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로 돌아보는 2018년 대한민국 맥주 업계
이슈로 돌아보는 2018년 대한민국 맥주 업계
2018년은 맥주가 세제 개편에 있어 초관심사로 부각되고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면서 사회 전면에 떠오른 한 해였다. 신규 브루어리가 생겨나는 동시에 기존 브루어리들이 제2, 제3 공장을 완공하면서 맥주 제조면허 수가 다시 100개를 돌파하는 등 양적 성장도 눈에 띄었다.
이렇게 국내 시장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이슈가 되면서 세계 1위 맥주 기업 AB인베브가 처음으로 한국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를 인수하는등 대자본의 진격이 지난해에 이어 지속됐다.
무르익는 종량세 개편 논의
올해 맥주의 세금 부과 체계를 ‘종량세’로 개편하는 논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현재 맥주에는 가격에 비례해 세금(종가세)이 매겨지고있다. 대기업에 비해 맥주 제조 원가가 높은 소규모 브루어리에 불리한 구조다. 종가세 체계 아래서는 맥주 업체들이 원가를 낮추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결국 종가세가 한국 맥주의 다양성 확대와 품질 개선을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인건비까지 고스란히 맥주 원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은 고용을 쉽게 확대할 수가 없다.
또 종가세는 국산 맥주에 대한 차별 요소로도 지적되고 있다. 국산 맥주는 제조 원가에 이윤과 판매관리비를 포함한 출고가에 세금을 부과받는 데 비해, 수입 맥주는 이윤이나 판매관리비를 뺀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세금이 낮다. 만약 의도적으로 수입가를 낮춰 신고한다면 국산 맥주에 비해 더 큰 폭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올 상반기 공론화되면서 ‘2018년 세법개정안’에 주세의 종량세 전환 정책이 담길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7월 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종량세 전환이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기대감이 증폭됐다. 그러나 7월말 공개된 세법개정안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있었다. ‘종량세로 전환되면 수입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퍼지면서 반대여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를 중심으로 맥주 업계에서는 종량세 전환에 따른 크래프트 맥주와 수입 맥주의 가격을 시뮬레이션해 제공하고, 품질 높은 맥주를 싸게 마시면서 소비자들이 얻는 효익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 종량세 전환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전체 주류의 종량세 전환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맥주 1리터당 세금 835원을 동일하게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카스의 역수입
올해 6월에는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의 카스가 미국에서 생산돼 역수입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수입맥주에 유리한 주세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와 맞물려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카스의 러시아월드컵 패키지 중 740mL 캔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왔다. 그동안 더부스가 미국에서 맥주를 만들어 한국 시장에 판매하거나 크래프트브로스가 강남페일에일을 캐나다의 퍼글스앤워록에서 양조해 역수입한 경우는 있었지만, 대기업의 사례는 처음이다.
오비맥주의 역수입은 ‘4~6캔 1만원’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수입맥주들에 맞서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해외에서 생산해 수입하면 국산 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 맥주에 붙는 세금은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마진을 모두 포함해 매기지만 수입한 맥주에는 수입신고가만 과세대상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수입한 맥주와 국내 생산 맥주의 원가가 같다면 세금 차이가 10~20% 발생한다. 실제 카스 740mL캔 가격은 기존의 같은 용량 제품보다 12% 낮아졌다. 국내 생산 축소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오비맥주 측은 740mL 패키지 생산이 국내에서 어려워 한정적으로 미국에서 생산했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호가든, 버드와이저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국산 크래프트 캔맥주의 마트 등장
The Emergence of Craft Beer Cans in Local지난 5월 이마트의 PK마켓에 버드나무브루어리, 크래프트 루트, 플레이그라운드, 화수브루어리의 병맥주 및 캔맥주 27종이 선보였다. 소매점에 국산 소규모 크래프트 맥주가 처음 등장한 순간이었다. 올 4월 주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를 받은 크래프트 브루어리 맥주가 소매점에서 유통될 수 있게 됐다. 3월 말 까지는 맥주 제조 면허 중 일반 면허를 받은 세븐브로이, 플래티넘, 제주맥주,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등만 마트, 편의점에서 맥주를 팔 수 있었다.
