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시스템의 달인 게르츠코리아 하상철 본부장을 만나다
한 잔의 맥주가 최고의 맛을 선보이도록 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물론 좋은 맥주가 있어야 하고, 깨끗하게 관리된 추출 시스템과 숙련된 푸어러(맥주를 추출하는 사람)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고 할지라도, 맥주 보관 시스템과 추출 시스템 자체가 완벽하게 설계 및 제작되지 않다면 좋은 맥주 맛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효율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맥주의 맛을 유지하는 맥주 서브 시스템을 위해서는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할까? 맥주 드래프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맥주 서브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게르츠코리아의 하상철 영업본부장을 만났다.
현장 경험이 녹아 있는 시스템
하상철 영업본부장(이하 하상철 본부장)은 대학교 4학년 당시 졸업하기도 전에 울산에서 대형 맥줏집을 차렸다. 첫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후에도 생맥줏집, 피자 전문점 등 매장 운영 경험을 많이 쌓았다. 2000년 무렵 부산에서 생맥주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며 전국에 약 200개의 가맹점이 성업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장비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했다. “생맥주 프랜차이즈는 물류 수입이 거의 없어요. 가맹점을 늘린다고 해도,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거의 없다는 뜻이죠. 가맹점이 늘어날때는 괜찮았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주춤하니까 조금씩 힘들어지더라고요.”
여러 가게 운영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로 자연스럽게 장비 사업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오랫동안 쌓아온 필드 경험은 맥주를 판매하는 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장비와 시설에 신경 써야 하는지를 알게 했다. 그렇게 2004년 게르츠코리아로 맥주 장비산업에 뛰어들었다.
Tap은 양조의 마지막 공정
양조하는 순간부터 마시는 순간까지, 잔에 담겨있는 맥주는 여러 사람을 거친다. 양조사는 완벽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세심하게 빚는다. 그리고 그 맥주는 판매하는 곳까지 옮겨진 다음, 잔에 담겨 우리 앞에 놓인다. 우리가 ‘생맥주’라고 부르는 케그에 담긴 맥주는 별도의 추출 시스템이 필요하다. 브루잉과 푸어링(맥주를 따르는 것) 사이에서 맥주의 상태를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아무리 좋은 맥주가 있어도, 실력 있는 푸어러가 있어도 이 시스템이 좋지 못하다면 맥주의 맛은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하상철 본부장은 예전에 한 브루펍의 드래프트 시스템을 설치하던 당시 맥주에서 금속성 (Metallic) 풍미가 나는 문제가 발생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금속성 풍미는 맥주가 지나가는 관이나 부품에 철 성분이 많을 경우 발생한다. 비어 탭을 연결하는 쉥크(Shanks)나 커플러(Coupler) 등에 철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면 금속성 풍미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곳 브루어들만이 감지할 정도로 미세한 수준이었다. 다시 한번 전체 시스템에 사용된 부품들을 되짚어가며 원인을 찾았는데, 결국 스테인리스 합금으로 제작된 스프링에 철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발생한 문제였다. 무거운 탭핸들의 무게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스프링을 제작해서 삽입한 것인데, 그 부분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항상 ‘양조의 마지막 공정은 탭’ 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양조자들은 맥주를 고민해서 만들며 사소한 이취라도 민감하게 감지할 정도로 신경을 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맛있는 맥주가 있어 봐야,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장비가 부실해서 오염되거나 미생물이 점착되면 맥주 맛을 망치게 됩니다. 만약에 수제맥주 판매에 문제가 많다는 기사라도 나온다면, 관리를 못 하는 일부 전문점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수제맥주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커스터마이징 큐레이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게르츠코리아가 공급하는 장비는 모두다 같은 장비가 아니다. 매장 상황과 고객의 요구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을 한 제품들이다. 현장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주문한 매장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부품들큐레이션 해서 완성된 제품을 만들어내 공급한다는 설명이다.
직원들과의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는 개발과 연구를 통해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최고의 성능을 가진 제품으로 내구성을 높게 설계한다. 예를 들어 케그 냉장고의 경우, 타사의 제품보다 보랭성을 높게 설계한다. 열 차단성이 높은 보랭재를 사용하고, 냉각을 담당하는 컴프레셔도 공간 대비 성능이 높은 것을 사용한다. 이렇게 할 경우 기계에 무리를 줄 일이 없어 고장이 적다고 설명했다.
“우리 제품은 타사 제품에 비해 조금 비쌉니다. 더 비싼 부품을 사용하고, 커스터마이징을 해서 나오는 제품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더 효율적이고 좋은 부품을 사용해서 만든 제품은 결국 전기요금이나 수리비용과 같은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비용을 줄입니다.”
