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최고의 맥주로 뽑힌 맥주의 장르, IPA
이달의 맥주 IPA
비어포스트 2015 대한민국 크래프트 맥주 소비자 트렌드 설문조사 중 2015년 최고의 맥주로 뽑힌 맥주의 장르. 비어포스트 2016 대한민국 맥주 소비자 트렌드 설문조사에서 맥주 스타일 선호도 1위를 한 장르. 비어포스트를 꾸준히 챙겨본 독자라면 머릿속에 이 스타일이 떠오를 것이다.
현재까지의 우리나라, 또 전 세계의 크래프트 맥주 성장에 가 장 큰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장르가 IPA(India Pale Ale, 인디 아 페일 에일)다. 하지만 고작 1년 전만 해도 IPA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것이 맥주의 한 장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 디서 맥주 좀 마셔봤다고 하는, 혹은 맥주 덕질 좀 한다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맛의 특성을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또한 정확한 뜻 이나 유래를 아는 사람들은 더욱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IPA 를 마셔본 사람들도 꽤 늘어났을 뿐더러 어떻게 탄생한 맥주인지 를 아는 사람들도 상당히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맥주에 대해 관 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다양한 맥주를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원동력
IPA는 영국에서 처음 유래해 오늘날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 장과 함께 꽃을 피우게 된 맥주 스타일이다. 영국에서 인도에 이르 는 길고 가혹한 조건의 항로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맥주에서 시작해 오늘날 크래프트 맥주 시장을 대표하는 스타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IPA라고 하면 홉의 맛과 향 그리고 쓴맛이 강조된 맥주를 떠올린다. 물론 틀린 생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 러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의 다양한 시도는 IPA를 설명하는 말 을 ‘홉의 특징이 도드라지는 맥주’라는 정도로 간단하게 하기엔 부 족하게 만들었다.
크래프트 양조장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빠지지 않는 것이 혁신 과 도전이다. 혁신과 도전은 완전히새로운 맥주 스타일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기존의 스타일을 변형하거나 성향이 다른 스타일간의 조합을 시도하기도 한다. 혹은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재료의 구성 외에 다른 곡물이나 부재료 등을 사용해서 새로운 스타일로 거듭 나기도 한다. 이러한 면에서 혁신과 도전은 IPA라는 장르에서도 나 타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IPA를 세부 적으로 구분하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리고 각각의 구분된 장르 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American IPA vs. English IPA
IPA를 분류하는 기준은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분류 기 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식 IPA(American IPA)와 영국식 IPA(English IPA)로 구분하는 것이다. ‘IPA는 IPA’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IPA가 처 음 개발되었던 영국의 재료를 이용해서 최초의 IPA가 가지던 맛과 향의 특징을 비교적 많이 계승하고 있는 것’과 ‘IPA가 영국을 벗어 나 미국에 정착하게 되고,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형성되면서 미국 식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전자가 영국식 IPA이 며, 후자가 미국식 IPA다.
비어포스트 Batch 005에서는 맛의 특성 면에서 ‘영국 IPA의 경우 맥아와 홉 이 공동주연인 영화라면, 미국IPA는 홉이 주연을 맡고 맥아가 조연을 맡는 영화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홉의 특성이 도드라지는 맥주라는 점에 서는 미국식 IPA와 영국식 IPA의 차이는 없다. 그러나 세부적인 재료와 추구하는 향성의 면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영국식 IPA와 미국식 IPA를 구분하는 포인트는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하느냐’다. 영국식 IPA는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재배되던, 즉 무역과 홉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들이 발달하 기 이전부터 영국에서 재배하던 홉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인 품종으로 Admiral, Fuggle, Goldings, Northern Brewer, Target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미국식 IPA는 미국 홉을 비롯해 뉴질랜드, 호주 등과 같 은 지역에서 재배된 ‘New World Hops’를 사용한다. 미국식 IPA는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성장과 함께 널리 만들어지기 시작했 는데, 그 시초가 어떤 맥주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맛의 측면에서 영국식 IPA에 비해 홉의 맛과 향이 도드라지고 맥아적 특성이 적게 드러나서 홉-맥아의 균형보다는 홉의 특성에 더욱 치우쳐진 성향 을 보인다. 사용되는 홉들의 전반적인 특성 역시 영국의 홉들보다 는 강하게 나타나며, 주로 감귤류 과일, 소나무, 송진, 열대과일, 핵 과일 등을 연상시키는 풍미를 가진 홉들이 사용된다.
미국식과 영국식 IPA를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식 IPA 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영국식 페일 에일에 기반을 두고 말 그대로 ‘영국에서 인도까지의 항해를 견딜 수 있는’ 맥주로 만들어진 것에 비해 미국식 IPA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형성되면서 정의된 스타 일이다. 즉, 홉의 캐릭터를 강조한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미국식 IPA 는 전통의 스타일을 개성 있게 재해석하여 새로운 맥주를 선보인다 는 혁신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미국식 IPA는 이것’이라고 정의되는 스타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되어 파생된 스 타일의 ‘크래프트 맥주스러운’ 맥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IPA는 다른 전통적인 맥주 스타일에 비해 다양한 파생 스타일 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지금도 새로운 맥주가 나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재미있는 스타일 몇 가 지를 알아보자.
