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세와 수입맥주 시장 예측
수입 맥주와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
도아 인터내쇼날의 이동석 대표는 종량세와 수입맥주 시장 예측을 ‘4캔 만원’ 수입맥주와 크래프트 맥주의 측면에서 접근해 종량세 전환 이후 수입맥주 및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판도 변화의 방향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현재 수입맥주 시장은 마트와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다양한 맥주의 맛을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무역협정 등으로 인한 관세 장벽의 철폐, ‘4캔 1만원’으로 대변되는 대형 마트와 편의점의 판매전략에 글로벌 맥주 회사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어우러져 일어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편의점과 대형 마트에서는 수입 맥주 판매량이 국산 맥주 판매량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 상승은 결국 주류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기존 주류소비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음식점이나 펍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점차 편의점으로 대변되는 홈어라운드형 소비의 비중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1인 가구로 대표되는 가구 구조의 변화, 주 52시간 근무제 및 회식의 감소, 지속적인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1인 가구의 경우 식료품, 주류 등을 대량구매하기보다는 소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경기 불황은 일자리 감소 및 소비 여력의 감소와 높은 경쟁 수준을 유발해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적게 소요되며, 개인의 기호에 따라 소비할 수 있는 형태로 소비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종량세 이후의 수입 맥주와 크래프트 맥주
종량세 전환과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지던 중 일반 소비자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던 부분이 ‘4캔 1만원 맥주가 유지될 것인가’ 였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된 것은 현재 수입 맥주 중 4캔 1만원 또는 그 이하로 판매되는 맥주의 주세 부담이 종량세로 전환 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 맥주를 수입하는 상위 7개사가 전체 수입맥주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3개사는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회사가 수입하는 맥주 중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4캔에 1만원으로 팔려나가는 제품이 많다. 관세청 기준 주요 수입맥주별 가격을 살펴보면 캔당 300~500원 정도이며, 이들 맥주에 대해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캔당 원가가 약 288원인 맥주를 가정하여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관세가 없는 경우 1캔당 세금 부담이 약 239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에 대한 기본 관세 30%가 부과되는 경우에도 관세가 약 148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4캔 1만원 맥주의 가격과 세금 부담을 고려할 때 기존의 판매 정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있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4캔 1만원 맥주 시장은 기존의 마트나 편의점의 판매 프레임 자체가 변하기보다는 4캔 1만원 시장에 더욱 저가의 맥주가 진입하여 기존의 맥주를 일부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현재 국내 수입맥주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맥주와 중국 맥주는 관세 면제와 관련된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수입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 박스당 20달러인 크래프트 맥주를 가정해서 살펴보면 4캔 1만원 맥주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종량세 전환 시 일반 컨테이너를 사용해서 운송하는 경우 1캔당 세금이 1014원에서 358원으로, 냉장 컨테이너를 사용한 운송 시 1170원에서 358원으로 떨어져 각각 656원, 812원의 세금 감소 효과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세금 부담의 감소는 국내 시장에서 수입 크래프트 맥주의 가격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동시에 품질 유지에는 유리하지만 운송비가 비싼 냉장 컨테이너를 이용해, 더욱 신선한 맥주를 공급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존 종가세 체계에서는 물류비의 증가가 주세 및 교육세의 증가로 이어지는 데 반해 종량세에서는 주세와 교육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신선한 맥주의 운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수입 맥주 시장의 경우 종량세 전환 후에도 ‘4캔 1만원’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맥주 브랜드별로 가격 변동이 다른 만큼 기존 4캔 1만원 맥주 중 시장을 이탈하는 제품이 발생할 수 있으며, 더 저가인 맥주가 그 자리를 대신 채울 가능성이 존재한다. 크래프트 맥주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종량세로 인한 가격 하락이 예상되기에 대중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종량세 이후 수입맥주 시장은 지금보다 더욱 경쟁적 시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시장 변화에 발맞춰 수입 맥주 회사들은 체질 개선과 함께 사전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크래프트 맥주 마케팅
: 맛있는 맥주를 위한 노력이 곧 하나의 스토리 마케팅
컨퍼런스 두 번째 날 오후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더부스 브루잉의 김희윤 대표는 이태원의 크래프트 맥주 펍에서 시작해 지금은 맥주 제조, 수입 및 유통, 리테일 등 크래프트 맥주와 관련된 다방면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희윤 대표는 더부스의 성장 과정을 예로 들어 크래프트 맥주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가 말하는 더부스의 성장과 크래프트 마케팅의 핵심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는 ‘작고 빠르게 시도해보기’ 이며, 두 번째는 ‘끊임없이 약점을 극복하기’다. 어떤 이벤트나 행사 혹은 사업적 시도는 아이디어가 모였을 때 작고 빠르게 시도해보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해가며 완성해 나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사업을 진행해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약점을 단계적으로 끊임없이 보완해가야 사업의 확장성이 튼튼해진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더부스는 다양한 분야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이를 상품화하고,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더부스의 대표 맥주이자 덴마크의 집시 양조장인 미켈러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대강 페일 에일(Taegang Pale Ale)은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평가와 관련된 맥주다. 이 문장을 사용한 사람은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한국 특파원이자 이태원 더부스의 공동 대표인 다니엘 튜더다.
