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세 시뮬레이션과 국내 맥주회사의 성장
2019 대한민국 맥주 산업 박람회의 국제 맥주 컨퍼런스(2019 International Beer Conference) 첫날은 ‘맥주 원재료의 이해’를 주제로 캐슬몰팅, 야키마 치프 홉스, 퍼멘티스의 연사를 비롯해 미국 양조자 협회 아담 둘리의 발제로 진행되었다. 두 번째 날은 ‘맥주에 관한 정책과 비즈니스’를 주제로 주세법과 종량세 개정에 대한 논의부터 크래프트 시장 내 마케팅 및 유통 노하우에 관한 발제가 이어졌다.
1부에서는 비어포스트의 장명재 콘텐츠 팀 팀장이 주세법 변천사와 종량세의 현 진행 상황과 가능성을 논의했다. 2부에서는 더부스브루잉 김희윤 대표가 크래프트 비어 마케팅의 사례 발표를, 도아인터내쇼날 이동석 대표가 종량세 전환 이후 수입 맥주 시장 예측을 하였고, 마지막으로 ㈜플래티넘맥주 윤정훈 부사장이 맥주의 패키징 및 유통 노하우와 성공 전략에 관한 발표를 함으로써 마무리했다.
종량세 주요 이슈와 종량세 시뮬레이션
2019 국제 맥주 컨퍼런스 둘째 날, 첫 발표자로 나선 비어포스트 장명재 팀장은 주세법의 주요 변천사와 더불어 주류시장 현황과 현행 주세법, 종량세 전환의 진행 현황과 이슈 그리고 종량세 전환 시 주세 시뮬레이션을 순서로 발표를 진행했다. 특히 종량세 시뮬레이션과 관련해서 “현재의 종가세 구조에서 부과되는 조세 부담과 종량세 전환 시의 조세 부담을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세제 전환 시 각 맥주 제조사 또는 수입사의 입장에서 직면하게 되는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종량세와 맥주시장의 변천사
주세법은 주류에 대한 조세 부과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 1949년 10월 21일 법률 제60호로 제정된 이후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2000년대 들어 주세법은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되는데, 그 시작이 ‘소규모 맥주 제조자’ 면허의 도입이다. 이른바 ‘하우스 맥주’로 불리는 소규모 맥주 제조자 면허는 맥주를 판매하는 펍과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결합한 형태로, 2002년 월드컵을 맞아 새롭게 도입된 주류제조면허다. 2004년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제조장과 영업장을 배관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배관조항이 도입되고 2008년 완화되었으며 수차례에 걸쳐 시설기준 완화 및 판매제한이 완화되었지만, 외부유통이 가능하게 된 것은 2014년에 이르러서다. 2012년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과세표준 경감이 도입되고, 중소 일반면허 맥주 양조장에 과세표준 경감이 도입되는 등 소형 양조장에 대한 조세 부담을 경감시키는 개정들이 이루어지게 된다.
2005년 118개에 이르던 맥주 제조면허의 수는 점차 감소하여 2013년 61개까지 감소하였으나,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맥주가 외부유통이 가능해지면서 다시 증가해 2018년에는 전국에 일반제조면허를 포함해 130여곳이 맥주 제조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대 들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크래프트 맥주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맥주의 종류가 있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2014년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맥주 외부 유통이 허용되며 본격적인 크래프트 맥주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2018년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시설기준이 현재와 같은 5kL 이상 120kL 미만으로 확대되었으며, 올해 2월 특정주류도매업자의 중소기업 일반면허 양조장 맥주의 취급을 가능하게 하고,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시설기준 중 유량계가 삭제되는 등의 변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주세 변천사와 종량세 논의의 진행 과정 및 이슈
맥주에는 1996년까지 과세표준의 150%에 달하는 고율의 주세가 부과되었으나, 이후 점차 낮아져 2007년 이후 현재까지 과세표준의 72%의 주세가 부과되고 있다. 탁주가 5%, 과실주가 30% 등 다른 발효주들에 비해 높은 주세를 부과받는 실정이다.
