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들의 맥주 시음회 쌉싸름한 홉의 매력 'IPA'
화사한 과일 향, 혀뿌리를 울리는 쌉싸름한 맛… 홉 캐릭터가 풍부하게 살아있는 IPA는 맥덕들을 환호하게 하는 맥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IPA라고 모두 같지는 않다. 어떤 재료를 쓰고, 얼마만큼씩 혼합하고, 어떻게 양조했느냐에 따라 다양한 특색을 가진 IPA가 만들어진다.
여기, 각기 다른 느낌의 IPA를 준비했다. 차분하고 진중한 맛이 매력적인 영국식 IPA부터, 파워풀한 홉 캐릭터가 존재감을 내뿜는 미국식 IPA까지 총 7가지 맥주다.
만약 맥주 행성 'IPA 공화국'의 대통령을 뽑게 된다면? 정책과 공약을 비교하듯 향과 맛을 비교해 내 입에 가장 잘 맞는 최고의 IPA를 찾아보자. 독자 여러분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IPA 대통령을 뽑을 수 있도록 비어포스트 에디터들의 짤막한 시음 평을 준비했다
풀러스 IPA (Fuller's India Pale Ale)
•지역 : 영국 잉글랜드 런던
•제조 : 풀러스 (Fuller's) •도수 : 5.3%
“밸런스로 대동단결”
김윤진 과일을 발효한 것 같은 달달한 맛이 입안 가득 느껴진다. 다시 사 먹고 싶은 맛. 박지영 내가 감히 이 맥주를 평가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준수한 맥주. 오윤희 느린 속도로 쓴맛이 치고 올라온다. 쓰고 강한 맥주를 좋아한다면 호불호 갈릴 맛. 장명재 간이 허락하는 한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는 IPA. 황지혜 꿀꺽꿀꺽 잘 넘어가 나도 모르게 “더 주세요”를 외치게 한다. 홍인영 IPA라고 믿기 어려운 가볍고 편안한 맛. IPA 계의 라거.
펑크 IPA (Punk IPA)
•지역 :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셔
•제조 : 브루독 (BrewDog)
•도수 : 5.6%
“펑크가 있는 삶”
김윤진 이름과 달리 안정감이 느껴지는 IPA. 지금까지 미국식 IPA를 너무 많이 마셨나? 박지영 향도 맛도 이보다 좋을 순 없다. IPA가 처음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오윤희 단맛이 치고 올라오다 마시자마자 사라진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데일리 IPA로 추천! 장명재 식전주 같은 IPA. 황지혜 브루독은 ‘돌아이’ 같을지 몰라도 ‘펑크’는 모범생이다. 홉 폭탄 IPA에 질렸더라도 펑크라면 다시 애정을 쌓아볼 만. 홍인영 균형감으로 치면 IPA 중 최상. “난 HOPPY하지만 MALTY한 특징을 유지하도록 노력한 맥주야”
굿맨 IPA (Goodman IPA)
•지역 : 대한민국 경기도 구리
•제조 : 굿맨브루어리 •도수 : 6.2%
“준비된 IPA”
김윤진 홉 캐릭터가 강하고 정직하게 느껴진다. 거친 듯한 쓴맛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박지영 혀를 짓누르는 쓴맛에 깜짝 놀랐다. 모래를 씹는 듯한 칼칼한 맛이 있다. 박혜림 텁텁한 맛이 인상적이었던 IPA. 오윤희 쓴맛과 떫은맛이 장악하는 IPA. 강한 홉 캐릭터가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장명재 거친 쓴맛 뒤로 떫은 맛이 느껴진다. 많이 마시기엔 무겁겠지만, 한잔으로는 GOOD! 황지혜 홉도 아니고 몰트가 오는 것도 아니고 목에 잘 넘어가지도 않는 너. 쉽지 않은 너! 홍인영 “난 IPA야! 쓰고 HOPPY하지. 그리고, 음…”
쏜브릿지 할시온 (Thornbridge Halcyon)
•지역 : 영국 잉글랜드 애쉬포드 인 더 워터
•제조 : 쏜브릿지 (Thornbridge)
•도수 : 7.4%
“그 어느 때보다 지금”