게르츠코리아의 제품은 업주들 커뮤니티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렇기에 업주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이 많다. 사용해본 사람들의 긍정적인 경험이 자연스럽게 주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냉장고 제품들의 경우, 일반적인 품질 보증기간은 6개월인데 반해 게르츠코리아의 제품은 1년으로 더 길다. 게다가 품질 보증기간을 더 늘리는 것을 고려 중이다.
“냉장고 제품은 사용하는 환경, 특히 환기가 중요합니다. 보통 제품에 문제가 있어 현장을 가 보면 처음에 설치했던 환경과 달라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고장이 나서 방문을 했을 때 환기에 방해될 정도로 짐을 쌓아두는 경우들 말이죠. 이런 부분만 없다면, 2년이 지나도 우리 제품은 고장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사소한 차이가 제품의 차별성을 만든다
게르츠코리아의 사무실은 생맥주 장비로 가득했다. 하상철 본부장은 사무실에 있는 장비들은 모두 실험용 장비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연간 100케그 정도의 맥주를 테스트용으로 사용합니다. 온도, 탄산 포화도를 계속 측정하고, 산도 테스트나 환경에 따른 미생물 번식 등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이 들어오거나 개발하면 계속 테스트를 합니다. 지속적인 테스트를 통해 최고의 부품과 장비를 선정해 현장에 적용합니다.”
실제 테스트를 거쳐 사용하는 장비들은 가격보다는 품질이 우선 조건이다. 그런데 하상철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가격의 이유가 아니라 품질이 좋아 중국산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요즘 국산 생맥주 관리 제품들은 중국산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존에 대형 맥주 회사에서 일반 맥주 전문점에 지원하는 제품들의 경우 단가가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보니, 국내 제조사들은 높은 인건비를 감내하고 품질을 높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국내에서 생산을 하지 않아 중국에서 구매해야 하는 부품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가격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어 오히려 중국 제품이 기술력이나 마감에서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맥주 유통 관행이 맥주 관련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있죠.”
게르츠코리아의 맥주 타워 냉장 시스템에는 냉각기가 사용되지 않는다. 냉장고내 차가운 공기를 순환시켜 타워의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공간과 비용의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다. 워크인 냉장고 시스템에서도 타공 방식과 비어 탭 설치 방식을 달리해, 냉장고 외벽 두께만큼의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열 손실과 맥주의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차이는 셀프 맥주 탭 시스템에도 적용되어 일반인들이 맥주를 따를 때 발생하는 문제를 최소화 하는데 적용된다.
하상철 본부장은 자신들이 가진 셀프 탭 시스템을 2008년에 처음 개발했으나, 당시 시장성이 떨어져 상용화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셀프 탭 펍에 적용되어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셀프 시스템 기술의 반응이 좋아 현재까지 16개 매장에 납품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는데, 공사 기간동안 매장 영업이 중단되는 손실을 막기 위해 더 간단한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셀프탭 시스템은 월드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하상철 본부장이 이야기해주는 게르츠코리아의 장점과 기술력은 단순히 현장의 경험이나 기술개발만으로는 설명할 수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얼마 전 미국의 맥주 관련 장비 업체 사장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국내 대기업을 방문한 뒤 일반 업체 중 게르츠 코리아를 방문했죠. 그때 그 회사 제품 중 문제가 있는 부분을 사장에게 직접 이야기했더니, 이번에 그 부분이 개선된 제품이 들어왔다고 샘플을 보내왔어요. 보통은 문제가 생기면 그 제품을 쓰지 않고 다른 제품을 쓰게 되죠. 그러나 문제점을 이
야기해주지 않으면 그 회사는 문제가 있는 제품을 계속 생산하게 됩니다. 문제점을 이야기해줘야 제품을 만드는 회사도 더 좋은 제품을 만들게 되고, 우리도 더 좋은 제품을 쓸 수 있습니다.”
맥주의 청결과 관련된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하상철 본부장은 실제 현장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맥주를 더 깨끗하게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맥주를 판매하는 곳이라면 모르지만, 일반 매장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비를 설치할 때 청소 소켓뿐만 아니라 약품을 이용해 청소할 수 있도록 약품을 연결하는 라인과 밸브까지 다 설치하죠. 결국 실제로 운용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청소할 수 있도록 해야 더 자주 청소하고 꼼꼼히 관리할 수 있으니까요.”
크래프트 맥주의 유행과 함께,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맥주 관리의 역할이 과거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맥주가 다양해지고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효율성과 품질 유지의 필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맥주의 개성을 담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최적화된 장비가 필요하다. 결국 장비를 운영하는 사람과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장비란 경험과 세심한 관심을 바탕으로 개발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