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세 적용 이후 직장인 A씨의 가상 맥주 라이프
와, 이 맥주를 이 가격에?!
내년부터 맥주의 세금이 종량세로 매겨지면서 맥주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캔, 병, 케그 등 맥주가 담긴 용기에 따라 원가 변동의 폭과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수입과 국산, 일반 대기업 맥주와 크래프트 맥주도 세제 변화에 따라 각각 가격이 다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의 변화에 따라 유통 채널마다 선호하는 맥주 종류가 달라지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맥주도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맥주에 종량세가 적용된 이후 최종 소비자들이 받을 영향에 대해 가상의 인물을 통해 예상해 본다.
# 주말에 친구들과 펜션에 놀러 간 A 씨. 펜션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캔맥주 가격이 눈에 띄게 내려간 것을 발견했다. 24캔 짜리 1박스에 1만원 가까이 인하된 것 같다. 평소 여러 명이 모일때는 아무래도 가격이 싼 병맥주를 박스로 사곤했다. 그런데 이제 따져보니 병맥주와 캔맥주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캔맥주는 병맥주보다 가벼워서 운반하기가 편하다. 깨질 염려도 없고 마시고 나서 처리도 상대적으로 간편하다. A 씨는 선뜻 캔맥주 박스를 집어 들었다.
# “와, 편의점 맥주가 진짜 많아졌네! 국산 수제맥주까지 4캔 1만원씩 파는건 처음 보는데…”
퇴근길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들른 A 씨는 이전과 달라진 편의점 맥주 냉장고의 모습에 놀랐다. 무엇보다 4캔 1만원 행사 맥주 종류가 많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 보는 수입 맥주들이 대거 행사 제품에 포함됐는가 하면 한 병에 5,000~6,000원 이상의 가격이 책정돼 있던 수입이나 국산 크래프트 맥주들도 일부가 4캔 1만원에 들어와 있었다. 늘 거기서 거기인 4캔 1만원 맥주 라인업에 질려가던 A 씨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반면 4캔 1만원에 늘 포함돼 있던 맥주들이 행사에서 제외돼 사실상 가격이 오른 경우도 있었다.
A 씨는 처음 만나는 행사 상품들 위주로 맥주를 샀다. 또 행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캔에 담긴 국산 크래프트 맥주도 작년보다 가격이 내려가 있어 부담을 덜고 몇 병을 골랐다.
# A 씨는 오랜만에 크래프트 맥주 전문 펍에 갔다. 왠지 매장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 메뉴판을 보니 이전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5,000원대 국산 크래프트 맥주가 많이 보인다. 1잔에 2만원이 훌쩍 넘었던 수입 임페리얼 스타우트도 1만원 대로 내려왔다. A 씨는 국산 크래프트 맥주를 몇 잔 마시고 나서, 그동안 궁금했지만 가격이 비싸 선뜻 주문하지 못했던 사워 맥주를 한 잔 더 시켜본다.
# 오늘은 A 씨 부서의 회식이 있는 날. 2차로 평소 자주 가던 호프집을 찾은 A 씨는 언제나처럼 500cc 맥주를 주문했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에 생맥주 가격이 3,500원에서 4,000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함께 간 김 대리는 가격을 1,000원씩 올린 호프집도 봤다고 했다.
주인아저씨는 도매가격이 올라서 어쩔 수 없이 맥줏값을 조정했다고 했다. 1차로 갔던 삼겹살 가게에서 파는 병맥주 가격은 그대로였는데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는 “병맥주는 도매가가 그대로고, 생맥주는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들었다.”라고 대답했다. 부담 없는 가격이라는 생맥주의 매력이 이제는 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