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의 태양을 담은 맥주, 시가시티 브루잉(Cigar City Brewing)
무덥고 숨 막히는 날씨… 일과를 마치고 시원하게 즐기는 맥주 한잔의 즐거움으로 더위와 피로를 싹 잊고 싶은 정말 한여름임을 실감하게 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이런 날씨에 어울릴만한, 오늘 함께할 맥주는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간직한 미동부 최남단 플로리다주 탐파(Tampa)에 위치한 시가시티 브루잉(Cigar City Brewing)의 대표 맥주 하이 알라이 아이피에이 (Jai Alai IPA)이다.
시가시티는 2009년 봄 사장 겸 오너인 조셉 (Joseph Redner)과 헤드브루어인 웨인 (Wayne Wambles)이 함께 창업한 곳으로 아직 그 연혁은 짫지만 적지 않은 내공을 보유한 곳이다. 하이 알라이(Jai Alai IPA), 마두로 브라운 에일 (Maduro Brown Ale), 플로리다 크래커 화이트 에일(Florida Cracker White Ale) 등 탄탄한 이어 라운드 맥주(연중 상시 판매 맥주) 맥주뿐만 아니라 후나푸스 임페리얼 스타우트(Hunahpu’s Imperial Stout)로 대표되는 걸출한 리미티드 맥주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이미 시장에서 많은 팬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독특한 스타일과 다양한 버전의 맥주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충만한 실험 정신과 탐파의 지역적 특색이나 문화를 맥주에 잘 녹여 넣어 이젠 플로리다를 대표하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로 발돋움하였다.
시가시티라는 회사의 이름은 탐파의 도시 별칭에서 유래한 것으로 탐파가 시가 시티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데에는 그 역사적 유래가 깊다. 백여 년 전 탐파지역에 철도가 새로이 놓이면서 비센트 마르티네즈 이버(Vicent Martinez Ybor)가 쿠바와 가장 가까운 플로리다 키 웨스트(Key West) 지역의 시가 생산 시설을 탐파로 옮기면서부터 시작됐다. 값싸고 질 좋은 담배를 쿠바에서 수입하여 완제품 생산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공급하기에 플로리다는 이상적인 위치였고 바로 탐파가 그 중심이 되면서 시가 시티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이버가 이버 씨티 브루잉 컴퍼니(Ybor City Brewing Company)라는 플로리다주 최초의 브루어리 설립자였다는 점이다.
하이 알라이라는 맥주의 이름 유래 역시 스페인의 바스쿠 지방에서 유래된 스쿼시와 비슷한 구기 종목의 이름으로 삼 면이 벽으로 막힌 곳에서 세스타(Cesta)라는 바구니 비슷한 도구를 손에 끼워 서로 한 번씩 공을 쳐 내는 운동경기로 시가 산업이 성행하던 그 당시 스페인계가 많았던 탐파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경기로부터 빌린 것이다.
먼저 캔의 외관을 살펴보면 홉으로 가득 찬 녹색의 바탕에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포인트를 준 심플한 디자인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 싱그럽고 따사로운 느낌을 준다. 뒤에는 맥주 이름의 유래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엠파나다(Empanada - 빵 반죽 안에 속을 채워 넣은 후 굽거나 튀긴 스페인의 전통 요리)나 크랩 또는 스파이시한 음식과 함께하면 좋다는 설명이 적혀있다. ABV는 7.5%, IBU는 70, SRM은 17이다.
캔을 열고 컵에 따라보니 색은 옅은 구리빛 또는 조금은 탁한 블러드 오렌지 컬러로 잔 뒤로 손가락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의 탁함을 가지고 있다. 거품은 촘촘하고 밀도 있게 잘 구성되어 있지만 지속력은 약하다. 아로마는 화사함을 흠뻑 느낄 수 있을 만큼 풍성하고 시트러스한 과일의 향과 더불어 알싸하게 톡 쏘는듯한 파이니함도 함께 느껴진다.
바디는 미디엄에 카보네이션은 미디엄이라기에는 좀 더 약한 편으로 느껴진다. 거칠지 않고 부드럽고 매끈한 입안 질감이 느껴지면서 마실 때는 쓴맛을 하나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상쾌하고 신선한 맛이 압도하고 마신 후 혀 안쪽에서 쓴맛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이 심심치 않을 만큼 적당하다. 마시는 내내 도수가 제법 있다는 생각을 잠시 잊게 해줄 만큼 향긋한 향과 산뜻한 맛이 오랫동안 지속하고 전반적으로 한잔을 다 비울 때까지 흡족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맥주이다.
하이 알라이는 운동경기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하이"는 축제를, "알라이"는 쾌활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한잔의 맥주를 즐기는 그 순간마다 입안에서 벌어질 즐거운 축제를 마음껏 상상하며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듯싶다. 플로리다의 무더운 날씨 속에 시가 공장에서의 일과 후 마셨을 한잔의 맥주가 한 세기를 뛰어넘어 다시 한 번 시가시티를 통해 구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그냥 마셔도 충분히 좋을 이 맥주가 한층 더 새롭고 즐겁게 느껴진다.
EDITOR_최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