는 사람에 따라 다소 다르게 측정되므로 좋은 방법은 결코 아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춘 양조장에선 시밍 부위를 절단하여 시밍 정도를 컴퓨터로 정밀하게 확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밍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시머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항상 검토해주어야 한다. 시머는 기온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이에 따라 기계가 느슨해지고 부품이 마모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척이나 롤(Roll, 회전을 통해 캔 연결부위를 눌러주는 역할을 하는 부위), 베어링 등이 손상되거나 척과 롤 간의 거리가 느슨해지는 것 등이 이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따라서 필러 게이지(Feeler Gauge)나 틈새 게이지(Clearance Gauge) 등을 통해 이를 항상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EDITOR_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