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맥주ᆞ음료 박람회 CBB 2018에 가다
China Brew China Beverage 2018(이하 CBB)이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Shanghai New International Expo Centre(SNIEC)에서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개최되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CBB는 총면적 92,000제곱미터에 전 세계 850개 이상의 회사가 참가했으며, 약 6만 명 정도의 전문가와 일반 참관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알코올음료와 무알코올 음료 그리고 액상 식품에 관한 대부분의 기술 및 장비 회사가 참가한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최근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맥주 양조 관련 장비 및 재료 회사를 비롯해 보틀링(Bottling), 캐닝(Canning), 패키징(Packaging) 등 맥주가 나오기까지 전 과정에 필요한 기기와 재료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거대한 전시를 통해 비어포스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CBB 2018의 핵심 요인을 나름대로 몇 가지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중국은 넓고 장비 회사는 많다
어느덧 한국에도 크래프트 맥주를 양조하는 소규모 양조장이 100군데를 넘어 120군데에 달한다고 한다. 양조장 120개가 만들어지려면 양조 장비 120개가 필요할 텐데, 이 중 대부분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독일 장비가 최고로 평가되고 있지만 그만큼 구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소규모 양조장으로 시작하는 회사 대부분은 중국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어포스트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는 맥주 양조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가 단 하나도 없다. 아는 장비 회사가 있다면 제보 바란다.)
그런데 이번 CBB를 통해서 보니, 한국에 알려진 중국 장비업체 대여섯 곳 외에도 엄청 많은 회사가 제품을 들고나와 전시하고 있었고 품질과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중국 지난(제남)에만 30여개의 맥주 양조 장비업체가 있다고 하니,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적은 선택지 안에서 구매를 했는지 알 수 있다.
혹시 독자 중에 수제맥주 양조장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설계하는 생산 규모에 적합한 사이즈와 예산에 맞게 다양한 회사를 접촉해보고 선택하는 것을 권한다. 장비의 특성상 한번 들여놓으면 다른 기기로 대체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점검해 가며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그렇지 않은 경우 기존의 사용자들에게 의견을 묻거나 장비와 프로세스에 대해서 잘 아는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방법일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가 대세
지난 12회 CBB 2016의 통계를 보면 전체 방문자 중 맥주 업계 종사자가 35.2%로 가장 많았으며, ‘어떤 제품에 가장 관심이 많은가’에 대한 질문에 약 52%가 맥주와 장비라고 답했다. 이번 CBB 2018에서는 맥주 장비 및 재료 회사 외에 별도로 International Craft Beer Expo를 구성할 정도로 맥주 중에서도 크래프트 맥주를 다루는 참가회사가 많았다. 특히 중국 최초의 크래프트 맥주회사인 Mater GAO가 주관하는 맥주 대회에는 전 중국에서 약 3,000종류의 맥주가 출품되어 현장에서 최종 심사 및 시상을 하고 있었다. 이 대회는 상금은 없지만, 수상을 하게 되면 중국 내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고 맥주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하는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별도로 마련된 ‘크래프트 맥주 관’에서는 중국에서 주목받는 20여 개 회사가 참가해 맥주 시음을 진행하며 일반 소비자에게 새로운 맥주 맛을 선보이고 시장을 넓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시장을 키워야 한다
중국은 세계 1등 맥주 생산국이다. 우리가 잘 아는 칭다오를 비롯하여 하얼빈, 순생 등 일반 상업 맥주의 소비가 압도적이고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전체 맥주시장대비 1% 안팎으로 가늠하고 있다.
크래프트 브루어리 수는 약 300개로 한국의 세배 정도 되는 규모이며 일본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생산량은 고려하지 않았다.)
일본은 나름 탄탄한 지역 기반의 시장을 가진 반면, 한국은 2014년 이후 짧은 시간에 많은 양조장이 생기다 보니 소비 시장의 성장규모에 비해 생산자의 증가가 빠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상황인데, 이런 점에 있어서 중국은 우리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지리적으로 멀지 않아서 신선한 상태로 수출할 수 있을 테니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하나의 성장 전략이 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 논리를 중국회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수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들은 가까이에 설비 회사와 더불어 패키징 회사도 많아서, 우리보다 상품화하기에 훨씬 유리할 것이다. 결국 시장을 넓히고 품질을 높여야 한다.
기초산업(Basic Industry)에 투자하는 중국
소비재 생산 1등 국가인 것은 말할 것 도 없고, 이번 박람회를 통해 본 중국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계와 프로세싱 장비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느꼈다. 지역을 기반으로 비슷한 산업군의 생산 업체가 모여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정부는 거기에 지원하면서 전체가 발전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OEM 생산기지 역할을 하면서 기술을 배우고 발전시키는 프로세스가 맥주 장비 회사를 통해서도 뚜렷이 감지된다. 반도체는 한국이 최고여도, 반도체 만드는 장비를 일본이나 미국이 공급하지 않으면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기어렵게 될 것이다. 중국은 이것을 알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산업전시도 메가톤급, 우리도 맥주 산업 전시회 필요
산업 전시나 엑스포, 박람회 등은 어떤 산업 분야가 발전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한다. 행사장에서 세계적인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자국의 종사자나 전문가들은 각자 해외를 가지 않고도 한 번에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며 생산자와 기술자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된다. 그 안에서 많은 네트워크가 생기고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며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된다. 이번 CBB 2018이 열린 Shanghai New International Expo Centre는 전체 면적이 약 300,000제곱미터로 대략 코엑스의 열 배 정도 되는 공간인데, 연중 끊이지 않고 세계적 트렌드가 반영된 산업 전시회를 열고 있다. (참고로 코엑스는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총 4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면적은 36,007㎡다.) 공간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지만, 한국도 이제 맥주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맥주 산업 박람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맥주 시장은 이미 변하고 있으며 이 흐름 속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고 소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EDITOR_이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