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브루어리의 자부심 트레비어 맥주로 사람과 소통하는 양조장
로컬 브루어리의 자부심 트레비어 맥주로 사람과 소통하는 양조장
바다의 신 넵튠(포세이돈)과 그의 아들인 트리톤이 나팔을 불면서 두 마리의 말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 형상 화된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Trevi Fountain). 로마의 매력에 빠진 여행객들은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길 기원하곤 한다. 울산역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 언양에 다다르 면 신선하고 맛있는 맥주로 인해 다시 찾고픈 트레비어 양조장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는 트레비 분수처럼 브루어리를 설립한 아버지와 식품공학을 전공한 아들이 함께 일하고 있 는 트레비어를 찾았다. 붉은색 벽돌의 건물이 파란 하늘과 어울려 여유로운 정취를 자아냈다. 대를 이어 브루어리에 서 일하는 황찬우 대리에게서 트레비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트레비어는 2003년 울산 삼산동에 자리잡은 브루펍 트레비브로이에서 시작됐다. 이후 2014년 소규모 양조장 맥주 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면서 이곳 언양에 양조장을 지었다. 트레비브로이 시절에는 소위 ‘필바둥’으로 불리던 필스너, 바이젠, 둥켈 스타일의 맥주를 생산했다. 현재 트레비어는 필바둥 외에 5종류를 더해 호피 라거, 세종, IPA, 임페리얼 스타우트 등 총 8종의 맥주를 생산하며 유통하고 있다.
황찬우 대리는 먼저 트레비어가 시도하는 새로운 도전들을 전했다. 트레비어는 2016년 봄부터 트레비어에서는 ‘배 럴웍스’라 불리는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총 25개의 배럴을 구입해서 스타우트를 시작으로 세종 등을 배럴에 숙성시 켰다. 배럴 숙성 맥주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처음의 생각과는 다른 맥주가 탄생하기도 하고 오염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예상보다 배럴의 특성이 강한 맥주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바닐라빈과 함께 스타우트를 버번 배럴에서 숙성시켰는데 체리의 캐릭터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황 대리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렇게 쌓인 경험은 트레비어의 맥주가 점차 발전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며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해 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트레비어는 맥주를 만드는 데 있어 재료의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효모 관리와 연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황 대리는 “맥주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는 효모라고 본다”며 “자체 실험실을 갖추고 균주 컨디션을 유 지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한국화학연구원과 협업을 통해 효모 품질과 관련된 프로젝트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전하고 기본기를 다지면서 자연스럽게 외형도 커지고 있다. 2016년 전년 대비 2배의 성장을 이뤘다. 현재 연간 40만 리터 규모의 양조장 옆에 제2공장도 짓고 있다.
지역에 있는 양조장으로서 큰 시장인 서울과 수도권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황 대리는 오히려 장점으 로 살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울산에 있기 때문에 가지는 가장 유리 한 점은 지역에 ‘크래프트 맥주가 어떤 것이다’를 알릴 수 있는 기 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사실 시장 규모로 보더라도 울산, 부산 권 역은 500만 정도의 인구가 있는 작지 않은 시장이죠.”
이런 생각으로 지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 축제에 적극 적으로 참가하고 로컬 브루어리로서 아이덴티티를 살리기 위해 ‘Based on Tradition’이라는 슬로건도 활용하고 있다.
노력들이 힘을 발휘해 트레비어는 지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 난해 울산산악영화제의 공식 만찬주 중 하나로 트레비어의 호피 라거, 바이젠 등이 선정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지역 MBC, 국 제신문 등 주변 지역 언론들도 관심을 갖고 트레비어를 조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황 대리의 꿈은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 브루어리가 되 는 것이다. 그는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 막걸리는 있는데 아직 지 역을 대표하는 맥주는 없다”며 “울산, 경남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지역의 대표적인 크래프트 맥주 회사가 되고 싶다”고 전 했다.
그런 면에서 트레비어의 맥주를 브랜딩 하는 것에 고심하고 있다.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고, 지역적인 색깔을 띈 맥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인터뷰 막바지에 다다르자 황찬우 대리가 가업을 잇기로 결심하 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그는 “맥주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어서 결국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황 대리는 행정 학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식품공학과로 전과를 했다. “전과 후 아 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스트랩’이라는 양조동아리를 만들면 서 과 내에서 활동도 많이 하며 사람들을 알게 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그는 “두 번째로 사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 들 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맥주가
마지막으로 10년만에 다시 돌아온 울산에서는 크래프트 맥주로 울 산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크래프트 맥주 를 소개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지역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이 일을 점점 더 아끼게 된다”고 황 대리는 말한다.
맥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 중 하나는 맛있는 맥주 한 잔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역할이 아닐까? 14년간 맥주 를 빚으며 사람들에게 맛있는 맥주를 전파해 온 트레비어가 앞으 로도 좋은 맥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의 대표 양조장 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