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영혼’, 다양한 맥아의 세계
맥주’하면 시중에서 쉽게 접하는 라거 맥주의 황금빛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붉은 루비색, 갈색 및 검은색 등 그 어느 술보다 다양하고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게 맥주다. ‘흑맥주는 왜 검지?’ ‘밀맥주는 왜 색이 탁하지?’ ‘어떻게 맥주에 붉은빛이 감돌지?’ 등의 질문의 답은 맥주의 재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몰트(맥아)에 있다. 몰트는 맥주의 색깔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첨가하는 종류와 양에 따라, 풍미, 향 등 다양한 특성을 부가할 수 있다.
보리 맥(麥), 술 주(酒)
’맥주’는 말 그대로 보리로 만든 술을 뜻한다. 맥주는 보리 중에서도 대맥(大麥)이라고 불리는 겉보리를 사용하며 그 종류에는 두줄 보리(Two-Row Barley) 및 여섯 줄 보리(Six-Row Barley)가 있다. 두 줄 보리의 경우 전분이 풍부하고 껍질이 얇아 쓴맛 성분이 적으며, 종실이 크고 수율이 높아 여섯 줄 보리보다 맥주 제조에 좋은 조건을 가진다. 따라서 미국의 라거 계통 맥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맥주에는 두 줄 보리가 맥주 양조에 사용된다. 맥주에 보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리가 가진 전분을 당분으로 바꿔주는 ‘당화(Mashing)’라는 과정을 거쳐 효모가 먹을 수 있는 당분을 얻어야 한다. 이 때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효소가 필요하다. 이 효소를 얻기 위해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을 트게 한 다음 말린 것을 맥아(麥芽) 또는 엿기름이라고 칭하며, 영어로는 몰트(Malt)라고 한다.
몰트는 색상, 제조 회사, 국가 및 제조 방법 등에 따라 분류하기도 하지만, 대표적으로 용도에 따라 베이스 몰트(Base Malt)와 스페셜티 몰트(Specialty Malt)로 구분한다. 보리 이외에도 맥주의 여러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 귀리, 호밀 등 다양한 곡물이 몰트화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맥주 스타일마다 또는 같은 스타일이라도 만드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베이스 몰트와 스페셜티 몰트의 사용 구성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필스너의 경우 100% 베이스 몰트만을 쓰기도 하며, 반대로 스타우트의 경우 색깔과 향을 내기 위해 15~20%의 스페셜티 몰트를 사용한다.
베이스 몰트(Base Malts)
맥주를 만드는데 필요한 당, 단백질, 효모 영양분 등을 제공하는 몰트로 맥주의 원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당화 효소가 풍부해 맥주 제조에 필요한 당분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잡곡밥으로 치면 백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베이스 몰트는 기본적으로 보리에 물을 공급해(침맥) 싹을 틔워(발아) 건조과정(배조)을 거쳐 만들고 종류는 다음과 같다.
스페셜티 몰트
맥주에 색, 풍미, 바디감 및 맥주거품 안정성 위해 쓰이며 베이스맥아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된다. 몰팅(Malting: 보리를 맥아로 제조하는 공정) 과정 중 효소가 파괴되기 때문에 주로 우려내기(Steeping) 과정으로 스페셜티 몰트의 성분만을 추출해 사용하거나 베이스 맥아와 같이 당화 (Mashing)하기도 한다. 잡곡밥으로 치면 잡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스페셜티 몰트는 베이스 몰트와는 다르게 굽는 공정(로스팅)이 추가되며, 배조 및 로스팅 온도에 따라 다양한 풍미와 특성을 가지며 그 종류는 다음과 같다.
기타 몰트
보리 이외에도 다양한 곡물들이 몰트 제조에 사용되며 보리에는 없는 특별한 향, 풍미 및 질감을 더하기 위해 쓰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맥주의 재료 중 하나인 홉을 ‘맥주의 영혼’이라 부르지만, 때로는 몰트를 ‘맥주의 영혼’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만큼 몰트는 맥주에 있어서 중요한 재료이다. 맥주의 풍미, 향 및 질감에 큰 영향을 주는 이러한 몰트의 특성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맥주 양조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EDITOR_홍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