김윤진 묘하게 여러가지 맛들이 뒤엉키며 혀를 현혹시키다 마지막 순간 칼같이 돌아서는 냉정한 연인 같다. 박지영 착즙한 채소 같았던 IPA.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안 좋게 얘기하면 재미없다. 박혜림 거품같이 사르르 사라지는 느낌.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듯. 오윤희 짠맛이 느껴지는 듯 하면서도 잡내 없이 깔끔하다.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릴 것 같다. 장명재 숲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IPA. 낮술하기 좋은 맥주. 황지혜 엄마가 갈아주던 케일즙이 떠오르는 맛. 알코올 도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목넘김이 좋았다. 홍인영 봄비가 내린 뒤 풀밭 위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센테니얼 IPA (Founders Centennial IPA)
•지역 : 미국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
•제조 : 파운더스 브루잉 컴퍼니 (Founders Brewing Company)
•도수 : 7.2%
“IPA를 다시 위대하게”
김윤진 풀 향 가득한 IPA. 어째 한약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박지영 향긋한데 묵직하고, 쌉쌀한데 부드럽네. 너 참 귄있다. 박혜림 보기보다 가벼웠던 IPA. 나무 같은 느낌이 인상적이다. 오윤희 가을철 낙엽이 떠오르는 맛. 감초 주스, 한약재 달인 물이 생각났다. 장명재 몰트의 단맛과 날카롭지 않은 쓴맛이 무게감을 준다. 스테이크 먹고 싶다. 황지혜 IPA에서 기대했던 맛보단 곶감과 감초 같은 맛이 느껴진다. 홍인영 Sweet, Sweet, Sweet. 잔당일까 의도된 단맛일까
스컬핀 IPA (Ballast Point Sculpin IPA)
•지역 :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제조 : 밸러스트 포인트 브루잉 컴퍼니 (Ballast Point Brewing Company)
•도수 : 7%
“문제는 홉이야, 이 바보야!”
김윤진 기분 좋은 허브 향이 혀를 감싸는 듯한 IPA. 기분 좋은 맛. 박지영 자몽 주스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올라오는 홉 느낌이 좋다. 박혜림 정석적인 IPA. 예전보다 부드러워진 느낌은 기분 탓인가. 오윤희 스킨 토너를 마시는 것 같다. 장명재 IPA의 정석.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 특히 자몽 껍질 캐릭터가 두드러진다. 황지혜 전 남친을 3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완전히 달라진 모습. 내가 변한 거니, 네가 변한 거니. 홍인영 이제는 세대교체가 필요할 법도 하지만… “IPA란 이런 것”
벨칭 비버 홉 하이웨이 IPA (Belching Beaver Hop Highway IPA)
•지역 : 미국 캘리포니아 주 비스타
•제조 : 벨칭 비버 (Belching Beaver)
•도수 : 7%
“홉이 먼저다”
김윤진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IPA 박지영 코끝에 느껴지는 향은 파격적이고, 입안에 닿는 맛은 부드럽다. 너 지금 나 유혹하니? 박혜림 홉 향도 홉 맛도 이렇게나 강한데 가볍게 넘어가는 반전 매력. 오윤희 자몽·천혜향이 떠오르는 IPA. 맛은 심심하지만 부드러운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장명재 솔잎에 버무린 자몽·레몬이 떠오르네. 어떤 고기와도 어울릴 것 같다. 고기 먹으러 가야지. 황지혜 어릴 때 먹었던 ‘쌕쌕’이 떠오른다. 뉴잉글랜드 IPA의 동생 같은 ‘홉 폭탄’ 맥주. 홍인영 “물 탄 부쿠”
EDITOR_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