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어의 맥주 여행 개성 넘치는 미국 동부 브루어리 탐방기
안녕하세요. 맥주와 사진을 좋아하는 Why Beer입니다! 본명은 손의 현이지만 블로그나 SNS상의 닉네임인 ‘왜맥주인가’와 ‘Why Beer’로 많이 불립니다. 과거 카브루에서 양조 보조로 일했으며 현재 부산 기 장의 아키투 브루잉에서 양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외국 못지않게 우 리나라 양조사들은 열정과 성의가 대단한 분들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현재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계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 니다. 파이팅!
퇴사를 생각할 무렵 다른 분들이 가는 맥주 여행이 너무나 부러웠 습니다. 맥주 때문에 일본으로 첫 해외여행을 간 것도 그렇고 이번 에도 맥주 때문에 미국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네요. 여행 루트는 보 스턴(양조장 위주) - 뉴욕(관광 위주)이었습니다. 이중 제가 소개해 드릴 부분은 보스턴 쪽 입니다. 날씨가 한국의 3월말과 비슷하다는 말을 듣고 갔는데 가자마자 우 박, 눈이 쏟아집니다. 지저스! 처음 들른 목적지는 트릴리움 포트 포 인트 지점. 사진의 주인공은 곧 멋진 양조장을 오픈하는 와일드 웨 이브 브루잉에서 근무할 이준표 양조사입니다.
그렇다면 트릴리움의 맛은 어떤가? 처음엔 아주 실망했습니다. 다량의 홉이 내는 향긋한 과일향, 꽃향기보다 압도적인 쓴맛과 홉이 주는 매운맛만 이 넘칩니다. 홉은 신선할수록 좋다고 하지만 저희의 경우 몇일 묵혔다가 먹는 게 음용성이 좋았고 그제서야 향 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미국인들은 이런 홉의 강렬한 맛이 취향인지 아주 잘 즐기더군요. 아, 공원에선 먹지 않았습니다. 촬영만 ^^
‘맥주의 맛’보다 미국에서 더 놀라웠던 건 ‘맥주를 즐기는 문화’. 위치는 변두리에 있고 번화가와는 아주 떨어진 곳들인 데 오후나 저녁에 가면 사람들이 즐비합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듯 한잔을 가지고 여유롭게 홀짝거리며 우리나라 에서 소주를 찾듯이 부담 없이 맥주를 마십니다.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지역 주민들이 크래프트 맥 주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클럽을 연상시키는 스탠딩은 충격! 맥주를 서서 먹는 것이 안타깝기보다 보기 좋은 건 왜일까요? - 나이트 시프트 양조장에서 열차를 타고 보스턴에서 남서쪽으로 40분 정도 가 다 보면 프레이밍햄(Framingham)이 나옵니다. 그 곳에 커다란 브루펍 잭스 애비(Jack's Abby Craft Lagers)가 있는데 트릴리움, 트리하우스 같은 신흥 양조장보다 오래된 곳이고 라거를 전문적으로 만드 는 곳입니다. 비교적 올드한 양조장임에도 꼭 들러 야 했던 이유는 깔끔하고 탁월한 라거들(메르첸, IPL, 발틱 포터 등)과 그 이상으로 깔끔하고 탁월한 음식 들 때문! 느끼하지 않고 진한 풍미도 간직하고 있어 서 미국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먹기 좋았습니다. 마 치 고든 램지 쉐프가 만드는 콤팩트하고 스마트한 요리가 이럴 것 같아요.
이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힐 팜스테드입니다. ‘We do not ship beer directly to consumers’을 주장하는 곳으로 오픈 일정이 수-토, 12:00-17:00에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 없어 접근 난이도가 높은 곳입니다. 운전이 필수인 곳이기에 인당 병과 탭을 포함해서 2종만 마실 수 있으며 병의 경우는 마시고 남은 혹은 다 마신 병을 회수합니다. 여기 가실 때 주의 하실 점은 사전에 구글 지도를 보고 루트를 정해서 운전할 것입니다. 저희의 경우 렌터카의 내비게이션을 믿고 갔다가 위험한 길을 알려줘서 차가 눈길, 흙길에 빠지는 등 역경을 겪었습니다.
차 문제 때문에 예상보다 3시간 가량 도착이 늦어진 상태. 35분 정도 스치듯 맥주를 먹고 사진을 찍고 테 이크 아웃을 합니다. 페일 에일, IPA도 훌륭하지만 로 버스트 포터가 인상적이었으며 그보다 팜하우스 에일 이 멋졌습니다. 밝은색에 청사과, 바나나, 레몬, 시트러 스, 와인 배럴 향이 감미롭고 우아하며 섬세합니다. 당 시에는 허겁지겁 IPA, 포터같은 것만 먹어서 몰랐지만 팜하우스 에일이 정말 월등합니다. 굳이 찾아가기도 어려운 위치임에도 고객들이 끊임 없이 찾아갈 만한 퀄리티였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희들이 꼽은 최고의 양조장인 메인(Main Beer Company)입니다. 'Do What's Right'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환경 친화적이고 신선함의 끝을 보는 맥주를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양조장 근처의 몰트 회사가 제공하는 몰트를 사용하고 당화 후 몰트 찌꺼기(Spent grain)외에 발효 후 버리는 효모 찌꺼기도 농 장에 가져다 준다고 합니다. 국내에도 일산에 위치한 어떤 양조 장이 이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일하는 사람들의 마 음가짐과 생각이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맥주의 경우 테이크 아웃으로 마셨던 MO(Pale Ale)가 가장 인 상 깊었습니다 가벼운 달콤함에 약간의 풀 향, 그 외 홉의 날카 로움이 매운맛보다는 강한 허브, 꽃향기로 펼쳐지고 후반부터 질감이 갑자기 드라이하게 뚝 떨어집니다. 탄산감도 소름 돋을 정도로 적절합니다. 신선함의 결정체였고 ‘이 물건은 어디 유통 되는 것보다 현지에 서 먹는 것이 최고’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더군요. 미국은 결코 작고 외진 곳에 있는 양조장이더라도 얕볼 게 없어요.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만의, 자신들이 잘 만들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게 멋집니다.
배럴드 소울즈는 인테리어도 그렇지만 브루펍 곳곳에 게임들 이 있습니다. 맛있는 맥주를 먹으면서 테이블에서 카드를 하 거나 이렇게 당구 치듯 즐기는 게임은 배럴드 소울즈의 큰 개 성 중 하나입니다.
EDITOR_ 손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