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 아로마가 강조된 마시기 편한 맥주로 2018년 국내 맥주시장 트렌드 전망
크래프트 맥주에서 홉의 존재감은 그 어떤 재료보다 더 부각된다. IPA를 필두로 홉이 강조된 맥주들이 크래프트 맥주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홉의 수확량과 가격은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 중요한 요인이며 이에 따라 시장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2018년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홉의 작황과 가격 동향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미국 홉 수확량 예상치 웃돌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홉 산지의 올해 홉 수확이 마무리되면서 2017년 홉 경작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YCH, Barth-Haas Group등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홉 생산량은 2016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예측되며, 유럽의 최대 산지인 독일의 경우 예상치를 하회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홉 수확이 끝난 미국의 태평양 북서부 지역의 경우 전반적으로 높은 수확량과 함께 평균 이상의 좋은 품질을 가진 홉이 수확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주의 경우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높은 수확량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오레곤주는 캐스케이드 품종의 수확량이 소폭 감소했으나 다른 품종의 경우 대체로 높은 수확량과 좋은 품질을 보였다. 아이다호주 역시 높은 품질의 홉이 예상치보다 높은 수확률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아이다호주의 전체 홉 수확량이 처음으로 오레곤주를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홉의 품종별로 살펴보면 시트라(Citra®) 홉은 최근 몇 년내 최고의 품질을 나타내고 있으나 모자이크(Mosaic®) 홉은 약간의 생산량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심코(Simcoe®)와 이콰노트 (Ekuanot®) 홉은 매우 높은 품질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홉의 전반적인 생산 부진
독일의 홉 작황은 지난해 6월 고온과 가뭄, 7월 중순의 재해로 인해 우려가 있었으나 8월 강수량 조건이 좋아지면서 다소 회복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수확량이 장기 평균에 비해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며, 맥주에서 쓴 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 알파산 수치는 최근 10년 평균에 못 미치는 수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확량의 편차가 농장별로 컸으며, 대체로 북부 지역보다 남부 지역의 수확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의 면에서는 병충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음으로써 전반적으로 좋은 품질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외에 홉 주요 생산국가인 체코와 폴란드는 전반적으로 좋은 작황을 보였으나 알파산 수치는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슬로베니아 홉의 품질이 하락한 것과 함께 스페인의 경우 심각한 우박 피해로 인해 극심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반면 영국은 예상보다 좋은 작황으로 높은 품질의 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홉의 가격 상승 우려
크래프트 맥주가 유행하며 홉 시장에서는 홉 공급 부족이 만연해있다.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 홉의 투여량이 많아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홉 경작에 있어 충분한 수확량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아로마 홉의 재배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IPA 등 홉의 특성이 강조된 맥주가 유행함에 따라 맥주의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홉의 향과 풍미를 강조하면서 아로마 홉의 수요가 늘어났다. 전체 홉 경작 면적에서 아로마 홉의 경작 면적은 새롭게 늘어난 면도 있지만 일부는 알파산 수치가 높은 비터링 홉의 재배를 대체한 면도 있다. 대표적인 비터링 홉으로는 CTZ로 불리는 콜럼버스, 토마호크, 제우스 등의 품종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18년에는 홉의 공급 부족, 그 중에서도 높은 알파산을 가지고 있는 홉의 공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는 누적 재고 소진을 통해서 일부 수요를 충당해 왔으나 2018년의 경우 누적된 재고의 완전 소진을 우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홉 생산지에서는 계약재배나 선물 거래로 상당한 양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며, 앞으로 몇 년간도 홉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홉의 가격 상승, 특히 알파산 수치가 높은 홉의 급격한 가격 상승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2018 크래프트 맥주 트렌드: 1. 미국 홉으로 만든 미국식 맥주
국내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에서 어떤 맥주를 생산하고 있을까?
그리고 2018년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유행할 맥주는 어떤 스타일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맥주재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맥주의 기본 재료인 맥아, 홉, 효모의 세부 종류 중에서 어떤 품종 또는 제품이 인기가 있는지를 살펴보면 대략적인 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비전바이오켐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효모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효모는 Fermentis사의 Safale US-05로 압도적으로 높은 판매량을 보인다. 미국식 IPA, 포터, 스타우트 등의 양조에 널리 사용되는 제품이다. 뒤를 이어 바이젠 등의 양조에 쓰이는 Safbrew WB-06, 라거 등의 양조에 사용되는 Saflager W-34/70 효모의 판매량이 높다.
