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미국 크래프트 맥주의 현지화 전략을 보다
미국에서 굴러온 스톤이 상하이에 박히다!
미국발 크래프트 맥주의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의 중심인 중국 대도시 역시 크래프트 맥주 전문점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상하이의 스톤 브루잉 탭룸(Stone Brewing Tap room)을 찾아갔다. 미국 크래프트 맥주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톤 브루잉은 이 탭룸을 2018년 7월에 오픈했다.
건물 앞에 커다랗게 박힌 돌 위로 ‘Stone’이라는 활자가 눈에 들어오면 제대로 찾아간 것이다. 공간은 높은 천장이 눈에 띄며 앞뒤로 탁 트인 개방형 창을 달고 있었고, 벽에 그려진 스톤의 캐릭터 가고 일의 형상이 공간을 압도하고 있었다. 뒤뜰에는 주차장을 개조해서 작은 정원을 만들었는데, 캘리포니아 에스콘디도(Escondido)에 있는 스톤 본사의 콘셉트를 상하이에서도 이어 나가려 한 것 같았다.
수많은 맥주 양조장과 회사가 저마다 지닌 이름을 많은 사람들이 불러주고 소비할 때, 그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그래서 이름이 중요한데, 스톤은 그 점에서 참 유리하다. 세상에 스톤 즉 돌이 없는 곳은 없기 때문에 누구나 그 의미를 알고 연상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큰 장점이다. 공간 디자인을 할 때도 그저 멋진 돌을 가져다 배치하는 것만으로 차별화된 표현을 할 수있다. 이런 점에서 스톤은 매우 탁월한 브랜드 전략을 구현하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스톤 브루잉의 창립자 그렉에게 ‘왜 스톤이라고 이름을 붙였나?’라고 물었을 때 그는 이와 같이 답했다. ‘돌은 세상 어디에도 있으며 자연의 일부이다.’
어찌 보면 스톤은 그 자체로 ‘크래프트’의 색깔을 띤 이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스톤 상하이도 돌을 이용해 바 테이블을 구성하고 야외 테이블에 커다란 돌을 배치해 자연스레 상징을 드러낸다. 그 테이블 위에 스톤 맥주와 자연에서 얻은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곁들이면 그 자체로 크래프트 맥주 문화가 재현되는 것만 같다.
벽에 커다랗게 그려진 가고일은 어떤가? 중국 문화에 다소 이질적인 형상을 한 가고일은 건강과 환경에 좋지 않은 방법으로 맛을 내는 모든 것으로부터 맥주를 지키겠다는 스톤 브루잉의 정신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브랜드는 철학을 근간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그 스토리는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되어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며 힘이 생기는데, 스톤은 이러한 면에서 벤치마킹할 만하다. PR 매니저인 소피(Sophie)는 머나먼 이국 땅 상하이에서 이런 스톤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다양한 이벤트로 새로운 소비자들과 소통한다고 했다. 새로운 시장에서는 역시나 교육이 중요해서 ‘스톤 유니버시티’ 프로그램을 통해 맥주 시음을 비롯해 스타일, 재료, 푸드 페어링을 다루는 강좌 등을 꾸준히 진행한단다. 평소 맥주를 아주 좋아하던 소피는 중국에서 생활한지 4년 쯤 되었을 때 스톤 탭룸이 상하이에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PR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고 한다. 인터뷰하는 내내 스톤과 맥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그녀에게 스톤 상하이만의 콘텐츠는 무엇인지 물었다.
스톤 상하이의 전략은 ‘현지화’와 ‘협업’
“‘스톤 에일’은 상하이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입니다. 대체로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 중국 소비자를 위해 특별히 양조한 맥주인데, 비터를 낮추고 몰트의 단맛을 조금 높여서 초심자도 편하게 마시도록 만든 에일이죠. 현지 소비자 시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비자와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는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매출을 올리는 핵심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바로 ‘컬래버레이션’입니다. 중국 현지에 있는 여러 브루어리와 협업함으로써 우리만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게 되고, 현지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입장에서는 스톤과 협업하며 양조 기술을 향상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야말로 상생입니다.”
스톤이 상하이에 맥주 생산 시설을 두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공간을 구하기 힘든 상하이에서 장비를 설치해 맥주를 생산하는 것보다, 현지 브루어리와 협업하고 소통하면서 초기 시장의 약점을 보완하고 홍보 효과도 높일 수 있는 전략인 것이다. ‘미국에서 온 경쟁 회사’가 아닌 양조 기술을 전파하고 도와주는 기업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해가 지고 저녁 무렵이 되자, 공간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소피는 스톤 상하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폴(Paul)을 소개해주었다. 스톤이 진출한 첫 번째 중국 도시가 왜 상하이인지 궁금했다.
전통의 베이징보다 혁신의 상하이로
“베이징이 중국의 수도이며 중심 도시이기 때문에 회사 경영진도 베이징에서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 했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상하이는 세계적인 미식 관광 도시로 유명해지고 있어서 세계적인 수준의 칵테일바와 와인바, 스테이크 레스토랑과 패션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에 부합하는 맥주는 없더군요. 그래서 상하이에 더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상하이는 또한 베이징보다 교통이 좋고 대기 환경도 훨씬 나아서 외국인 커뮤니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돌덩이를 여기 상하이에 내려놓았죠.”
역시 프로젝트 매니저다운 분석이다. 공간을 구하기 어려운 상하이에 돌을 내려놓을 때까지 60여 개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매월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만큼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공간을 구하고 스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스톤 본래의 생맥주 서브 시스템과 주방 시스템을 최대한 똑같이 설치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맥주와 음식의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브랜드도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점은 우리도 새겨 볼 만한 대목이다. 다른 사업 분야도 전부 마찬가지지만, 특히 크래프트 맥주 사업은 일단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 난 다음 마케팅과 브랜딩을 논해야 한다. 핵심 제품의 품질이 선행되지 않은 마케팅은 비용의 한계에 다다르면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혹자는 스톤 IPA가 현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20년이 넘은 레시피를 그대로 유지하니 그도 그럴 수 있겠지만, 중국 상하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맥주로 여겨진다. 아직 수억 명의 소비자가 맛도 보지 못한 그맥주가 이제 막 선보이며 시장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렇듯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마음먹기에 따라 이미 레드오션이며 동시에 아직 블루오션이다.
스톤 상하이 탭룸에서 스톤 에일 한잔을 마시면서 크래프트 맥주의 방향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