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메이를 통해 둘러보는 수도원 맥주
맥주에 입문하여 한창 맥주의 세계를 둘러보다 보면 꼭 한번은 마주치게 되는 단어가 있다. ‘수도원 맥주’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수도원은 수백 년 동안 맥주를 만들어온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들의 역사만큼이나 훌륭한 퀄리티의 맥주를 현재까지도 만들어내고 있다. 덕분에 ‘수도원 스타일 맥주’라는 것이 따로 구분 됐을 만큼 수도원 맥주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있다. 이번 글에선 가장 대표적인 수도원맥주 중 하나인 ‘시메이(Chimay)’와 함께, 수도원 맥주는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수도원 맥주’란
일반적으로 ‘수도원 맥주’는 수도원에서 만드는 모든 맥주를 일컫는 말이라 볼 수 있으나, 맥주의 스타일을 표현함에 있어서 ‘수도원 맥주’라는 말은 특정한 4개의 스타일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 경우 좀 더 정확한 표현을 위해 ‘수도원 스타일 맥주’, 혹은 ‘트라피스트 에일(Trappist Ale)’이라는 말을 쓰는 편이 더 좋다.
‘수도원 스타일 맥주’는 맥주 스타일 가이드라인인 BJCP에선 트라피스트 싱글(Trappist Single), 벨지안 두벨(Belgian Dubbel), 벨지안 트리펠(Belgian Tripel), 벨지안 다크 스트롱 에일(Belgian Dark Strong Ale)로 분류되고 있다. 이를 관용적으로 싱글 (Single), 두벨(Dubbel), 트리펠(Tripel), 쿼드루펠(Quadrupel)로 부르기도 하는데, 단어의 뜻이 내포 하듯 순서대로 맥주의 알코올 도수가 높아진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다만 도수만 점차 높아질 뿐, 각 스타일이 가진 특성은 서로 다르다.
이들이 도수와 이름에 차등을 둬서 맥주를 만들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 과거 수도원에서 접대용으로 맥주를 만들던 시절, 더 높은 사람에게 더 높은 도수와 풍미를 지닌 맥주를 대접하던 풍습에서 이러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한 설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많은 수도원들이 서로 다른 도수를 가진 맥주 여러 종을 판매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 들어온 트라피스트 수도원 맥주들 중 현재 싱글, 두벨, 트리펠, 쿼드루펠 모두를 만나볼 수 있는 맥주는 ‘시메이’의 맥주들뿐이다.
시메이 도레/골드(Chimay Dorée/Gold), 4.8% – 트라피스트 싱글
트라피스트 싱글은 본래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만든 맥주이므로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스타일의 맥주는 아니다. 싱글은 수도사들의 영양보충이란 목적도 지니고 있기에 단백질과 비타민을 공급해줄 수 있는 효모가 여과없이 들어있고, 때문에 효모의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메이 골드’는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싱글 중 하나로, 앞서 말한 싱글의 특징에 맞게 효모로 인한 탁한 황금색을 띈다. 효모의 풍미뿐만 아니라 홉의 풍미도 잘 살아있기에 오렌지, 레몬의 시트러스와 꽃 같은 풍미가 도드라지며 벨기에 효모 특유의 향신료 같은 풍미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추가적인 병내 발효로 인해 탄산이 풍부한 것도 특징이다.
시메이 프리미어/레드(Chimay Première/Red), 7.0% – 벨지안 두벨
벨지안 두벨은 불그스름한 구리색을 지니고 있으며, 색에서 알 수 있듯 구운 맥아의 특징이 도드라지는 맥주이다. 하지만 벨기에 효모 특유의 향신료같은 페놀 풍미와 다소 높은 알코올 도수, 병내 발효로 인한 높은 탄산감이 어우러져 오히려 드라이하다는 인상을 주곤 한다.
벨지안 두벨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꼽히는 만큼, ‘시메이 레드’는 이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고있다. 카라멜, 토피(Toffee) 같은 고소한 맥아의 맛과 말린 자두, 건포도와 같은 과일 풍미가 가장 도드라진다. 그와 더불어 앞서 언급한 두벨의 특징들이 어우러지니 달지만 달지않고, 풍부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매력적인 맥주이다.
시메이 싱크 센츠/화이트(Chimay Cinq Cents/White), 8.0% - 벨지안 트리펠
트리펠은 두벨보다 좀 더 높은 도수를 지니고 있으며, 두벨과는 달리 밝은 황금색 내지 오렌지 색을 띄고있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맥아의 성향은 깔끔한곡물의 맛 정도만 지니고 있으며, 대신 효모와 홉에서 기인한 다채롭고 화사한 향, 그리고 드라이함이 더해져 어딘가 화이트 와인 같은 느낌을 주는 맥주 스타일이다.
시메이의 트리펠인 ‘싱크 센츠’는 500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시메이 마을의 50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맥주이다. 트리펠 답게 포도, 오렌지 같은 과일 풍미와 후추 같은 향신료풍미가 화사하게 느껴지며, 더불어 약간의 카라멜 맛이 밸런스를 잘 잡아준다. 굉장히 드라이하단 것과 도수에 비해 알코올 풍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시메이 그랑 리저브/블루(Chimay Grand Reserve/Blue), 9.0% – 벨지안 다크 스트롱 에일
밝은 색인 트리펠과는 달리 쿼드루펠은 두벨과 같은 어두운 색을 띤다. 다만 두벨보다 훨씬 진한 색을 띠며, 알코올 도수와 풍미 또한 두벨보다 훨씬 강하다. 말린 자두로 대표되는 건과일 풍미와 구운 맥아의 풍미, 벨지안 효모 특유의 향신료 느낌을 풍부히 느낄 수 있단 점이 쿼드루펠의 특징이다.
시메이 블루는 시메이의 맥주들 중 가장 훌륭한 맥주라는 평을 듣는 맥주이다. 말린 자두의 풍미와 약간의 구수한 구운 보리내음, 페놀의 알싸함이 주된 특징이다. 추가적으로 건포도와 흑설탕, 토피와 같은 캐릭터, 시나몬과 감초 같은 향신료 느낌도 은은히 풍긴다. 풍부한 탄산감. 알싸한 페놀느낌으로 인해 맛은 풍부하나 중후한 느낌이 다소 완화되어 크게 무겁거나 부담스럽게 다가오진 않는다는 것이 이 맥주의 장점이다.
EDITOR_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