몰트의 경우 다양한 특수 몰트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비엔나 몰트의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특수 몰트의 판매 증가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기본 스타일로 인식되어 있는 IPA/페일 에일, 포터/스타우트, 바이젠 등의 스타일 외에도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의 다양한 맥주 양조와 맞닿아 있다.
홉은 미국 품종의 판매가 두드러지는데 캐스케이드, 시트라, 심코, 센테니얼 등의 품종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우리나라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아 미국식 맥주를 많이 만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2017년 미국의 태평양 북서부(PNW: Pacific Northwest) 지역의 2017년 홉 품종별 경작 면적을 살펴보면 캐스케이드, 센테니얼, 시트라, CTZ, 심코 순의 경작 면적 분포를 보였다.
U.S. 2017 Crop Outlook에 따르면 PNW 지역의 홉 경작지에서 아로마/플레이버 홉이 차지하는 면적은 7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많아 많이 생산을 한다는 면에서 미국에서 현재 유행하는 홉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홉 재배 흐름은 비터링 홉의 수요가 꾸준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로마홉의 재배 면적 비율이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판매 상위에 오른 홉의 종류는 최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미국 홉이라는 점 외에 미국의 홉 주요 산지에서 많은 생산량을 가지는 홉이라는 점에서 미국 크래프트 맥주의 흐름과 가까이 닿아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뉴잉글랜드 IPA를 몇몇 국내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에서 선보인 것은 이러한 현상의 단적인 예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재료 수급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2018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8 크래프트 맥주 트렌드: 2. 마시기 쉬운 Hoppy Beer
최근 미국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의 뚜렷한 흐름 중 하나는 기존의 무겁고 쓴 맛이 강한 IPA에서 같은 IPA더라도 홉의 향기가 강하고 쓴 맛이 적게 느껴지는(IBU 수치가 아닌 혀에서 느껴지는 쓴맛이 약한) 맥주를 선보이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흐름은 결국 ‘마시기 좋고 맛있는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맥주에 홉을 듬뿍 첨가하더라도 쓴 맛보다는 홉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향긋한 맥주를 일반 소비자들은 선호한다. 우리나라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초기 단계이며, 시장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8 크래프트 맥주 트렌드: 3. 품질, 음용성, 다양성
품질과 생산량, 접근성의 모든 면을 고려할 때 미국 스타일의 맥주가 2018년에도 시장의 주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상당수는 미국 스타일의 맥주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기호 역시 2017 대한민국 맥주 소비자 리포트(비어포스트 Batch 024 참조)에서 미국 맥주, 페일 에일/IPA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 점 등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편 국내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최근 1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으며, 크래프트 맥주를 취급하는 펍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국내 크래프트 맥주의 흐름은 시장 확대를 위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한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의 화두는 ‘품질과 음용성이 좋은 다양한 맥주를 공급하는 것’일 것이다.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주요 양조장을 살펴보면 품질과 음용성을 갖춘 대표 맥주와 함께 개성을 가진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시에라 네바다 브루어리의 경우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 밸러스트 포인트의 경우 스컬핀 IPA와 같은 음용성을 가진 대표 맥주가 있다. 한편으로 이들 양조장 역시 다양한 연간 생산 맥주 외에도 실험적인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한 면을 살펴봤을 때 우리나라 양조장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타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홉이다. 홉은 생산의 측면에서도, 사용의 측면에서도 여러가지 의미에서 이슈다. 최근 홉은 생산의 측면에서 수요 급등으로 인한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홉 육종 프로그램은 새로운 홉을 속속 선보이며, 양조장에서는 홉 향기가 풀풀 날리는 뉴 잉글랜드 IPA와 같은 스타일의 맥주를 선보이며 맥주와 홉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각적 경험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1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를 홉 수확과 유행하는 홉을 통해서 엿보았다. 국내의 크래프트 맥주 흐름은 시장의 확대와 대중성의 확대와 맞물려서 홉이 도드라지지만 쓰지 않은 맥주가 다양한 형태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해 본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