Belgian IPA
IPA는 기본적으로 미국 또는 영국 에일 효모(American or English Ale Yeast)를 사용해서 양조된다. 이 효모들은 정도의 차이 는 있으나 비교적 효모로부터 생성되는 과일이나 허브를 연상시킨 맛과 이 적은 편이다. 그런데 IPA의 다른 재료들은 다 그대로 쓰되 효모만 벨기에 에일 효모(Belgian Ale Yeast)를 사용하면 어떨까? 아마도 홉의 향과 함께 효모에서 생성된 맛과 향이 더해져 더 복잡 하고 풍부한 풍미를 가진 맥주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만들어진 것 이 Belgian IPA다. 2000년대 중반 홈브루어들과 소규모 브루어리 에서 미국식 IPA의 레시피에서 효모만 벨기에 에일 효모로 바꾸어 만들기 시작하며 선보인 스타일이다. 지금은 미국식 IPA의 변형을 넘어서 벨기에식 페일 에일이나 트리펠(Tripel) 스타일의 맥주에 홉 을 더한 형태의 맥주도 생산되고 있다
Black IPA
1990년대 처음 개발된 스타일로 말 그대로 검은색 IPA다. 2000년대 초중반 미국의 태평양 연안 북서부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대중화되었다. 스타우트와 같이 검은색을 띄고 있으나 굽 거나 태운 곡물의 향이 도드라지지 않고, IPA에서 느껴지는 홉의 풍 미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
Double / Imperial IPA
강한 IPA라는 뜻으로 일반적인 IPA가 알코올 도수가 5.5-7.5% 정도인 것에 비해 알코올 도수(7.5-10.0%), 홉의 쓴맛(IBUs: 60120, 일반적인 IPA는 40-70 정도다)이 높다. 강력한 홉의 쓴맛과 향기를 내뿜는 만큼 맥아의 단맛이나 무게감이 어느 정도 느껴지 지만 강하지는 않다.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Imperial,’ ‘extra,’ ‘extreme’과 같이 기존의 IPA보다 강한 버전의 IPA임을 알리는 수 식어를 다양하게 사용했으나 현재에는 ‘double IPA’로 표기하는 방 향으로 통합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New England / Vermont style IPA
최근 떠오르고 있는 IPA의 스타일로, 아직 스타일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합의점이 없다. 버몬트 주에 위치한 알케미스 (Alchemist) 브루어리의 헤디 토퍼(Heady Topper)가 시초로 알려 져 있다. 완전히 정의된 스타일이 아닌 만큼 스타일의 정의에 있어 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 지고 있다. 비교적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옅 은 노랑-금색 정도의 밝은 색과 함께 cloudy 또는 hazy라고 표현될 정도로 뿌옇고 흐린 탁도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낸다. 때때로 이 스 타일은 ‘홉 주스’라 불리기도 하는데 과즙을 한껏 품고 있는 감귤류, 열대과일, 핵과류 등의 과일을 깨문 것과 같은 느낌(juicy)을 연상시 키며, 홉의 향이 폭발적으로 느껴지는데 반해 홉의 쓴맛은 매우 적 다. 재료의 특징으로 봤을 때 뉴 잉글랜드 / 버몬트 IPA의 효모는 일 반적인 미국식 IPA와는 달리 코난 효모(Conan Yeast)를 사용한다. 미국식 IPA에 주로 사용되는 미국 에일 효모가 효모적 특징이 매우 약한 것과는 달리 코난 효모의 경우 핵과류, 감귤류를 연상시키는 풍미가 나타나며 홉의 향기와의 조화가 뛰어나 전체적인 맥주의 향과 맛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Etc - Brown IPA, Red IPA, Rye IPA, White IPA
그 밖에도 IPA는 여러가지 파생된 스타일이 있다. 브라운 에일 에서 느껴지는 카라멜, 초콜릿, 어두운색 과일을 연상시키는 맥아 의 특징이 살아있는 Brown IPA, 붉은 빛을 띄는 레드 에일의 특징 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Red IPA, 호밀 맥아를 첨가한 Rye IPA 등도 있다.
IPA라고 해서 다 같은 IPA가 아니다. 인도에 거주하고 있던 영 국인에게는 고향을 생각하게 해 주는 매개체였을지도 모르며, 미국 에 전해진 IPA는 크래프트 맥주의 대중화를 이끈 원동력이었을 것 이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맥주이자, 브루어 의 개성과 창의성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맥주일지도 모른다. 그렇 기에 홉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IPA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지지 를 받는 스타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았을까?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