대동강 맥주는 미켈러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벨기에에서 생산되었다. 맥주가 한국으로 운송되어 통관되던 중 ‘맥주에 대동강 물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명으로 대동강 페일 에일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예상치 못한 통보를 받게 되었다. 더부스는 이때 기지를 발휘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대동강 맥주라는 이름 중 ‘동’자 위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대강 페일 에일’이란 이름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현재 이 맥주의 라벨에는 ‘동’자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여전히 스티커가 붙어있는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고, 이 자체도 스토리텔링의 한 부분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한 ㅋ IPA(Kieuk IPA), 배달의민족과 협업한 치믈리에일(Chimmeliale) 등과 같이 기발하고 다양한 시도를 지속해가고 있다.
이와 함께 더부스의 팬덤과 개인의 관심사를 접목해 투자자 커뮤니티, 라이딩 클럽 등을 포함한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유지함으로써 두터운 팬덤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은 더부스의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타깃층을 설정하고, 그룹별로 명확한 목표와 정체성을 키우는 데서 시작한다. 또한 이렇게 설정된 그룹에 대해서는 그룹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룹별로 기대점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김희윤 대표는 ‘맛있는 맥주를 위한 노력이 곧 하나의 스토리 마케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시도와 함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조정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맥주의 패키징, 유통 노하우, 성공전략
마지막 연사로 나선 플래티넘맥주의 윤정훈 부사장은 캔맥주 유통을 중심으로 맥주의 패키징, 유통 노하우 및 성공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2002년 압구정의 브루펍에서 시작한 플래티넘 브루어리는 국내에서 최초로 페일 에일(Pale Ale)을 생산한 곳이다. 소규모맥주제조자 면허가 도입되었을 때, 브루펍 형태의 소규모 맥주 공장 설립과 맥주 생산은 허가되었으나 맥주의 외부 반출만은 불가했다. 플래티넘맥주는 자사 맥주의 외부 유통을 위해 해외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2010년 중국 엔타이에 공장을 설립했으며, 이는 중국 최초의 상업용 수제맥주 양조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수제맥주 양조장 또는 소규모 양조장을 지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로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후 다시 충청북도 증평에 국내 최대규모의 크래프트 맥주 공장을 지은 플래티넘 맥주는 생맥주뿐 아니라 캔 장비를 갖추고 캔 맥주도 유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류는 음용 가능한 알코올분 1도 이상의 음료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유통과정은 제조사(또는 수입사) - 주류 도매상 - 소매상 - 소비자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때 주류 유통의 각 당사자의 마진이 포함된다.
이때 전국의 주류도매상은 전국의 소매점, 보틀샵, 펍 등에 맥주를 주로 공급하고, 주류 벤더는 대형 마트에, 편의점은 자체 물류를 통해 맥주를 공급한다. 올해 4월부터는 중소규모 일반면허 양조장의 맥주를 특정주류 도매상도 취급할 수 있게 되어 소매상 등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인 신상품의 유통 단계를 보면, 대형 마트에서 선보인 신상품은 대형 마트 그룹에 속해 있는 SSM(Super Supermarket) -> 편의점 -> 일반 소매점으로 확산되어 간다. 플래티넘 맥주는 이러한 일반적인 유통 단계별 신상품 확산 경로가 아닌 편의점을 공략했다.
우리나라 편의점 상위 5개사의 점포 수는 총 40,192개로, 인구 1,300명당 1개의 점포가 있는 셈이다. 이는 일본의 2,200명당 1개 점포에 비해 많은 숫자로, 소매 유통의 핵심이 편의점임을 시사한다. 플래티넘 맥주는 Off 시장(소매유통) 내 주류 매출이 가장 큰 것이 편의점이라는 점을 주목하여, 저녁 시간대에 편의점을 방문해 주류를 구매하는 20대 후반, 30대 남녀를 타깃으로 유통 전략을 수립했다.
제품의 포지셔닝은 일반적인 수입맥주와 크래프트 맥주의 중간으로, 현재의 크래프트 맥주보다 저가이면서 가성비가 높도록 가격을 책정했으며 수입 맥주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했다. 플래티넘 맥주의 최초 소매 유통 제품은 330mL 캔으로, 우리나라의 OFF 시장이 500mL 캔 중심으로 짜여 있는 것과는 맞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500mL 캔 제품을 준비하고, 판매 채널을 좁혀 비용을 최소화하되 디자인과 제품명을 차별화해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렇게 출시된 맥주는 기존 플래티넘 맥주의 라인업에 깊이를 더하게 되었고, 신제품 출시 이후 판매량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플래티넘 맥주 유통전략의 바탕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다. 동종업계의 대형 맥주회사에 비해 캔 제품의 용존 산소량을 크게 줄여 맥주의 산화에 의한 품질 변화를 방지한다. 여기에 더해 세계 유수의 맥주 대회에서 거둔 37번의 수상 실적을 자랑할 정도로 품질 유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결국 플래티넘의 편의점 유통 시장 공략은 품질을 기반으로 과거의 시행착오를 교정하고, 명확한 타겟팅과 함께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행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주세 과세방법을 의제로 종량세 전환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국내 크래프트 맥주 회사와 맥주 수입 회사는 어떤 부분들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하는가’ 그리고 ‘크래프트 맥주만의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과 유통 전략은 어떻게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가’는 일부 맥주 회사가 아닌 모든 맥주회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국제 맥주 컨퍼런스의 두 번째 날은 우리나라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처한 상황과 함께 위기의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