이는 희석식 소주, 위스키 등과 같은 고도주와 같은 세율로, 대중주로서 세수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반영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맥주의 과세표준은 현재 이원화되어 있다. 중소기업 일반면허를 포함한 일반면허 양조장의 경우 제조원가와 이윤, 일반관리비 등이 포함된 ‘통상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부과된다. 반면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경우에는 제조원가와 제조원가의 10%에 해당하는 통상이윤이 포함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한다. 그러나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맥주 중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유통을 위한 수량에 대해서는 일반면허 양조장과 같은 통상가격이 과세표준으로 적용된다. 이러한 기준은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과세표준경감 조항에서도 분리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이중적 과세구조는 납세 대상의 입장에서 매우 복잡한 것으로, 조세 징수의 편의성은 높지만 납세자의 조세 납부 편의성을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의 종량세 추진 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2018년이다. 기존의 종량세 추진의 목소리가 소주 가격 인상 우려 등에 막혀 지지부진하다.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이유로는 조세부과 목적의 우선순위 변화, 시장환경 및 구조의 변화, 주류산업 육성의 필요성, 산업 성장의 제한요인 제거에 대한 필요성 인식 등을 들 수 있다. 실제 국내 맥주 시장의 맥주 출고량을 보면 전체 출고량은 2015년, 국산 맥주 출고량은 2014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국산 맥주의 출고량은 전체 시장 출고량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그 시장을 수입 맥주가 채워가고 있다. 2017년 기준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을 출고량 기준 17.93%로 2014년의 5.73%에 비해 3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종량세 추진은 종량세 전환 시 맥주만 먼저 종량세로 전환할 것인지 전 주종을 일괄적으로 종량세로 전환할 것인지, 종량세 전환 시의 적정 세액은 얼마인지, 종량세 전환이 실현될 경우 실질적으로 소규모 또는 중소기업 양조장의 혜택 수준을 전환하는 주세법 시행령의 과세표준 경감구간 및 경감률에 대한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수제 맥주 협회는 현재 소규모 맥주 제조자에 적용되는 처음 출고되는 200kL 이하 수량에 대해 60%의 과세 표준 경감, 200kL 초과 500kL 이하 구간의 40% 과세표준 경감, 500kL 초과 수량에 대한 20%의 과세표준 경감률을 100kL 이하 수량에 대해서 70% 경감, 1000kL 초과 2000kL 미만의 구간에 대해 60% 경감, 2000kL 초과 수량에 대해 50%의 과세표준 경감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일반면허 양조장에 대해서도 현재 전년도 출고량 3000kL 이하의 양조장에 한해 처음 출고되는 500kL이하의 수량에 대해 30% 경감이 적용되는 것을 3000kL 이하 구간에서 50% 경감, 3000kL 초과 6000kL 미만의 구간에 대해 30% 경감, 6000kL 이상의 수량에 대해 10%의 과세표준 경감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경우 5kL이상 120kL 이하의 시설 기준을 적용받고 있는데, 대부분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시설, 특히 도심에 위치한 양조장의 경우 연간 생산량이 200kL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120kL의 생산시설을 갖출 경우 맥주의 평균 발효일수를 7일, 발효 이후 평균 숙성 일수를 14일로 가정했을 때 생산 규모에 따른 연간 최대 생산량은 약 1200kL로 한국 수제맥주 협회의 안이 적용될 경우 현재보다 큰 폭의 주세 경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수제맥주 협회의 과세표준 경감 구간 및 경감률 개선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양조장이 성장해가면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출 수 있는 매출 규모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종량세 시뮬레이션
종량세 전환과 관련해 이후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었을 경우 맥주에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세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가세에서 과세표준은 가격을 기준으로 하므로 과세표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납부해야 할 세액이 증가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세에 30%에 해당하는 교육세를 같이 부과하고 있어, 실제 납부 세율은 10%의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여 102.96%에이른다. 부가가치세가 주세와 교육세 부과 후 출고가격에 대해 부과된다는 점을 고려해도 주세와 교육세율의 합은 과세표준의 93.6%에 이른다. 반면 종량세는 출고량(또는 순 알코올양)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인 만큼 과세 대상이 되는 맥주의 생산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세금의 수준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종가세와 종량세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종량세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종량세 전환과 관련해 2018년 11월 권성동 국회의원이 발의한 L당 835원으로 개정하는 주세법 개정안을 이용해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의 주세와의 비교가 유의미하겠다.
종량세 전환 시 적용받는 맥주의 세금은 L당 835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현재 국산 맥주가 종가세 체계에서 납부하고 있는 세금 수준으로, 종량세 전환 시에도 조세 부담이 늘지 않는 조세 중립적인 수준에서 종량세율이 결정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종가세 체계의 과세표준 1159.72원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은 금액의 맥주는 현재보다 주세 부담이 증가하고, 이보다 높은 금액의 맥주는 현재보다 조세 부담이 감소한다. 종가세 체계에서 과세표준 경감 혜택을 받는 소규모맥주제조자와 중소기업 일반면허의 경우는 일반면허 양조장과 같이 1159.72원을 기준으로 같은 효과가 발생하지만,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과세표준 경감 혜택의 폭이 줄어들며 유불리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다.
소규모맥주제조자의 경우 절대적인 생산량이 적다. 따라서 생산원가에 포함되어야 하는 기계의 감가상각, 임대료, 임금 등이 맥주에 더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생 양조장의 경우 이러한 비용이 크게 나타나며, 오래된 브루어리의 경우 이러한 비용의 반영이 끝난 곳들이 상당 부분 있어, 같은 소규모맥주제조자라고 할지라도 유불리가 매우 극명하게 나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아 출고가격이 저렴한 곳일수록 종량세 전환 시 혜택이 적을 수 있는 반면, 신생 양조장과 같이 비용이 많은 곳들은 종량세로의 전환에 따른 혜택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한편 생산량이 적어 높은 과세표준 경감률을 적용받는 곳보다 생산량이 많아 과세표준 경감률이 줄어들수록 종량세 전환시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맥주제조 면허도 같은 양상이 나타난다.
종량세 전환 후 수제맥주협회의 과세표준 경감구간 조정 및 경감률 조정안에 따르면 현재의 과세표준 체계보다 혜택이 더욱 커지고, 대부분의 소규모맥주제조자 양조장들이 과세표준 경감률 70%의 구간에 자리 잡게 되어 종량세 전환에 따른 납부세액감소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저가 맥주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맥주의 경우 조세 부담의 증가로 가격 상승 압력에 직면하게 되는 반면, 고가의 맥주는 가격 인하의 여력이 생겨 전반적으로 맥주 가격의 구간이 좁혀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현재의 ‘4캔 1만원’으로 대변되는 라거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맥주의 종류가 더욱 가격이 싼 제품으로 대체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와 함께 크래프트 맥주 간의 가격 차별성이 줄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국산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 비용이 조세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사라짐에 따라 시설투자 및 고용 여력이 증가하는 한편, 실질적인 납세 규모의 감소분만큼 수익 개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의 전환은 맥주시장 판도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맥주 시장의 다양성 증가는 맥주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히고, 보다 높은 품질의 맥주를 접하게 하는 등 맥주 소비자 후생을 증가 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도적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다.
EDITOR_장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