소매점 유통의 길이 열리면서 국내 소규모 브루어리 맥주들의 병입, 캔입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플레이그라운드, 카브루, 맥파이, 와일드웨이브 등이 잇달아 캔입 맥주 판매를 시작했다.
소매점 유통 허용은 국산 크래프트 맥주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빠르게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일부에서는 캔입 맥주의 품질 저하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저변 확대의 의미가 크다.
한편 주세법 개정안에서는 소규모 맥주 면허의 제조시설 규모를 담금·저장조 기준을 기존 75㎘에서 120㎘로 늘리기도 했다. 세금 경감을 받을 수 있는 생산량 구간도 확대했다. 40% 경감을 받기 위한 연간 출고량은 300㎘에서 500㎘로, 60% 인하는 100㎘에서 200㎘로 늘었다.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 100개 돌파
올해 국내 크래프트 맥주 제조 면허가 100개를 넘어섰다. 지난 2006년 이후 12년 만이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제조 면허는 지난해 말 기준 95개로 집계됐다. 오비, 하이트, 롯데주류의 대기업의 제조 면허 8개를 합하면 국내 맥주 제조 면허는 2017년 말 기준 총 103개다. 올해 들어서는 20여 개 크래프트 맥주 제조면허가 늘어나 총 130여 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소규모 맥주 제조가 허용되면서 급격하게 늘어난 맥주 제조 면허는 2005년과 2006년 세 자리 수를 기록했지만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소규모 맥주 브루어리 맥주의 외부 유통이 허용된 2014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4년 만에 2배 이상 면허 숫자가 늘었다.
이처럼 맥주 면허가 늘어난 것은 기존 맥주 회사들의 증설도 한몫했다. 맥주 제조 면허는 같은 회사더라도 생산 공장별로 받아야 한다.
카브루는 제3공장을 완공했고 세븐브로이도 경기도 양평 브루어리의 문을 열었다. 브루펍 형태로 운영하던 히든트랙은 경기도 양주에 브루어리를 지었다.
자본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 유입 지속
올해 크래프트 브루어리 핸드앤몰트가 AB인베브에 인수되면서 업계에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글로벌 1위 주류회사 AB인베브의 100% 자회사인 오비맥주는 지난 4월 핸드앤몰트 지분 100%를 인수했다.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등을 운영하는 오비맥주의 자회사 ZX벤처스를 통해서다. 인수가는 120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맥주 대기업들이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를 인수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한국의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피인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핸드앤몰트는 슬로우IPA, 모카스타우트 등의 맥주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나파 듀벨, 루즈 드 브아와 같은 배럴 숙성 맥주와 김치 유산균을 활용한 케이바이스 등 실험적인 맥주를 내놓으면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이끌고 있는 브루어리다.
이번 인수로 핸드앤몰트 맥주의 정체성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품질을 고려한 소규모 맥주 제조가 아니라 대규모 생산과 마케팅을 통해 판매에 집중하는 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나온 것이다. 최근 핸드앤몰트의 일부 맥주가 오비맥주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핸드앤몰트가 대기업에 인수됐다는 이유로 협회사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기업들의 크래프트 맥주 분야 진출이 지속됐다. 하이트진로는 미국 밸러스트포인트와 수입 계약을 체결했고 롯데주류는 블루문 맥주 수입을 시작했다. LF는 인수한 주류수입사 인덜지를 통해 국내에 브루어리를 건설했다.
방송 소재로 재탄생한 크래프트 맥주
2018년은 크래프트 맥주가 방송 소재로 부각된 한 해였다.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크래프트 맥주가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을 탄 것은 지난해 tvN 수요미식회 맥주안주 편이 시작이었다. 플래티넘의 윤정훈 부사장이 출연해 맥주 정보를 전달했고 바네하임, 크래프트루 등이 소개됐다.
올해 또 수요미식회에서 플레이그라운드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이 맥주 맛집으로 다뤄졌고 최근 알쓸신잡에서는 크래프트루트가, SBS 생활의달인에는 바네하임의 김정하 사장이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tvN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에서는 주인공의 직업이 맥주 양조사로 설정됐다. 한 맥주 업계 관계자는 “방송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것은 콘텐츠로서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맥주 양조사라는 직업의 존재를 모르던 사람들도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된다”고 설명했다.
EDITOR_장명재